세상 속의 세상 ‘도시’ 엿보기
세상 속의 세상 ‘도시’ 엿보기
  • 한지은 기자
  • 승인 2015.04.16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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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한지은 기자] 단 하루도 쉴 틈 없이 시끄럽고 바쁘게 움직이는 도시. 우리가 사는 도시는 단순히 건축물이나 공간들을 모아 놓은 곳이 아니다. 도시는 인간의 삶이 반영되기 때문에 인간의 욕망이 드러난다.

‘회색 도시’라는 오래된 인식에 걸맞게 우리는 ‘도시’하면 왜인지 모르게 삭막한 풍경을 먼저 떠올리지만, 도시도 사람 사는 곳이기 마련이라 따뜻함과 아름다움이 틈새마다 숨겨져 있다. 요즘은 오히려 빽빽한 빌딩만 들어차 있는 도시는 인기가 없다. 고층 건물들만 들어서 있는 테헤란로는 산책하는 사람이나 데이트하는 연인이 드문데, 왜 가로수길, 명동 거리, 홍대 앞은 사람들로 넘쳐나고, 구불구불한 강북의 골목길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날까?

이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구경거리, 먹을거리 등 이벤트 요소가 다양해야 인기가 있다. 유럽의 오래된 도시는 볼 것도 많을뿐더러 도보 위주의 짧은 단위로 구성돼 있어 걷는 데 초점이 맞춰진 반면, 자동차 위주로 만들어진 뉴욕 같은 도시들은 격자형으로 형성돼 있고 블록도 크게 구획돼 있어 상대적으로 이벤트 요소가 적다.

또한 도시에는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과 욕망이 드러난다. 그렇기에 ‘권력’의 모습이 보일 듯 말듯 묻어나 있다. 중앙에서 죄수를 감시하는 파놉티콘과 비슷한 모양인 파리의 방사형 도로망,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타인을 내려다보는 펜트하우스 등 군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망이 은근슬쩍 배어있다.

건축 양식도 철학도 달랐기에 차이를 보였던 동서양의 옛 도시의 모습과 달리 현대의 도시는 획일화돼 가고 있다. 그렇지만 나름의 노력들도 있다. 앞서 언급된 뉴욕의 경우 격자형의 단조로움을 깨기 위해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가는 브로드웨이를 만들어 격자형과 대각선이 만나는 지점에 생기는 삼각형의 독특한 공간 구조인 타임스퀘어를 만들어 냈다. 또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같은 랜드마크나 센트럴 파크와 같은 쉴 공간을 만들어 지루함을 덜어냈다.

도시는 끊임없이, 다양한 이유들로 변해간다. 예술가들이 모여 독특한 홍대 문화를 만들었지만 땅값이 오른 지금은 예술가들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 가고 있는데, 이와 비슷한 일들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도시는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에 따라 변하는 법이다. 점점 사람 냄새를 잃어가면서도 그 속에서 온기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함께하기에 오늘날 도시는 그래도 정겹다.

■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펴냄 | 391쪽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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