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민제의 '닭으로 본 인문학' _ (33) '동의보감'과 서양 논문에 나오는 닭과 달걀의 약효
백민제의 '닭으로 본 인문학' _ (33) '동의보감'과 서양 논문에 나오는 닭과 달걀의 약효
  • 한지은 기자
  • 승인 2015.04.16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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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민제 칼럼니스트
달걀을 옛사람은 '계자(鷄子)'로 표현했다. '닭의 아들'이라는 뜻이다. 닭과 닭의 자식인 달걀은 동서고금의 인류가 즐기는 먹을거리이자 약재이다. 옛사람은 달걀에 우주가 담긴 것으로 보았다.

둥근 모양은 우주, 난백은 하늘, 난황은 땅에 비유됐다. 그래서 달걀은 하늘이 준 선물로 통했다. 이탈리아인은 특별히 그리스도 승천일에 얻은 달걀을 신의 선물로 여겼다. 달걀을 하늘에 반짝이는 태양으로 보았다. 밝음인 태양은 위장병과 두통, 치통을 사라지게 하는 것으로 믿었다.

중국 초나라의 풍속과 행사를 적은 『형초세시기』에는 '정월 초사흘에 달걀을 먹으면 오장(五臟)에 있는 나쁜 기운을 물리친다'고 기록돼 있다. 한의학에서는 달걀을 지사제로 쓴다. 인후염, 산후 빈혈이나 경련에도 처방한다. 난산이나 출산 후 어혈로 고생하는 사람에게도 적용했다. 민간에서는 화상을 당하거나 부스럼이 날 때 달걀껍질을 태워서 발랐다. 『동의보감』에는 닭과 달걀의 약효가 자세히 설명돼 있다.

먼저, 닭이다.
허약체질을 보하는 식사요법에 좋다. 다만 풍병을 앓거나 뼈에 열이 있는 체질에게는 적당치 않다. 붉은색 닭은 기운이 마음으로 들어가고, 흰색 닭은 기운이 폐(肺)로, 검은색 닭의 기운은 신(腎)으로, 누런색 닭의 기운은 비(脾)로 들어간다. 이 모든 것은 또한 간(肝)으로 돌아서 간다. 닭은 간화(肝火)를 돕는다.

다음, 달걀이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오장을 편안하게 한다. 맛이 달고 성질이 평하다. 화상과 간질, 경병(痙病)을 치료한다. 쉰 목을 트이게 하고, 성대가 부드러워진다. 임신부의 돌림열병도 호전시킨다. 달걀은 황색 닭이 낳은 게 상품인데, 특히 검은 닭(烏鷄)의 알이 더 좋다.

 
또, 달걀 흰자위와 노른자다.
흰자위는 맛이 달며 독이 없다. 성질이 찬 편으로 번열을 낫게 한다. 명치의 열을 없앤다. 눈의 피로와 통증 그리고 황달도 낫게 한다. 기침에도 좋다. 노른자위는 이질과 학질을 치료한다. 음(陰)이 부족한 경우 혈(血)을 보할 때 쓴다. 또한 달걀 속 흰 껍질은 오랜 기침에 좋다.

이같은 달걀의 약효는 최근 핀란드 연구팀이 다시 확인했다. '매주 달걀을 4개 먹으면 당뇨병 위험이 크게 감소한다'는 논문이다. 달걀에는 콜레스테롤이 많이 있다. 따라서 많이 먹으면 당뇨병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핀란드 동부대학(University of Eastern Finland)의 지르키 비르타넨 박사는 '달걀을 1주일에 4개 먹는 사람이 1개 정도 먹는 사람에 비해 당뇨병 발병률이 37% 낮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남성 2,332명(42∼60세)을 연구해 결과를 얻은 비르타넨 박사는 "달걀에는 콜레스테롤 외에 포도당 대사와 만성 염증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여러 성분이 있다. 이에 당뇨병 억제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닭과 달걀의 효능 연구는 매우 긍정적이다. 그런데 이같은 논문이 없어도 한국인은 닭 먹거리를 매우 중요시한다. 수천 년 동안 닭과 달걀이 몸에 좋음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 글쓴이 백민제는?
맛 칼럼니스트다.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10년의 직장생활을 한 뒤 10여 년 동안 음식 맛을 연구했다. 특히 건강과 맛을 고려한 닭고기 미식 탐험을 했다. 앞으로 10여년은 닭 칼럼니스트로 살 생각이다. 그의 대표적 아이디어는 무항생제 닭을 참나무 숯으로 굽는 '수뿌레 닭갈비'다. www.supu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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