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민제의 '닭으로 본 인문학' _ (32) 회장님과 직원의 눈치 게임
백민제의 '닭으로 본 인문학' _ (32) 회장님과 직원의 눈치 게임
  • 한지은 기자
  • 승인 2015.04.15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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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민제 칼럼니스트
'세상사는 인간관계이고, 이는 눈치게임이다.' 필자는 삶을 이렇게 정의한다. 관계에서 영원한 '절대 갑'과 '절대 을'은 존재하기 힘들다. '절대 갑'도 다른 조직이나 사람을 만나면 '절대 을'이 될 수 있다.

사회생활은 '절대 갑'이 고개를 숙이는 저 멀리의 또 다른 '절대 갑'을 찾아 관계 맺음의 반복이기도 하다. 인간의 신경인 뉴런과 뉴런은 시냅스로 연결돼 있다. 마찬가지로 사회의 그물망은 이곳저곳으로 뻗어 있다. '절대 을'도 손 내밀면 '절대 갑'을 잡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 소지를 없앨 필요도 있다. 따라서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 같은 관계를 맺으면 더 좋다.

이와 함께 눈앞의 갑과 을의 관계에서는 눈치가 생명이다. 눈치껏 행동해야 한다. '대통령 글쓰기'로 인기를 끄는 강원국 작가의 말도 의미심장하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의 회장을 '신'으로 표현했다. '절대 갑'인 회장과 업무를 같이하는 '절대 을'인 직원은 스트레스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루에도 몇 번씩 천당과 지옥을 오가기도 한다. 회장에게 직언을 할 상황도 있다. 고지식한 진언은 역효과 가능성이 많다. 좋은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회장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목적한 바를 이루어야 한다.

'절대 을'의 가장 효과적인 생존법은 '절대 갑'의 생각읽기다. 회장의 결정이 옳고 그른가는 차후 문제다. 당장은 회장이 결정한 사안에 대해 논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D증권의 한 임원은 "이사의 역할은 회장님 결정에 논리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했다. 현실적 생존법을 적시한 것이다.

강원국 작가도 직장인의 생존법으로 윗사람의 생각 읽기를 들었다. "회장님도 결정사항에 대해 확신이 부족할 수도 있다. 이 때 근거를 더해 잘된 결정임을 보고하면 분위기가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절대 갑'의 생각에 각종 사례를 제시하며 살을 붙여주라는 것이다.

이는 을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이에 대해 "이렇게까지 구차하게 살아야 하나요"라는 원론적인 질문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는 칼럼에서 답했다. "그래서 당신이 회사생활을 잘 하지 못하는 것이다."

 
'절대 갑'과 '절대 을'의 관계를 속담에서도 찾을 수 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실패가 뻔한 일을 하는 사람이 흔히 듣는 말이다. 아무리 하여도 보람 없을 일에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말라는 의미다. 을이 갑에게 대항함을 비웃는 표현이다. 이에 대해 계란으로 치고 또 치면 껍질이라도 바위를 덮는다는 초 긍정인도 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의 한자성어는 '이란격석(以卵擊石)'이다.

묵자(墨子)의 「귀의(貴義)」편에 '이기언비오언자 시유이란투석야(以其言非吾言者, 是猶以卵投石也)'라는 문장이 나온다. 전국시대 사람인 묵자가 노나라에서 제나라로 갈 때 점치는 사람을 만났다. 점장이는 묵자의 제나라행에 대해 불길의 의견을 냈다.

묵자는 허황된 말로 생각하고 길을 재촉했다. 그러나 강이 범람하여 노나라로 다시 돌아왔고, 점장이는 묵자를 비웃었다. 화가 난 묵자는 그를 논리적으로 비판했다.

"그대의 말은 근거 없는 미신일 뿐이오. 그대의 말을 따르면 천하에 길을 걸을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되오. 이치에 맞지 않는 말로 나를 힐난하는 것은 계란으로 돌을 치는 것과 같소. 천하의 계란을 다 없애도 돌은 깨어지지 않을 것이오."


■ 글쓴이 백민제는?
맛 칼럼니스트다.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10년의 직장생활을 한 뒤 10여 년 동안 음식 맛을 연구했다. 특히 건강과 맛을 고려한 닭고기 미식 탐험을 했다. 앞으로 10여년은 닭 칼럼니스트로 살 생각이다. 그의 대표적 아이디어는 무항생제 닭을 참나무 숯으로 굽는 '수뿌레 닭갈비'다. www.supu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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