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 연극 '그 시절 우리는'
멈춰선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 연극 '그 시절 우리는'
  • 김유림 객원문화기자
  • 승인 2015.04.14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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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유림 객원문화기자] 흔히 인생은 마라톤에 비유된다. 어떤 사람들은 그 마라톤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앞서나가 우승을 차지하고 승자의 영광을 누린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생각지도 못한 길목에서 걸려 넘어진다. 그들은 패배자, 낙오자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얻게 되고, 모두가 떠나간 길 위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지고는 한다. 여기, 남겨진 자들에게 위로가 될 연극이 있다. 대학로에서 공연 중인 음악극 <그 시절 우리는>이다. 

▲ 연극 '그 시절 우리는' 홍보 이미지 <사진제공=씨즈온>

갈 곳을 잃은 현대인들의 자화상

재개발 예정지 한 구석에 놓인 벤치에 술을 물처럼 마시면서 기타를 튕기는 백수 남자가 앉아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천생 한량 같지만 사실 그 남자는 한 때 10대 가수상까지 수상하며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록커 해리다. 그는 종종 동네 여고생 성지의 담배를 빼앗아 피려고 하거나, 떡볶이를 얻어먹으려 하는 '찌질한' 모습을 보인다. 화려한 스타로서의 삶을 누리던 그가 그 모양이 되고 만 이유는, 인기가 절정을 찌르던 시절 돌연 석연치 않은 마약 복용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그 논란 이후 그는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잠적을 했고 16년이 지나도록 과거의 영광을 그리워하면서 살고 있었다.
해리의 동네 친구인 여고생 성지는 한 때 피겨스케이팅 선수를 꿈꾸며 오로지 피겨만 바라보고 살던 아이였다. 그러나 어느 날 발목 인대가 파열되고, 그 이후로 피겨선수의 꿈을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녀는 우연히 한물간 가수 해리와 알게 되고, 그와 친해지게 된다.
이 둘의 공통점은 인생의 어느 길목에서 길을 잃었다는 것이다. 해리와 성지는 둘 다 자신이 간절하게 바라던 꿈을 더 이상 꿀 수 없는 상황에 놓였고 그로 인해 자신을 '재활용도 안 되는 쓰레기'로 일컬으면서 방황의 나날을 보내게 됐다.
이것은 비단 해리와 성지에게만 해당되는 상황이 아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목표와 꿈을 잃어버리고는 한다. 현실에 부딪혀 꿈을 포기해야 하는 순간도 있다.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이 해리와 성지가 아니라 연극을 보는 관객 누구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연극은 성지와 해리의 모습을 통해 길을 잃은 현대인들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 연극 '그 시절 우리는' 홍보 이미지 <사진제공=씨즈온>

그래도 괜찮아, 길은 하나가 아니니까

그렇다고 삶 전체를 비관하기엔 너무 이르다. 마라톤의 승자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완주는 할 수 있지 않은가. 성지와 해리는 비록 처음의 꿈은 이루지 못하지만, 서로 의지하고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다른 삶을 만들어 간다. 한 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는 말이 있듯이 그들은 새로운 관계 안에서 새로운 모습의 꿈을 꾸게 된다. 만일 그들이 자신의 현재 모습에 좌절하고 낙담한 채로 모든 것을 포기했다면 그들은 그저 날라리 여고생과 한물간 가수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에, 다시 시작하려는 용기를 냈기에 둘에게는 또 다른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작품이 관객들에게 던지고자 했던 메시지도 아마 이것이 아니었을까.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것. 인생에 놓인 길은 하나가 아니라는 것.

삶이란 긴 여정에서 방황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연극은 따뜻한 위로가 될 것이다. 더불어 음악극이라는 작품의 특성답게 곳곳에 숨어 있는 반가운 멜로디들이 귀를 사로잡고, 기타의 선율이 극을 한층 더 아름답게 만든다. 따뜻한 위로와 아름다운 음악을 모두 느끼고 싶다면 대학로로 향해보자. <그 시절 우리는>은 지즐 소극장에서 오픈런으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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