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민제의 '닭으로 본 인문학' _ (30) 불가능에 도전하는 달걀에 달걀 세우기
백민제의 '닭으로 본 인문학' _ (30) 불가능에 도전하는 달걀에 달걀 세우기
  • 한지은 기자
  • 승인 2015.04.09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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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민제 칼럼니스트
옛사람이나 현대인이나 핵심 관심 분야는 같다. 돈과 불로장생이다. 유럽에서는 돈을 버는 방법으로 연금술을 생각했다. 값싼 납이나 구리로 비싼 금이나 은을 만드는 방법을 연구했다. 인도인들도 이 같은 방법을 고민했다.

동양인들은 금 만들기에 관심이 있었지만 천 년, 만 년 사는 방법을 더 고민했다. 그러나 두 가지 방법은 아직도 현실화되지 못했다. 다만 인간의 끝없는 도전은 과학 발전으로 이어졌다. 여러 원소를 결합하고 다양한 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인간 생활에 편리한 발명품이 속속 나타났다.

과학계의 3대 미제가 연금술과 불로장생, 그리고 영구기관이라고 한다. 한 번 에너지를 받으면 영원히 작동되는 이상향이 영구기관이다. 에너지 보존 법칙에 따르면 가능한 이론이지만 다른 에너지로 전환되는 게 있어 현실은 불가능하다.

평범한 시민에게도 넘어야 할 벽이 있다. 불가능은 아니지만 심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게 취업이다. 청년 취업은 물론이고 중년, 장년 취업의 벽이 너무 높다. 사람은 많고, 기업은 채용을 늘리지 않는 까닭이다. 성장형 사회가 지나고 수성형 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불가능이라고 단념할 수는 없다. 두드리고 두드리다 보면 열릴 수 있는 게 인간사회다. 옛사람들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돌린 희망적인 메시지를 남겨 놨다. 그 중의 하나가 '난상가란(卵上加卵)'이다. 알 란(卵), 위 상(上), 더할 가(加), 알 란(卵)으로 조합한 이 표현은 지극 정성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꿨다는 의미다.

정성에 하늘이 감동한 이 성어(成語)는 『성수패설』에 나온다. 편자나 편찬 연대를 알 수 없는 『성수패설』은 잡기류(雜記類)의 책이다. 대부분 익살 맞은 내용으로 날카로운 풍자를 하고, 인정세태(人情世態)를 재미있게 그리고 있다.

한 고위직 관리가 귀양을 가게 됐다. 임금에게 죄를 지어 먼 곳으로 떠나는 관리에게 아내가 물었다. "이제 가시면 언제나 돌아오시나요?" 하지만 기약 없는 유배생활이다. 관리는 침통한 표정으로 답했다.

 
"알 위에다 알을 포갤 수 있다면? 그렇지 않으면 죽어서나 돌아올 것이오." 관리가 귀양을 간 뒤 아내는 달걀 둘을 소반 위에 놓았다. 밤낮으로 쉬지 않고 빌며 달걀을 포개기를 반복했다. "달걀아, 제발 포개져라."

아내는 애통한 소리를 내며 축수(祝手)를 멈추지 않았다. 어느 날 임금이 미복 차림으로 미행(微行)을 했다. 관리 집밖을 지나다가 창밖으로 들리는 기원(祈願) 소리에 발걸음이 멈췄다. 대궐로 돌아온 임금은 신하에게 여인의 곡절을 알아오게 했다. 상황을 알게 된 임금은 괸리 아내의 지성을 측은히 여겼다. 

임금은 관리를 석방했다. 인사를 온 관리에게 임금이 물었다. "석방된 이유를 아느냐?" 관리는 "성은이 망극할 뿐"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에 임금은 "내 덕이 아니오. 알 위에다 알을 포개었기 때문이오"라고 했다.

임금의 대답인 '불연란상가란고야(不然卵上加卵故也)'에서 '난상가란(卵上加卵)'이 나왔다. 비슷한 의미의 성어는 '지성감천(至誠感天)'이다. 옛사람은 지극한 정성은 하늘도 감동시킨다는 성공사례로 백성에게 희망을 주었다. 물론 이 같은 사례를 일반화시킬 수는 없다. 연봉 십수억원인 등기 임원이 한 명 배출될 때까지는 수천, 수만 명이 밑을 지탱해야 한다. 6천원 시급 아르바이트생부터 수천만원 연봉 정규직 등 다양한 사람인 한 명의 영웅을 만들어내는 구조다.

이는 모순도 있지만 인간사회가 근본적으로 경쟁원리가 적용됨을 생각하면 희망의 끈이기도 하다. 사람은 불가능에 도전함으로써 많은 것을 이뤘다. 취업이 어렵고, 사업이 버겁지만 '난상가란'의 정신을 가지고 긍정으로 임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 글쓴이 백민제는?
맛 칼럼니스트다.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10년의 직장생활을 한 뒤 10여 년 동안 음식 맛을 연구했다. 특히 건강과 맛을 고려한 닭고기 미식 탐험을 했다. 앞으로 10여년은 닭 칼럼니스트로 살 생각이다. 그의 대표적 아이디어는 무항생제 닭을 참나무 숯으로 굽는 '수뿌레 닭갈비'다. www.supu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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