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후 4년
대지진 후 4년
  • 독서신문
  • 승인 2015.04.0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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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는 지금'
▲ 양정석 칼럼니스트

[독서신문] 4년이 흘렀다. 2011년 3월 11일. 도쿄 신주쿠구의 집 근처 사거리에서 식구들과 함께 식사를 하러 한 일본 식당에 들렀다. 주문을 한 뒤 5분쯤 됐을까. 갑자기 삐걱대는 기분 나쁜 소리가 들리더니 건물이 좌우로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 초등학생 딸은 순간 학교에서 배운 매뉴얼대로 식탁 밑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이내 "밖으로 빨리 대피하라"는 점원들의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왔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사거리로 나와 서로 손을 꼭 잡은 채 가로수에 의지해 있는데 여진으로 인해 갑자기 도로변의 가로등이 엿가락처럼 휘청거렸다. 현기증 때문에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들 정도였고, '혹 이러다가 땅이 갈라지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과 공포감이 모두를 멘붕 상태로 몰아넣었다. 아직도 생생한 4년 전의 그날이다.

2만여 명의 생명을 앗아간 쓰나미에 이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잇단 폭발이 어느 정도 수습될 즈음에서는 '3.11을 능가할 수도 있다'는 제2의 대규모 지진 발생 공포에 떨어야 했다. 당시 대학 교수들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3년 이내에 대형 지진 발생 가능성을 70% 이상이라고 점쳤다. 다행히도 그 3년을 지나, 어느새 4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재앙에 대한 공포감은 여전하다.

대지진 5년째를 맞은 요즘 일본에서 3.11과 관련해 가장 눈에 띄는 활동은 '자료 수집 운동'이다. 무엇을 위해 무엇을 모으고 있는 것일까? 대표적으로 니가타현 니가오카시의 중앙도서관 문서자료실 측은 그때의 기억을 그대로 후대에 남기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던 각종 자료를 하나 둘씩 모으고 있는 것이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파편을 모아 큰 덩어리를 언젠가, 어느 곳엔가 영원히 세워 두려는 눈치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조금씩 흐려져가는 기억을 되살리고 대재앙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서다.

행사 전단지, 포스터, 개인 또는 기업의 기증품, 피난소 게시판에 붙어 있었던 자료, 시청 또는 구청에서 배포한 자료들, 사진, 간행물, 지역 신문 등. 심지어는 주민들이 학교를 비롯한 공공시설의 대형 강당 등 피난소에서 사용했던 종이 상자, 식기, 타월, 찻잔, 슬리퍼까지. 도서관 측은 당시 피난소에서 활동했던 직원들 및 자원봉사자들의 협조를 얻어 작은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니가타현 뿐만 아니라 지진 피해를 크게 본 지역들 중 상당수는 이와 비슷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대재앙의 교훈을 후세에 고스란히 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들 지자체들은 단순한 기록 보전을 넘어서 수집된 각종 자료들을 검토하면서 재난 대비 시스템의 정비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효율적인 피난소 업무 관리와 노약자 대응책, 의료 서비스 등의 보완책이 포함된 새로운 재난 매뉴얼 작성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대지진 기록들을 사료로 활용하기 위한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미래의 지역사 편찬을 위한 자료로서 지진 관련 문서들을 체계적으로 보관, 연구하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박물관 건설, 기념 공원 조성 등도 추진 중이고, 각종 자료들을 모아 대지진에 대한 기억을 환기시키기 위한 기획전을 준비하는 지자체들도 있다. 이제는 3.11의 악몽을 잊으려는 게 아니라 오리려 되살리려 하는 노력들이 한창인 셈이다.

지난해 우리 국민들을 큰 절망과 분노 속에 빠트렸던 세월호 사건이 곧 1주년을 맞는다. 4,5년 뒤 과연 세월호 사건은 우리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 일본의 '대지진 되살리기 작업'을 보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 도쿄(일본)=양정석(일본 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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