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민제의 '닭으로 본 인문학' _ (23) 다산 정약용과 양계의 의미
백민제의 '닭으로 본 인문학' _ (23) 다산 정약용과 양계의 의미
  • 한지은 기자
  • 승인 2015.03.30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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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민제 칼럼니스트
다산 정약용(1762~1836년)은 조선시대 대표적인 실학자다. 『목민심서』, 『경세유표』 등 500권이 넘는 책을 쓴 저술가인 그는 유학자로서 품격, 실용성, 현실성을 함께 생각했다. 이는 그의 진폭이 큰 인생과 관련이 있다. 정약용의 젊은 날은 수원성 축성에 기여하고 암행어사로 활약하는 등 화려했다.

그러나 후원자인 정조의 승하와 함께 그는 몰락한다. 천주교인으로서 박해를 당하고, 황사영 백서사건으로 전남 강진에 유배돼 18년 동안 귀양살이를 한다. 복권은 기약이 없었다.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책쓰기에 몰두했다. 행정의 개선점을 피력했다. 어려서부터 많은 책을 읽은 그는 갖가지 문제점을 현실에 맞게 고칠 것을 주장했다. 노비제도 폐지, 지방행정 쇄신, 토지제도 정비 등이다.

그는 이 과정을 통해 배움을 실천하는 유학자의 품위를 지켰다. 실용성은 주자학에 연연하지 않고 실제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을 찾는 실사구시다. 수원화성 축성 때의 역할도 그런 면으로 볼 수 있다.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은 당시 첨단 기술이 적용됐다. 정약용은 10년이 예상되던 공사를 11대의 거중기를 투입해 28개월로 줄였다.

이는 인물을 알아본 정조와 실학자 정약용의 연구 덕분이다. 정조는 중국에서 수입한 '기기도설'을 정약용에게 보냈고, 정약용은 거중기를 고안했다.

정약용은 가정 교육에서도 현실적이었다. 두 아들이 공부를 열심히 해 유학자의 품격을 지키기를 원했다. 황해도 곡산의 도호부사 시절에 그는 아들들에게  "책과 붓의 향기와 멋을 즐기라"고 교육한 뒤 '서향묵미각(書香墨味閣)'을 지어주었다. 또 "집에서는 오로지 책을 읽고, 예절을 익혀라. 채소를 심고 냇물을 끌어다 연못을 만들고 돌을 모아 정원을 꾸며 선비의 생활을 즐기라"고 훈계했다.

     
 
그가 유배가 된 뒤에는 쓰러진 집안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를 희망했다. 또 한양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독려했다. 한 번 중심에서 밀리면 끝까지 변방 생활을 하는 현실을 적시한 것이다. 이는 공부하지 않는 아들에 대한 실망으로 나타난다. 두 아들에게 주는 편지 '기이아(寄二兒)'에서 '오직 독서만이 생존의 길'이라고 질책한다.

"망한 집안의 아들로서 잘 처신하는 방법은 오직 독서 한 가지밖에 없다. 너희들이 만일 독서하지 않는다면 나의 저서가 쓸모 없게 된다. 나의 책이 쓸모 없게 되면 나는 열흘도 못 되어 병이 날 것이다. 병이 나면 고칠 약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너희들이 독서하는 것이 내 목숨을 살리는 일이 아니겠느냐."

 
정약용은 이와 함께 학문보다는 생계의 현실성도 인정한다. 양계로 삶을 유지하려는 둘째 아들 정학유에게  편지를 썼다. 양계를 하는 데도 깊은 성찰과 연구를 하라고 주문했다. 품위와 실용성의 과학적 방법 추구를 당부했다.

"네가 닭을 키운다는 소식을 들었다. 양계는 좋은 농사다. 양계에도 등급이 있다. 품위 있고 저속한 양계와 청결과 불결의 닭 키우기가 있다. 농서(農書)를 제대로 읽어 양계를 해야 한다. 닭을 색깔과 종류로 구분해 보고, 닭장에 홰를 설치해 보고, 다른 사람의 닭보다 더 번식력이 좋고, 살찌게 해야 한다."

'공부하는 양계인'이 되어 생산성을 높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닭을 통해 의(義)를 익히고, 취미생활도 할 것을 주문한다. 정약용은 닭에 유학자의 품위, 실용성, 생계 방편 등을 모두 담은 것이다.

 

■ 글쓴이 백민제는?
맛 칼럼니스트다.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10년의 직장생활을 한 뒤 10여 년 동안 음식 맛을 연구했다. 특히 건강과 맛을 고려한 닭고기 미식 탐험을 했다. 앞으로 10여년은 닭 칼럼니스트로 살 생각이다. 그의 대표적 아이디어는 무항생제 닭을 참나무 숯으로 굽는 '수뿌레 닭갈비'다. www.supu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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