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그늘 속을 들여다보다
범죄의 그늘 속을 들여다보다
  • 한지은 기자
  • 승인 2015.03.29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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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세상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범죄는 일어나고 있으며 아직도 그들의 행동과 생각을 100% 예측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들은 어떻게, 왜 범죄를 저지르며 언제까지 이 무한 반복의 길을 걸어야 할까.

‘대한민국 1호 프로파일러’가 다년간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분석한 범죄사회 대한민국의 현재를 드러낸다. 곗돈사기와 몰카 범죄 등 일상생활의 작은 범죄부터 정남규와 강호순 등 온 나라를 충격에 빠뜨렸던 강력 연쇄살인 사건까지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종다기한 범죄의 발생 경과와 수사 과정, 법적 처분과 피해자/가해자 처우를 비롯해 범죄 사건이 사회적으로 수용?소비되는 양상과 효과를 사회적 맥락에서 꼼꼼히 짚어 내고 있다.

‘프로파일러’라고 하면 길 그리섬 반장이 지휘하는 <CSI 과학수사대>를 먼저 떠올릴 테지만, 드라마 속 수사 현시로가 우리나라 경찰의 현실은 매우 다르다. 한국 경찰에서는 2004년 범죄심리분석관(프로파일러)을 첫 채용한 이래로 3년 동안 40여명을 선발했고, 그중 지금까지 현직에 남아 있는 프로파일러는 채 20명이 안 된다.

저자 배상훈은 2004년 경찰청에서 공식특채 선발한 1기 프로파일러로서 2009년까지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성북경찰서 형사과 강력팀?과학수사팀 등에서 근무하며 서울서남부 연쇄살인범 정남규 사건, 경기서남부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 안양 초등학생 살인범 정성현 사건, 마포발바리 사건, 광진발바리 사건, 시흥발바리 사건 수사에 참여했다. 프로파일러로서 수사 현장에서 발로 뛰며 느낀 갈등과 고뇌, 분노, 눈물, 연민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도 사회적 관점을 일관되게 견지한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범죄를 비롯해 인간의 모든 행동에는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반드시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행동의 시작과 중간, 그리고 끝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기승전결, 원인과 결과라고 해도 좋다. 이는 피해자들이 당할 만한 이유가 있다는 뜻이 절대 아니다. 모든 행위는 사건을 둘러싼 이들이 처한 상황에서 기인하며 프로파일러는 그 이유를 찾는 사람이다.

사람의 삶과 죽음에 모두 사연이 있듯 모든 사건에는 ‘이야기’가 있으며 그래서 모든 범죄 현장은 단순하지 않다. 이 이야기 안에는 범죄와 관련된 사람의 개인적 특성뿐 아니라 구체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범죄자가 만들어지는지, 범죄 자체가 어떻게 사회적으로 구성되는지, 범죄를 사회(국가)통제 수단으로 작용하게 만드는 기제가 무엇인지 등 다양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범죄는 사회의 일부이자 하나의 시스템이다. 범죄를 범죄 그 자체로 본다면 나무는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며 특히 경찰, 즉, 사법 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기피한다면 본질에 접근할 수 없다.
대한민국 범죄 현장 한가운데 선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범죄 너머의 범죄, 범인 뒤에 가려진 진짜 범인의 실체를 대면하게 될 것이다.

■ 누가 진짜 범인인가
배상훈 지음 | 앨피 펴냄 | 320쪽 | 1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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