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민제의 '닭으로 본 인문학' _ (22) 꼬리가 긴 토종닭과 맛이 좋은 토종닭
백민제의 '닭으로 본 인문학' _ (22) 꼬리가 긴 토종닭과 맛이 좋은 토종닭
  • 이보미 기자
  • 승인 2015.03.29 15: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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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민제 칼럼니스트
토종닭이 인기다. 백숙으로도, 닭도리탕으로도 인기다. 계곡 입구의 식당 마당에는 적갈색이나 황갈색 토실한 닭이 등산객을 유혹한다. 토종닭에는 사랑이 담겨있다. 백년손님인 사위를 위해 장모가 잡던 씨암탉이다.

어려운 시절에 조상들은 토종닭의 달걀로 단백질을 보충했다. 또 생활경제의 밑천으로 활용했다. 땅속에서 먹이를 찾는 강인한 개척정신이 있어 키우는 데도 비교적 수월했다. 그래서 닭을 다섯 덕목 또는 일곱 덕목을 지닌 영물로 받아들였다.

요즘에는 별미로 찾는다. 서양에서 도입돼 개량된 유계나 산란계보다 맛이 뛰어난 덕분이다. 실제로 송나라 때 지은 『개보본초(開寶本草)』에서는 조선의 닭을 약용의 으뜸으로 쳤다. 예부터 내려온 우리나라 닭은 수컷이 26cm, 암컷은 22cm 정도다. 성계가 되면 수컷은 2.3kg, 암컷이 1.8kg 전후가 된다. 꼬리와 다리의 깃털이 많고 길다. 힘이 좋고 활동력도 많다.

전통 토종닭은 꼬리가 긴 것으로 추정된다. 3세기의 중국인들은 우리나라 토종닭을 '세미계(細尾鷄)'로 표현했다. 『삼국지위지동이전』에는 '마한에는 진기하고 아름다운 긴 꼬리를 가진 닭이 있다. 꼬리는 무려 5척이 넘는다(出細尾鷄其尾長五尺餘)'고 했다.

고구려 무용총의 벽화에 그려진 닭도 꼬리가 길다. 신라의 천마총에서는 달걀 껍질이 발굴됐다. 닭의 모습은 남은 게 없지만 역시 꼬리가 길었을 가능성이 있다. 조선에도 꼬리가 긴 닭이 인기였다. 명나라의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는 조선의 장미계의 맛이 월등함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전통 토종닭은 지금 찾아볼 수 있을까. 시골 마당에서 뛰어노는 노랗고 붉은 색의 상당수는 정확한 의미의 토종과 거리가 있다. 토종닭은 수백 년, 수천 년 동안 이 땅에서 살아온 닭이다. 오골계를 비롯하여 토종닭의 종류는 다양하다. 또 최근에 발굴되거나 복원된 종류도 있다. 당국에서 농가에 보급한 청리닭, 고려닭 등이 대표적이다. 국립종축원은 15년 연구를 통해 토종의 형질을 갖춘 우리맛 닭을 대량보급하고 있다.

하지만 시골 뒷마당에서 모이를 쪼고 있는 많은 닭은 개량품종이다. 토종닭은 70~80일 자라야 성계가 된다. 이에 비해 개량된 서양품종은 30~50일만 키워도 육용으로 충분하다. 시중에 유통되는 닭의 90%는 일제시대부터 개량된 서구 품종이다. 특히 한국전쟁 무렵에 미국에서 40만 마리의 닭이 도입됐다.

닭은 세대가 극히 짧다. 이는 순수 혈통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외국에서 품종이 유입되면 급격하게 잡종이 된다. 그렇다고 토종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개량종이 대세가 된 것은 토종의 한계이기도 하다. 토종닭은 씹는 맛이 탁월하고, 감칠맛이 뛰어나다. 올레인산이 풍부해 유난히 구수하다. 하지만 살이 단단하다. 단단함은 쫄깃함이 아닌 딱딱함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래도 토종닭은 비싼 가격으로 먹을 가치가 있다. 역사성과 맛이 담보되기 때문이다. 옛 문헌에 토종닭에는 꼬리가 긴 게 많지만 다양한 형태로 존재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색깔도 붉은색, 검은색, 갈색, 흰색, 회갈색 등으로 여러 가지다. 뼈와 볏, 부리, 정강이 색깔도 조금씩 차이가 있다. 하나의 공통점은 우리 농가와 산야에 맞게 수백 년을 살아왔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 몸에 친연성이 있다는 점이다.

■ 글쓴이 백민제는?
맛 칼럼니스트다.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10년의 직장생활을 한 뒤 10여 년 동안 음식 맛을 연구했다. 특히 건강과 맛을 고려한 닭고기 미식 탐험을 했다. 앞으로 10여년은 닭 칼럼니스트로 살 생각이다. 그의 대표적 아이디어는 무항생제 닭을 참나무 숯으로 굽는 '수뿌레 닭갈비'다. www.supu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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