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민제의 '닭으로 본 인문학' _ (15) 연인의 사랑법과 무정란 그리고 유정란
백민제의 '닭으로 본 인문학' _ (15) 연인의 사랑법과 무정란 그리고 유정란
  • 한지은 기자
  • 승인 2015.03.18 1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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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민제 칼럼니스트
데이트가 무르익은 연인이 즐겨먹는 음식은 무엇일까. 닭 음식인 백숙과 삼계탕 가능성이 있다. 음식은 기호에 따라 선택하겠지만 환경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남성이 여성에게 쏜 큐피트 화살의 명중 확률은 분위기에 따라 달라진다. 일상에서 벗어날 때, 머물던 곳에서 다른 곳에 갈 때 높아진다. 몇 번 만남을 가진 연인이 본능적으로 시내에서 먼 교외를 찾는 이유다. 도심에서 벗어난 경치가 좋은 호수나 산 근처에는 토종 닭 음식점이 많다. 교외로 나가 자장면이나 백반을 먹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산과 호수로 간 연인은 닭백숙과 삼계탕 등으로 원기를 돋울 확률이 높은 것이다. 

닭은 묘한 연애 감정을 일으킨다. 남성들은 어린 여자친구를 '영계'라고 부른다. 영계는 어린 닭이다. 닭은 연인의 상징어로도 쓰인다. 영계, 닭살 커플 등 용법이 이를 알려준다. 닭 음식은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한다. 장모가 사위에게 씨암탉을 잡아주는 이유가 있다. 삼계탕과 백숙은 예로부터 보양식으로 인기를 끌었다. 장모는 딸을 책임질 사위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고영양의 씨암탉 잡기를 마다하지 않은 것이다. 사랑을 나누는 연인의 원기 회복에 제격인 음식이다. 사위가 닭의 천적이 된 것은 『동의보감』 탓도 클 것이다. 『동의보감』에는 '닭이 양기를 보충하고 오장을 튼튼하게 한다'고 적혀 있다.

교외의 경치 좋은 곳을 찾는 이 중에는 불륜도 있다. 정상적인 연인과 불륜은 달걀에 대한 선호도가 다를 듯하다. 정상관계의 연인은 유정란을 찾고, 불륜은 무정란을 좋아할 것이다. 유정란은 병아리로 부화될 수 있는 달걀이고, 무정란은 어미 닭이 21일을 품어도 병아리가 되지 않는다. 불륜이 경계하는 것은 사랑의 씨앗이다. 그들의 바람은 바로 무정란이다. 

간통죄 위헌 판결로 건전한 부부관계가 금이 갈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자정 능력이 있다. 지난날 교복 자율화, 통금 해제 등 때도 걱정의 소리가 있었다. 사회에 다양하고 건전한 생각을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단점보다는 장점으로 승화될 수 있다. 닭의 사회에서는 서열 형성이 안전판 역할을 한다. 투쟁 본능이 있는 닭은 정확한 서열이 정해지면 불필요한 싸움을 적게 한다. 투쟁이 심한 닭의 무리에서는 소수의 닭들끼리만 교미한다. 선택받은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서열이 제대로 자리잡힌 닭의 무리군에서는 다수의 닭들이 교미한다. 닭의 무리 안정성이 높고, 산란율과 수정률이 향상된다.

닭의 사회에서는 서열 안정으로 다양함이 보장될 때 비교적 많은 닭끼리 산란과 수정의 생산적 활동을 한다. 교미 전 이성을 유혹하는 몸짓, 구애행위도 더 발달한다. 수탉의 사랑의지를 본 암탉은 몸을 낮춰 화답하기도 한다. 일부의 암탉은 미리 자세를 낮춰 수탉을 유혹한다. 가축의 세계에서는 종의 유지를 위해 자연스럽게 발달한 관계다.

인간사회도 같은 모습이다. 건전한 사회는 다양성이 열려 있고, 이를 정화할 시민의식이 있다. 욕망과 이성이 적절히 조화되는 관계는 인간의 의지에 달려 있다. 규제하지 않는다고 해서 다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좋고 나쁨, 해서는 될 일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실천할 지성이 있다. 인간과 닭이 다른 점이다. 

■ 글쓴이 백민제는?
맛 칼럼니스트다.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10년의 직장생활을 한 뒤 10여 년 동안 음식 맛을 연구했다. 특히 건강과 맛을 고려한 닭고기 미식 탐험을 했다. 앞으로 10여년은 닭 칼럼니스트로 살 생각이다. 그의 대표적 아이디어는 무항생제 닭을 참나무 숯으로 굽는 '수뿌레 닭갈비'다. www.supu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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