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적 도덕성, 인격의 존엄성
자율적 도덕성, 인격의 존엄성
  • 독서신문
  • 승인 2015.03.16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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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일산정(秋日山情)'

[독서신문] “네 의지의 격률이 언제나 동시에 보편적 입법원리가 될 수 있도록 행위 하라.” “너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인격을 목적으로 대하고 수단으로 대하지 말라.”          -칸트

▲ 칸트

칸트에게 있어 보편적 도덕법칙은 정언명령으로 표현된다. 그중 하나는 ‘네 의지의 준칙이 언제나 동시에 보편적 입법의 원칙으로 타당할 수 있도록 행동 하라’이다. 이는 행동에 대한 원칙들이 사회의 보편타당한 규칙이 될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칸트에 따르면 도덕법칙은 이 세상의 행복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가 어떤가에 관계없이 무조건으로 반드시 이렇게 해야(되어야) 한다고 명령한다(정언명령). 도덕법칙은 그 자체가 최고의 가치를 지니며, 어떤 수단이 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도덕법칙은 정언적(定言的)이며 단언적(斷言的)인 지상 명령이 되는 것이다. 칸트는 이 정언명령을 “그대가 하고자 꾀하고 있는 것이 동시에 누구에게나 통용될 수 있도록 행하라!”고 정식화(定式化)했다.

일반적 도덕법(단언명령)은 누구나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보다 ‘마땅히’ 그렇게 하거나 되어야 할 당위성을 가진다. 그러면 우리는 그와 같은 일을 해낼 ‘수가 있는가?’에서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해야 하기 때문이다”와 같은 것이다. 적어도 도덕행위를 하는 우리는 현상계에 속하는 사물의 영역을 벗어나 하나의 초감성적 세계로 높이 북돋을 수 있게 되어야 한다. 이는 양심이라는 마음속의 고발자, 도덕적 인격의 초시간적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유튜브에 ‘추위에 떠는 노숙 소년’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이 영상은 ­15°C 날씨에 반소매 티셔츠만 입고 2시간 동안 구걸하는 소년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몹시 추운 2시간 동안 어느 누구도 도움을 주지 않는다. 2시간이 지날 무렵 소년 맞은편에서 구걸하던 ‘노숙자’ 남성이 다가가 “나도 홈리스(Homeless)인데 집이 없냐?” “부모도 없느냐?”고 물으면서 자신의 옷을 벗어 소년의 몸에 입혀주고 지폐까지 꺼내 손에 쥐어준다. 결과는 행복하게 끝났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안겨준 영상이었다.

이 동영상은 OckTV에서 실험카메라로 촬영된 영상이다. 행복한 결말 뒤 촬영스텝들은 노숙자에게 감사의 인사와 함께 자신들이 갖고 있던 현금을 주면서 끝난다. 정월 대보름날 보름달이 떠오르고 있던 거리에서 비슷한 상황을 목격하였다. 두 발목이 없는 불편한 몸을 휠체어에 의지하고 어딘가를 바쁘게 달려가는 사람이 있었다. 등 뒤에는 ‘다시서기’라는 글이 붙어있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쓰레기더미에 힐끗힐끗 눈길을 주는 모습은 허기에 지친 모습이었다.

지갑에 마음이 갔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 만지작거리며 뒤만 따라가고 있었다. 그때 한사람이 다가와 군고구마와 저녁 사먹으라며 돈을 쥐어주고 떠나는 모습을 봤다. 순간 정언명령에 따르지 못했던 자신이 초라해졌다. 하늘에 풍만한 보름달이 떠 있건만 ‘반드시’ 따라야 하는 아니 ‘마땅히’ 그렇게 하거나 해야 할 행동을 하지 못한 모습에 양심이 있기나 한 것인지 마음속 고발자에게 묻고 또 물어본 정월대보름날이었다.

/ 편집위원 검돌(儉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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