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기계 관념의 둥근 시계가 아니었다면 우리의 삶은 그리 팍팍하지 않았을 것이다. 닭이 홰를 치는 소리와 도성에서 울리는 종소리와 북소리 정도로 시간을 가늠하기 때문이다. 부정확의 여유가 주는 행복이다.
닭은 새벽에 왜 울까. 인간에게 아침을 알리기 위해 울지는 않을 것이다. 옛사람은 닭이 솟아오르는 태양의 영향을 받아 우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에 의문을 품은 초등학생들이 10여 년 전에 관찰을 했다. 닭이 태양이 뜨는 것을 감지해 운다면 그 시간은 매일 거의 일정할 것이다. 아이들은 이 점을 살폈다. 결과는 닭의 울음시간은 종류별로 달랐다. 새벽 뿐만 아니라 낮에도 울었다. 그래도 대략 새벽의 비슷한 시간대에 많이 울었다. 이를 통해 닭이 동이 트는 영향으로 우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다만 세상의 밝기와 연관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한 궁금증은 일본 나고야대학의 요시무라 다카시 교수팀이 풀었다. 연구팀은 수탉이 새벽에 우는 것은 '체내시계의 리듬'에 따른 것이라고 발표했다. 학자들은 수탉의 규칙적 울음 이유를 생체시계와 외부 자극의 두 가지 가설을 세웠다. 두 그룹으로 닭을 분리해 실험한 결과 '수탉은 아침이 오는 걸 알고 우는 게 아니라 생물학적 영향으로 소리 지른다'는 결론을 내렸다.
닭은 한 번 울면 보통 7~15회를 반복한다. 울음 시간은 3초 전후인데 닭의 종류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닭도 살아있는 생명체다. 자연의 영향을 받는다. 닭은 날씨가 흐리면 맑은 날에 비해 홰에 일찍 오른다. 원래 날짐승이기에 땅에서 비를 맞는 것을 피하려는 본능으로 볼 수 있다. 울음 시각도 맑은 날에 비해 늦다. 기압의 영향으로 활동이 위축됨을 생각할 수 있다.
시계도 없고, 핸드폰도 없던 시대의 조상은 닭과 생체리듬을 같이 했다. 비가 와 흐리면 닭이 늦게 울었다. 사람도 맑은 날보다는 늦게 일어난다. 하루의 시작이 그만큼 늦어진다. 자연의 리듬에 사람과 가축의 리듬이 맞춰지는 것이다. 이때 사람의 신체리듬은 지금보다 편안했을 게 분명하다. 역설적으로 사람은 정확한 시간을 알려고 노력할수록 시간에 속박됐다. 닭의 울음소리에서 해시계, 물시계 등의 각종 기계 발달에 이어 요즘에는 고정밀도 시계가 탄생하였다. 그만큼 우리의 삶은 빈틈이 없어졌다. 때로는 닭의 울음시계에 의지하고 싶다. 이것이 느리게 사는 힐링이 아닐까.
■ 글쓴이 백민제는?
맛 칼럼니스트다.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10년의 직장생활을 한 뒤 10여 년 동안 음식 맛을 연구했다. 특히 건강과 맛을 고려한 닭고기 미식 탐험을 했다. 앞으로 10여년은 닭 칼럼니스트로 살 생각이다. 그의 대표적 아이디어는 무항생제 닭을 참나무 숯으로 굽는 '수뿌레 닭갈비'다. www.supur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