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80원짜리 인생은 행복해질 수 있을까
5,580원짜리 인생은 행복해질 수 있을까
  • 한지은 기자
  • 승인 2015.03.12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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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최저임금 5,580원. 쪼잔한 시급에 비해 대한민국의 시간제 근로자는 20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취업이 안 돼 수년 동안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는 젊은이들은 물론이고, 갑작스러운 은퇴와 취약한 복지로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드는 노인 인구수도 늘고 있다.

이렇듯 대부분의 가족 구성원이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는 삶이란 결코 과장이라 할 수 없는 우리 시대의 혹독한 현실이다. 아르바이트는 더 이상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청춘들의 낭만 서린 경험이 아닌 가족의 생계를 위해 온 가족이 감내해야 하는 불안과 고통이 돼버렸다.

그러나 우리는 단순한 피해자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알바가 갑이다’라는 광고 카피에 반발하는 자영업자와 최근 논란이 된 수많은 ‘갑질’에 분노하면서도 정작 소비자의 위치에 서면 당당히 ‘갑질’을 저지르는 게 우리의 모습이다. 갑에서 을로, 을에서 갑으로 수시로 둔갑하며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비극은 우리가 일상에서 겪고 있는 문제들이다.

무언가 많이 어긋나버린 것 같다. 나는 상상한다. 내가 쥐고 있는 이 밀걸레가 요술 할멈의 빗자루라면 얼마나 좋을까. 시급 따위 잊고 싶다. 당장이라도 이걸 타고 보라보라를 탈출하고 싶어진다. 왜 이곳은 누군가에게는 낙원이면서 누군가에게는 지옥이 되어야 하는 거지? 그것보다 누가 감히 낙원과 지옥을 만들어놓은 걸까?                                                     -본문 84쪽

『알바 패밀리』는 인간이 상품처럼 소비되는 자본주의 시대에 몰락해가는 한 시간제 아르바이트 가족의 이야기로, 좀처럼 나아질 희망도 없는 삶을 보전하기 위해 온 가족이 시간제 일자리를 전전해야 하는 무참한 우리 시대의 초상을 저자 특유의 통렬한 풍자로 그려냈다. 섹션마다 펼쳐지는 가족 구성원 각자의 이야기는 독립적인 완결성을 가지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돼 한 편의 가족사를 완성한다. 사회의 메마른 풍경 속에서 살아가는 작은 개인들의 아픔을 발랄하고 경쾌한 언어로 풀어내며, 시대의 비극과 그것을 견뎌 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족애를 통해 서늘한 감동을 선사한다.

그들은 오늘도 꿈꾼다. “밤낮없이 일을 하다보면 우리 가족은 결국 부자가 되고 말 거야. 정말 엄청난 부자 말이야. 밥을 굶지 않고 관리비 같은 건 밀리지도 않는 부자 말이야. 열심히 일하다보면 희망찬 새날을 맞이할 수 있을 거야.”

■ 알바 패밀리
고은규 지음 | 작가정신 펴냄 | 232쪽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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