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민제의 '닭으로 본 인문학' _ (12) 간통제 폐지와 닭의 생활
백민제의 '닭으로 본 인문학' _ (12) 간통제 폐지와 닭의 생활
  • 이보미 기자
  • 승인 2015.03.13 08: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백민제 칼럼니스트
간통죄가 2015년 2월 위헌 판결을 받았다. 고조선 시대부터 내려온 간통죄의 형사처벌이 사라지게 됐다. 이는 정조관념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적어져 불륜을 조장할 우려도 있다. 간통죄 위헌 판결로 주목받는 가축이 닭이다. 닭은 사람처럼 배우자를 특별히 정하지 않는다. 여러 상대와 관계를 한다. 서열이 높은 수탉은 물론 서열이 낮은 수탉도 암컷을 강제로 정복하기도 한다. 닭은 여러 상대와 짝짓기하는 문란한 생활을 한다. 남성이 새로운 여성에게 눈을 돌린다는 '쿨리지 효과'도 닭과 관계가 있다. 사실 여부가 불분명한 이 이야기는 미국 30대 대통령 캘빈 쿨리지의 일화로 알려지고 있다.

쿨리지의 아내 그레이스가 국영농장을 찾았다. 마침 수탉이 암탉을 향해 여러 차례 돌진을 했다. 그레이스는 얼굴을 붉히며 "대체 하루에 몇 번이나 할까"라고 중얼거렸다. 농장 주인은 "열두 번 정도는 합니다"라고 대답했다. 눈이 휘둥그레진 그레이스는 "남편에게 이 말을 꼭 전해주세요"라고 했다. 얼마 후 쿨리지가 농장을 찾았다. 농장 주인으로부터 아내의 말을 전해들은 그는 "수탉은 매번 같은 암탉과 짝짓기를 하느냐"고 물었다. 농장주인은 "아닙니다. 매번 바뀝니다"라고 대답했고, 쿨리지는 곧바로 "그 말을 내 아내에게도 꼭 해주세요"라고 했다.

사람이나 동물에게는 종족보존 본능이 있다. 수컷이 많은 암컷과 어울릴 때 종족이 보존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조물주는 수컷이 새로운 암컷에 대해 성적 자극을 느끼도록 창조했다. 이것이 사회생물학적 이론이다. 인간은 사회를 형성했다. 사회를 만들면서 가장 효율적인 관계가 일부일처제임을 알았다. 다른 여인에게 관심이 있지만 자제를 했다. 개인의 본능보다 전체 구성원의 안전을 추구하는 게 행복에 가까움을 알고 실천했다. 자신의 아내나 여자친구 외에는 눈을 감아야 했다. 이는 사회생물학적 이론의 본능과 충돌하지만 사람은 큰 행복을 위해 작은 욕망을 버리기에 수긍했다. 러시아 문학가 막심 고리키는 "부부는 쇠사슬에 함께 묶인 죄인이다. 발을 맞춰 걷지 않을 수 없다"고 일부일처 운명을 이야기했다.

이 같은 합리적인 대안은 때로는 광적인 형태의 여성 성 억압으로 나타났다. 성리학 명분론이 드셌던 조선에서는 남의 아내와 둘이서 다정히 밥만 먹어도 간통으로 처벌됐다. 정조 시절에는 정황적 간통을 인정했다. 1787년 철산의 백성 서돌남이 들에서 일을 하고 집에 들어왔다. 때마침 낯선 남자가 아내와 마주앉아 밥을 먹으며 치마를 잡아당기고 있었다. 눈에서 불이 난 서돌남은 남자를 때려죽였다. 살인 혐의로 체포된 그는 곧 풀려났다. 재판부가 '부부가 아닌 남녀가 마주 앉아 밥을 먹거나 치마를 당기는 행위를 간통'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정조를 지키려는 여성이 겁탈하려는 남성을 죽인 경우는 정당방위를 인정했다. 정조 등 조선의 임금들은 이 같은 행위를 퇴폐적인 성문화를 바로잡고 풍속을 교화하는 지름길로 보았다.

닭은 문란한 생활을 하지만 정자만큼은 튼튼한 것을 원했다. 레베카 딘 영국 옥스포드대 진화생물학자 등의 연구에 따르면 암탉은 여러 수컷과 관계를 한 뒤 정액의 80%를 밖으로 배출한다. 첫 관계를 한 힘이 센 수탉의 정자보다 나중에 짝짓기를 한 수탉의 정액을 더 많이 배출한다. 이를 통해 유전적으로 우등한 후손이 태어날 가능성을 높인다.

사람과 닭은 차이가 있어야 한다. 사람은 본능을 이성으로 잠재웠다. 그 결과 수준 높은 문화를 만들었다. 간통죄가 사라졌다고 유부남과 유부녀가 거리감 없이 행동한다면?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다. 

■ 글쓴이 백민제는?
맛 칼럼니스트다.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10년의 직장생활을 한 뒤 10여 년 동안 음식 맛을 연구했다. 특히 건강과 맛을 고려한 닭고기 미식 탐험을 했다. 앞으로 10여년은 닭 칼럼니스트로 살 생각이다. 그의 대표적 아이디어는 무항생제 닭을 참나무 숯으로 굽는 '수뿌레 닭갈비'다. www.supure.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