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민제의 '닭으로 본 인문학' _ (8) 글쓰기와 콜럼버스의 달걀
백민제의 '닭으로 본 인문학' _ (8) 글쓰기와 콜럼버스의 달걀
  • 한지은 기자
  • 승인 2015.03.0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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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민제 칼럼니스트
글쓰기는 항상 고민이다.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까? 이 물음은 고등학교 때나 칼럼을 쓰는 지금이나 똑같다. 쓸거리에 대한 주제를 정하면 기술 방법과 내용에 신경 써야 한다. 내용은 앞선 이와 같이 쓰면 의미가 적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면 읽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글은 작가가 직접, 간접 경험을 녹여 다르게 써야 한다. 그래야 쓰는 이도 만족하고, 읽는 이도 공감할 수 있다. 경험은 넓게 보면 지식의 한 부분이다. 글 쓰는 이는 경험이 생명이다. 지식은 창의성을 부른다. 글은 창의적으로 써야 한다.

필자는 창의성을 얻기 위해 신문의 스포츠 기사를 정독한다. 대중적인 스포츠 스타는 불과 몇 명이다. 이들은 거의 매일 기사화된다. 그들의 생활은 단조롭다. 어제 한 훈련을 오늘 하고, 내일도 반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기사는 다양하게 쏟아진다. 기자가 본능적으로 다르게 본 결과다. 다르게 봄이 창의적 사고의 원천이다. 다르게 보는 것은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신경회로처럼 연결된 지식과 지식을 융합해 전혀 다른 산물을 만들 수 있다.

지식이 쌓인 상태에서 다른 시각으로 보고, 창의적 사고를 한 좋은 글을 보았다. 김민웅 교수가 쓴 '콜럼버스 달걀에 대한 문명사적 반론'이다. '콜럼버스의 달걀'은 발상의 전환을 이야기할 때 곧잘 인용된다. 콜럼버스는 아메리카 대륙 상륙을 대수롭지 않게 보는 사람들과 즉석 달걀 세우기 논쟁을 했다. 콜럼버스가 달걀의 밑을 깨 세웠다. 여기에는 처음이 어려울 뿐이고, 새로운 시도를 하면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다는 메시지가 있다.

그런데 작가는 발상의 전환 단골메뉴인 '콜럼버스의 달걀'을 다른 시각으로 접근한다. 핵심은 '달걀을 세울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타원형 달걀은 둥지에서 구르더라도 밖으로 이탈하지 않도록 고안된 점에 주목했다. 자연의 생명 섭리에 최적합한 게 타원형 달걀이다. 달걀을 세우려는 시도를 생명존중 원칙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보았다. 달걀을 깬 것은 발상의 전환보다는 인간 탐욕이나 반 생명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작가는 제국주의 침략과 현대사회 문제점을 달걀을 깨트리는 이기주의에서 살핀 뒤 결론을 내린다.

'발상의 전환은 달걀을 어떻게 하면 세울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갇혀 그 답을 모색하는 일에서 가능한 것이 아니라, 달걀의 모양새가 왜 타원형인가를 진지하게 묻는 일에서 시작된다. 원래의 타원형을 지키는 새로운 노력이 오늘의 상식을 깨지 못할 때 생명의 신음 소리는 도처에서 계속 들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의 죽음으로 다가오게 된다. 바로 이러한 문명사적 위기를 극복하려는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발상 전환의 출발점이 아닌가.'

작가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다르게 보았다. 그 결과 상식을 뒤집는 글을 썼다. 멋진 글은 두 가지 배경지식이 있기에 가능했다. 타원형 알의 생물학적 지식, 제국주의에 대한 역사 문화적 지식이다. 충분한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다르게 본 결과 달걀을 통해 침략적 제국주의 세계관을 비판할 수 있었다. 또 논리가 정연하기에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창의적 사고는 달걀을 얻기 위해 닭의 배를 가르는 게 아니다. 달걀을 깨뜨리는 것도 아니다. 자연현상, 인문현상에 의문을 갖고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고민하는 것이다. 또 중요한 것은 현재의 삶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요리사들도 이런 점에서 고민한다. '숯불에 닭갈비'를 예로 든다. 숯의 효능, 자연에서 키운 닭과 좁은 공간에서 사육된 닭의 스트레스 차이, 익힌 음식과 삶은 음식의 맛 차이 등 다양한 연관 지식을 두루 알 때 영양과 맛이 일품인 닭갈비를 식탁에 올릴 수 있다.

■ 글쓴이 백민제는?
맛 칼럼니스트다.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10년의 직장생활을 한 뒤 10여 년 동안 음식 맛을 연구했다. 특히 건강과 맛을 고려한 닭고기 미식 탐험을 했다. 앞으로 10여년은 닭 칼럼니스트로 살 생각이다. 그의 대표적 아이디어는 무항생제 닭을 참나무 숯으로 굽는 '수뿌레 닭갈비'다. www.supu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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