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석전', 그들이 손에 쥔 것은 돌뿐만이 아니었다
연극 '석전', 그들이 손에 쥔 것은 돌뿐만이 아니었다
  • 오영선 객원문화기자
  • 승인 2015.03.0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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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석전' 포스터<사진제공=씨즈온>

[독서신문 오영선 객원문화기자] 버스를 타고 가다보면, 길가에 태극기가 꽂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펄럭이는 태극기를 무의식적으로 보다가 왜 꽂혀있나 생각해보니, 곧 3·1절인 것을 알아차렸다. 그런데 3·1절이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명쾌하게 답을 내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급하게 휴대폰으로 검색해보니 '3·1절은 1919년 3월 1일, 한민족이 일본의 식민통치에 항거하고, 독립선언서를 발표해 한국의 독립 의사를 세계만방에 알린 날을 기념하는 날'이라고 뜬다.

요즘 사람들은 저마다의 문제에 급급해 과거와 역사를 돌아볼 시간이 별로 없어 보인다. 그저 현재를 좀 더 즐기기를 원한다. 때문에 대학로에는 로맨스와 코믹 연극이 성화를 이룬다. 그런데 이러한 대세를 따르는 대신, 우리의 역사를 기억하자는 투지로 뭉친 젊은이들이 있으니 바로 극단 종로예술극장의 새로운 창작연극 <석전>이다. 제목과 포스터부터 묵직한 이 연극은 예술을 통해 이전의 역사뿐만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보고자 한다.

연극 <석전>은 편을 나눠 돌팔매질을 하며 싸우는 풍습으로 정월 대보름이나 단오 등 큰 명절에 각 지방에서 행하던 남성들의 놀이이다. 주인공 김치수, 목하, 하만식은 석전 패거리에서 뛰어난 투석꾼들이다. 그들은 대한제국 멸망 이후, 연해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우연히 독립 운동가들을 이끄는 영웅이 되고 점점 애국심에 불타오르게 된다. 가장 아래의 신분에 있던 그들이 ‘일제’라는 가장 높은 곳에 대항해 던지는 돌들은 총과 칼에 비하면 터무니없는 무기이다. 그러나 그 돌 하나에 아버지의 한, 또 돌 하나에 집나간 누이의 설움을 담아 던지는 것을 보고 있자면 무식하리만큼 처절하고 간절하다. 사랑하는 내 사람들, 내 가족을 지키려는 순수한 젊은이들의 모습은 현시대의 젊은이들과 다를 게 없었다.

<석전>은 석전 패거리뿐만 아니라 105인 사건이나 사진 신부, 선교사 등 실제로 그 시절에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과 이야기들을 기반으로 하며, 대한제국 멸망 이후에 우리나라에 머물던 외국인과 일본인들까지 등장해 관객에게 역사적 정보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사극이라는 장르와 더불어, 돌을 던지는 모습이 여느 극보다 더욱 더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빠른 전개와 다양한 무대 활용, 석전 장면을 표현하는 데 일조를 준 조명까지, 관객은 한편의 만화를 보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구한말의 젊은이들의 전하는 애국심과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연극 <석전>은 대학로 정보 소극장에서 4월 5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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