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민제의 '닭으로 본 인문학' _ (7) 개그콘서트 '닭치고' 팀과 닭의 다섯 덕목
백민제의 '닭으로 본 인문학' _ (7) 개그콘서트 '닭치고' 팀과 닭의 다섯 덕목
  • 이보미 기자
  • 승인 2015.03.06 1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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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민제 칼럼니스트
두뇌가 뛰어나야 하는 직업은? 어리석은 질문이지만 필자는 굳이 '개그맨'이라고 답하고 싶다. 개그맨은 수명이 짧다. 매일처럼 색다른 아이디어를 내고, 시청자로부터 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개그맨은 연기력이 우선 좋아야 하지만 창의력이 극히 빼어나지 않으면 오래 가지 못한다. 즉 두뇌가 아주 뛰어난 직업인이다. 이는 대중스타로 오래 생존하는 필수조건이다. 여기에 아름다운 인간미가 덧붙여지면 완전조건에 가깝다.

시민에게 웃음을 주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KBS 2TV의 <개그콘서트>다. 2015년 첫 달에는 이 프로그램의 '닭치고'에 출연하는 송준근과 쌍둥이 개그맨 이상호 이상민의 선행이 사회를 훈훈하게 했다. 이들은 기사가 나기 두 달 전에 췌장암 말기 환자를 위한 결혼기념일 이벤트를 열었고, 동료 연예인과 장애인이나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온 것으로 보도됐다.

닭을 소재로 웃음을 주는 개그맨들의 선행은 옛 문헌과도 맥락이 이어진다. 노나라의 재상 전요는 애공에게 닭의 다섯 가지 덕인 계오덕(鷄五德)을 말했다. 『논어』에도 등장하는 애공은 공자가 살던 기원전 400년대의 노나라 왕이다. 계오덕은 한나라의 한영이 지은 『한시외전(韓詩外傳)』에 실려 있다. 

첫째는 학문의 덕을 의미하는 두재홍관위지문(頭載紅冠謂之文)이다. 닭 벼슬은 마치 관리들의 모자(官帽)와 같다. 많이 바르게 아는 문(文)을 상징한다. 둘째는 힘의 권위를 말하는 족유전기위지무(足有塼拒謂之武)이다. 닭의 덧달린 발톱인 며느리발톱은 매우 날카롭다. 상무정신(尙武精神)과 통하는 무(武)를 연상시킨다. 셋째는 맞서 싸우는 용감함을 뜻하는 영전감투위지용(迎戰敢鬪謂之勇)이다. 닭은 싸움이 시작되면 죽을 때까지 피하지 않는 용감한 기질이 있다. 용(勇)을 일깨우게 한다.

넷째는 인자한 군자를 연상하게 하는 견식상호위지인(見食相呼謂之仁)이다. 어미 닭은 알을 품어 부화시킨다. 먹이를 혼자 먹지 않고 다른 닭을 불러 같이 먹는다. 가히 군자의 인(仁) 실천을 보는 듯하다. 다섯째는 믿음을 심는 사신보시위지신(司晨報時謂之信)이다. 닭은 인간에게 울음소리로 새벽을 알려준다. 시간을 제 때 알려주는 신(信)의 상징이다.

개그맨들의 아름다운 행위는 위 다섯 가지 중 인(仁)에 가장 부합된다. 사람이 갖춰야 할 다섯 도리인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단순화시키면 인(仁)을 가장 큰 가치라고 할 수도 있다. 옛 성인들은 인(仁)을 어려운 일의 실천에 앞장서고 그 결과물을 부차적인 것으로 여기는 것으로 보았다. 개그맨들의 행위는 안타까운 일을 본 뒤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했을 뿐 결과가 알려지기를 바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같은 아름다움은 유학자들의 큰 덕목이었다.

공자의 제자인 안연이 스승에게 질문했다. "인이란 무엇입니까?" "사사로운 이기심을 넘어 예를 실천하는 것이다. 그렇게 행하면 어질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인의 실천은 스스로에게 비롯된다. 이를 위해 예가 아닌 것은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고, 행하지도 말라."
그러나 고전은 어려울 수 있다. 이에 아주 단순한 풀이도 있다. 공자는 번지에게 "인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자는 또 사랑의 방법으로 생활은 공경스럽게, 일처리는 경건하게, 사람과의 만남은 충직을 들었다.

닭에게서 읽는 다섯 가지 마음. 이를 실천에 옮기면 사회는 밝아질 것이다. 필자부터 숯불에 닭갈비를 구울 때마다 한 가지씩 좋은 마음을 떠올려야겠다.

■ 글쓴이 백민제는?
맛 칼럼니스트다.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10년의 직장생활을 한 뒤 10여 년 동안 음식 맛을 연구했다. 특히 건강과 맛을 고려한 닭고기 미식 탐험을 했다. 앞으로 10여년은 닭 칼럼니스트로 살 생각이다. 그의 대표적 아이디어는 무항생제 닭을 참나무 숯으로 굽는 '수뿌레 닭갈비'다. www.supu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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