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치킨 전문점은 대략 5만 개로 편의점보다 많다. 간식 개념인 치킨의 영업점이 주식 개념인 외국의 그것에 비해 많은 현실이다. 큰 수익은 힘들지만 불경기 시대에 선방하는 업종이기도 하다. 치킨 전문점은 프랜차이즈에서 영업률 상위에 속한다.
한국인 1인당 한 해 평균 닭고기 소비량은 13~14kg이다. 60kg이 넘는 아랍에미리트에 비해서는 낮지만 세계적으로 적지 않게 먹는 나라다. 우리나라 사람은 1kg 전후의 영계를 좋아한다. 외국인은 1.5kg 안팎의 성계의 특정 부위별로 선호한다. 우리나라 치킨시장 규모는 5조~6조 원으로 추산된다. 속담에 '닭 먹고 오리발 내민다'는 표현이 있다. 이는 성립되기 쉽지 않다. 오리 사육은 약 1,300만 마리다. 닭을 먹은 열 명에 한 명꼴로 오리발을 내밀 수치다.
치킨업체가 많다 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한 치킨집은 '무한리필'이라는 닭살 돋는 마케팅을 하고 있다. 물론 접시 위의 치킨을 깨끗하게 다 먹은 뒤에 주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있다. 또 무한리필을 해도 대식가 일부를 제외하고는 많이 먹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곳에는 도전의식이 강한 젊은 닭살커플이 많다.
닭살커플은 여느 닭고기 집에서도 볼 수 있다. '수뿌레 닭갈비' 아르바이트 대학생인 김민희 씨(가명)가 뽑은 닭살커플 고객 세 유형이다. 첫째가 닭 가슴살을 시켜놓고 상대의 가슴을 보는 커플이다. 둘째는 상대에게 '아'하게 한 뒤 구운 닭갈비를 입에 넣으면서 자신의 입도 벌리는 커플이다. 셋째는 음식을 앞에 두고 대화는 대화대로, 문자는 문자대로 따로 주고받는 커플이다.
닭을 먹으면 사랑도 익어갈 듯하다. 닭살 돋는 멘트도 자연스럽게 날릴 듯하다. 그런데 닭 소비량이 많은 우리나라는 갈수록 부부 금슬에 문제가 있는 듯하다. 한 해에 이혼이 11만 쌍으로 하루 평균 333쌍이 헤어지고 있다. 전체 이혼자는 160만 명에 이른다. 부부가 닭살 돋게 살아야만 이겨낼 수 있는 험한 세상, 힘든 세상이 아닌가. 그런데 서로 이별하는 연인이 늘고 있다.
인스턴트 시대 분위기를 탓할 수도 있지만 너무 가슴 아픈 현실이다. 참숯에 굽는 따끈하고 오래가는 사랑이 필요한 시대다. 지난 2월 26일에는 대법원에서 간통죄가 위헌으로 결정됐다. 간통죄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부부간의 정조 의무는 법의 판단이 아닌 둘의 진지한 믿음의 영역으로만 남게 됐다.
남녀가 많이 들르는 곳이 치킨집이다. 통닭이나 닭갈비를 앞에 두고 진지한 사랑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닭 가슴살을 입에 대면서 연인을 위해 닭살 돋는 코멘트를 한 번씩 해보자. 혹시 아는가. 이런 문화가 성숙되면 이혼율이 급격하게 낮아질 지!
■ 글쓴이 백민제는?
맛 칼럼니스트다.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10년의 직장생활을 한 뒤 10여 년 동안 음식 맛을 연구했다. 특히 건강과 맛을 고려한 닭고기 미식 탐험을 했다. 앞으로 10여년은 닭 칼럼니스트로 살 생각이다. 그의 대표적 아이디어는 무항생제 닭을 참나무 숯으로 굽는 '수뿌레 닭갈비'다. www.supur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