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민제의 '닭으로 본 인문학' _ (4) 닭이 알을 품은 '금계포란'과 사업 번성
백민제의 '닭으로 본 인문학' _ (4) 닭이 알을 품은 '금계포란'과 사업 번성
  • 한지은 기자
  • 승인 2015.03.0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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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민제 칼럼니스트
풍수에서 좋은 곳 중의 하나가 '금계포란(金鷄抱卵)'이다. 집이나 사업장, 묘지로 인기가 많은 금계포란형은 닭이 알을 품고 있는 형태다. 이 같은 장소는 생산의 의미가 강하다. 풍수가들은 이 같은 곳에 집이나 사업장을 지으면 좋은 기운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닭의 상서로움에서 연유됐다. 민속에서 금계(金鷄)는 하늘의 닭(天鷄)이다. 하늘의 닭이 아침이 다가옴을 알리면 땅의 닭이 따라서 운다. 이때가 새벽이다. 닭은 한 번에 십 수 마리의 병아리를 부화시킨다. 자손 운이 큰 조류다. 금계가 알을 품고 있는 형태의 터에 자리잡으면 부귀영화, 후손 발복, 재물 등의 운이 이어질 것으로 믿는 근거다.

좋은 것은 좋게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다. 필자는 풍수설을 믿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무실이나 사업장을 선택할 때 가급적 금계포란형을 마음에 둔다. 풍수가들은 금계포란형의 사례를 여러 곳에서 들고 있다. 재벌회장의 저택, 그룹의 사옥, 대단위 아파트 등의 사례에서 원인과 결과를 설명한다. 이를 통해 금계포란형의 영험을 입증해낸다. 한 지관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곳이 조선시대 풍수의 대가인 도선국사가 명당으로 지목한 산을 배경으로 한 것으로 보고, 브랜드 가치가 높은 이 건설사의 잘 나가는 원인을 생각하기도 했다 이 같은 해석은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기왕이면~'이라는 심리에 닭이 알을 품는 땅을 찾으려고 한다.

조선의 사대부들은 풍수에 유난히 관심이 많았다. 많은 사람이 필요 이상의 관심을 보이는데 대한 반발도 있었다. 실학자 박제가는 『북학의』에서 풍수설에 빠진 사대부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운명을 말하는 사람은 천하의 모든 일을 운명 관점에서 보고, 관상에 빠진 이는 모든 것을 관상으로 풀고, 무당은 점으로만 이야기하고, 지관은 모든 것을 땅의 기운에 귀속시킨다. 이는 모두 잡술이다. 식견이 있는 사람이 관직에 나가면 풍수 서적을 불태우고 풍수가의 활동을 금지해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힘 있는 사대부의 상당수는 금계포란 지형을 찾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다. 옛 명당으로 일컬어지는 곳에 금계포란형이 많은 이유다. 그 중의 일부는 관광자원이 되었다. 경북 봉화의 닭실 마을이 대표적이다. 닭실은 마을 동쪽의 옥적봉이 수탉을, 마을 서쪽의 백운령이 암탉을 닮은 데서 유래됐다. 조선 중종 때의 학자인 권벌의 일가가 이룬 동족마을인 이곳은 청암정이라는 아름다운 정자도 있어 드라마 장소나 영화 촬영장으로 활용될 정도로 인기를 끈다.

닭실 마을은 계유정난의 아픔도 보듬고 있다. 수양대군이 조정신료를 제거하고 정권을 잡은 이 사건 때 정승 황보인의 남자 가족은 몰살을 당한다. 이때 여종 단량이 황보 인의 손자 단(端)을 물동이에 숨겨 머리에 이고 도성을 빠져 나왔다. 단량은 800여리를 걸어 황보 인의 딸이 사는 닭실 마을로 피했다. 다시 구룡포로 옮긴 단량은 단의 어머니가 되어 숨어 살았다. 단의 후손은 4대 290년 동안 숨어 살다가 숙종 때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황보 인의 핏줄이 이어지게 된 거점이 닭실 마을이다. 금계가 알을 품는 이곳에 황보 인의 여종은 핏덩이 단을 이고 찾아왔고, 기적적으로 생명이 이어지게 되었다.

금계포란의 터. 과연 믿을만한가. 세상은 믿는 대로 보이는 법이다. 사람은 행동하는 대로 변화된다. 하늘의 닭이 아침을 알리는 울림을 하듯이, 일찍 일어나고 열심히 일하는 게 복을 부르는 지름길일 것이다.

■ 글쓴이 백민제는?
맛 칼럼니스트다.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10년의 직장생활을 한 뒤 10여 년 동안 음식 맛을 연구했다. 특히 건강과 맛을 고려한 닭고기 미식 탐험을 했다. 앞으로 10여년은 닭 칼럼니스트로 살 생각이다. 그의 대표적 아이디어는 무항생제 닭을 참나무 숯으로 굽는 '수뿌레 닭갈비'다. www.supu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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