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민제의 '닭으로 본 인문학' _ (2) 닭과 까마귀의 사랑
백민제의 '닭으로 본 인문학' _ (2) 닭과 까마귀의 사랑
  • 한지은 기자
  • 승인 2015.02.2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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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민제 맛 칼럼니스트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울까. 사람이 닭에게 배울 점은 없을까. 닭과 생활하면서 이같은 생각을 가끔 생각한다. 사람은 분명 꽃보다 아름답다. 사람의 활짝 핀 모습은 더 없이 아름답다. 하지만 닭보다 못할 때도 있다. 생각이 짧거나 모자란 사람에게는 '닭 머리'라고 하는 게 꼭 잘못된 것이 아닐 때도 있다. 옛사람은 부모에게 효도하기를 권장했다. 이를 미물인 까마귀나 닭에 비유해 설명했다. '반포지효(反哺之孝)'가 그 예다.

자식이 어버이를 지극히 공경하는 까마귀의 효도인 '반포지효'는 중국 진(晉)나라 때 나온 말이다. 임금으로부터 고위 관직을 받은 이밀은 연로한 할머니를 모시기 위해 사양한다. 임금은 화를 냈고, 그는 "까마귀도 어미 새의 은혜에 보답합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만 모시게 해 주십시오"라고 간청한다. 까마귀의 효도를 '반포지효(反哺之孝)'라고 한다. 『본초강목』에 의하면 까마귀는 처음 60일은 어머니로부터 먹이를 받아먹지만 다 성장하면 어미를 먹여 살린다. 이를 두고 옛사람은 까마귀가 어미의 습성을 반포한다고 해서 '반포조(反哺鳥)'라고 했다.

닭을 통해 자식의 자세를 돌아볼 수 있다. 조선 정조 때의 학자인 김약련의 문집인 『두암집』에 '인계설'이 나온다. '인계설'은 '사람 닭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승정원 좌승지를 지낸 김약련은 효부전 5편, 열녀전 7편, 동물전 3편 등의 글을 남겼다. 그는 사람이 사람답지 못하면 닭과 무엇이 다르냐는 취지로 글을 지었다.

닭을 유심히 본 김약련은 한 흐름을 알았다. 새끼 닭을 매우 사랑한 어미 닭이 자신의 어미 닭 모이를 새끼에게 먹이는 경우가 있었다. 새끼 닭이 자라 병아리를 깠다. 어미가 된 닭은 자신을 낳아준 닭과 다투어 모이를 자신이 깐 병아리에게 주었다. 김약련은 이를 보고 탄식했다. 인간 세상과 견주어 한탄했다.

"어미 닭이 병아리를 키울 때, 그 새끼 닭이 자라 그 어미 닭이 그 할머니 닭에게 한 행위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겠는가. 사람도 이와 무엇이 다른가. 열이면 열 다 부모를 제대로 모시지 못한다. 이에 비해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백 명 중에 한 명 정도이다. 또 자식이 자신을 잘 모시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은 일천 명 중 한 명에 불과하다." 그는 결론을 내린다. "사람이 닭과 같을 수는 없다. 닭과 같은 행동을 하면 사람이 아니다. 닭과 같은 사람을 '사람 닭'이라고 해야 한다."

요즘 각 단체에서 효 문화 전파에 적극적이다. 노인의 노인다움과 함께 젊은 세대에게 부모 봉양에 더 적극적일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젊은 세대를 탓하기만 할 수는 없다. 효도의 근본정신이 희박해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부모 봉양의 방법이 달라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 요즘은 핵가족을 넘어 1인 가족시대다. 예전 대가족 시대와는 다르다. 농업경제 사회도 아니다. 1인 가족시대에 맞는 방법으로 바뀌는 것일 뿐이다. 예전에 비해 지금이 효자가 적은 것은 아니다. 예전에 불효자가 더 많았을 수도 있다. 이는 김약련의 글에서도 추측할 수 있다.

숯불에 닭갈비를 구우면서 효도를 생각한다. 무항생제로 키운 닭을 참나무 숯에 구워 부모님께 한 번 올리면 어떨까. 예나 지금이나 효도의 좋은 방법은 맛있는 것, 청정한 먹거리를 어른과 함께 먹는 소박함이 아닐까.

■ 글쓴이 백민제는?
맛 칼럼니스트다.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10년의 직장생활을 한 뒤 10여 년 동안 음식 맛을 연구했다. 특히 건강과 맛을 고려한 닭고기 미식 탐험을 했다. 앞으로 10여년은 닭 칼럼니스트로 살 생각이다. 그의 대표적 아이디어는 무항생제 닭을 참나무 숯으로 굽는 '수뿌레 닭갈비'다. www.supu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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