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민제의 '닭으로 본 인문학' _ (1) 사랑 고백과 닭 가슴살
백민제의 '닭으로 본 인문학' _ (1) 사랑 고백과 닭 가슴살
  • 한지은 기자
  • 승인 2015.02.25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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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인간의 삶에 관한 학문이다. 인간이 만드는 문화, 인간 자체를 탐구하는 것이다. 철학 문학 역사 등 모든 삶의 양식이다. 그런데 근본적으로 문화를 향유하고 철학을 생각하는 것은  먹을거리가 충족돼야 한다. 맛을 안 뒤 멋을 아는 게 순서다. 한국인과 오랜 시간 같이 한 게 닭이다. 특히 요즘에는 밥에 버금갈 정도로 닭을 활용한 음식에 친근하다. 한국인의 미각은 닭과 연관성이 깊다. 닭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백민제 맛 칼럼니스트가 닭과 음식을 인문학적으로 풀어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 주>


▲ 백민제 맛 칼럼니스트
여성들이 좋아하는 닭고기의 부위는 가슴살이다. 뼈가 없는 가슴살은 닭의 부위 중 가장 많은 양의 살코기가 있다. 닭 가슴살은 몸매에 신경 쓰는 여성과 비만에 시달리는 남성에게도 인기가 높다. 닭 가슴살은 단백질이 많은 반면 지방이 적고, 칼로리가 낮다. 비타민이 풍부한 채소와 궁합을 이루면 다이어트에 적격이다.

또 메티오닌 등 필수 아미노산도 풍부해 간질환이 걱정인 사람도 즐겨 찾는다. 이 부위는 희고 기름기가 적기에 맛이 담백하고 부드럽다. 소화 흡수가 잘 돼 찜, 구이, 냉채, 샐러드, 볶음요리 등 다양하게 활용된다. 다만 가슴살은 백색근섬유로만 구성된 탓에 육즙의 손실이 쉽게 일어날 수 있다. 많은 가슴살 요리가 퍽퍽한 이유다. 따라서 요리사의 실력이 도드라지는 부분이다.

닭 가슴살은 순정과도 연계된다. 하얀 마음으로 대변된다. 닭의 여러 부위 중에 가장 희다. 이에 견주에 연인들이 순수한 사랑의 의식 행위로 닭 가슴살을 나누는 예도 있다. 또 다른 남성(또는 여성)에게 날아가지 않고 영원히 함께 하기를 기원하는 의미가 있다. 이같은 사랑 표현법은 닭은 조류이지만 나는 것을 거의 잃어버린 데서 착안된 것이다. 원래 날 짐승인 닭은 인간과 함께 살면서 날기 본능이 옅어졌다.

꿩과의 조류는 다른 새들에 비해 나는 데 약하다. 고작 가까운 거리를 나는 정도다. 닭, 꿩, 금계, 공작 등이 꿩과에 속한다. 특히 닭은 날개보다는 튼튼한 다리를 갖고 있다. 먹이를 구하기 위해 발로 땅을 파헤친다. 오랜 기간 날지 않은 탓에 날개 근육이 크게 발달하지는 않았다. 운동하지 않는 가슴살은 점점 희게 변했다. 근육은 운동을 할 때 산소가 필요하다. 혈액인 산소를 운반해오면 근육세포에 있는 미오글로빈이 신속한 공급 역할을 한다. 고기가 붉은 이유는 미오글로빈의 색깔 때문이다. 따라서 운동을 많이 하는 부위는 색이 짙은 반면 운동이 적은 근육은 흰색에 가깝게 된다.

닭의 경우도 운동이 많은 다리는 검은 색에 가깝다. 조류에서도 오랜 비행을 하는 새일수록 가슴살이 짙다. 닭은 집을 떠나지 않는다. 이는 가슴살의 색깔에서 입증된다. 요즘은 '인스턴트 사랑의 시대'라고 한다. 하지만 진지한 사랑을 원하는 젊은이가 더 많다. 실제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영원성을 담기를 원하는 연인들의 마음을 닭 요리 집에서도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다. 여러 메뉴 중에서 닭 가슴살을 주문하는 이가 의외로 많다. 연인들은 먹거리에서도 사랑을 담고 싶은 듯하다.

■글쓴이 백민제는?
맛 칼럼니스트다.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10년의 직장생활을 한 뒤 10여 년 동안 음식 맛을 연구했다. 특히 건강과 맛을 고려한 닭고기 미식 탐험을 했다. 앞으로 10여년은 닭 칼럼니스트로 살 생각이다. 그의 대표적 아이디어는 무항생제 닭을 참나무 숯으로 굽는 '수뿌레 닭갈비'다. www.supu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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