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칼럼] 문화기획자 오현성의 '읽어내는 문화트렌드' _ (5) 눈으로 하는 미식(美食), 스마트폰을 타고 흐르는 허언 속 개인의 정체성
[문화 칼럼] 문화기획자 오현성의 '읽어내는 문화트렌드' _ (5) 눈으로 하는 미식(美食), 스마트폰을 타고 흐르는 허언 속 개인의 정체성
  • 한지은 기자
  • 승인 2015.02.21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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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포장을 자처하는 셀피족의 출현

▲ 오현성 칼럼니스트
연인들의 분주함과 들뜬 기대감이 만연한 홍대. 그곳을 지날 때면 기이한 광경에 눈길이 간다. 한 두 평 남짓 가게를 향해 매번 수 십 미터 대기행렬이 이어진다. 관심의 대상은 통오징어 튀김이다. 오징어 한 마리를 통째로 막대에 꽂아 튀겨낸 이 음식의 인기의 이유가 더욱 의아하다. 튀김은 먹기 좋게 손질된 상태도 아닐뿐더러 그 가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사실 놀라운 모습은 지금부터다. 매장 옆 자투리 공간은 구매행렬보다 더 번잡스럽다. 이 혼란이 통과의례처럼 이어지는 이유는 이른바 '인증샷'을 위한 자리 선점에 자연스러운 동선이었던 것이다. 정리된 대기행렬을 벗어나 커다란 오징어튀김을 자랑스레 들이미는 그들의 모습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전투적으로 자리를 잡고 뒤엉킨 그들의 얼굴엔 알 수 없는 미소가 가득하다. 무리 속에서의 나 개인에 대한 앵글, 한 컷의 사진에서 주인공을 자처하는 그들을 '셀피족'이라 부른다.

위에서 언급된 브랜드 '오짱 익스프레스'는 연일 문전성시로 이미 수백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 맛에 대한 평가도 칭찬일색으로 프랜차이즈 사업 역시 성공적이다. 하지만 인파의 혼란 속에도 평온한 미소로 오징어를 들고 맛을 평하는 모습은 어딘가 미덥지 못하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오징어의 맛이 아닌 그 한 장의 사진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적 현상은 비단 국내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SNS의 글로벌화로 세계인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일원화되어가고 있다. 사회문화의 변화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면서 2013년 옥스퍼드 대학은 '올해의 단어'로 '셀피(Selfie)'를 선정하기도 했다. 우리말로 하자면 셀카(셀프카메라)와 같은 말이다. 셀피족은 특정 상황이나 장면을 사진으로 기록하여 SNS등의 매체를 통해 게시하고 소통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하지만 그들의 소통은 일방향이고, 연출된 사진으로의 사실 왜곡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다소 허언스러운 장면까지 묘사되곤 한다.

셀피족 출현의 규정화는 경제시장에도 영향을 끼쳤다. 셀피족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20~30대 여성을 대상으로 제품들이 기획되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타벅스는 크리스마스트리 모양의 시즌 메뉴 '호두 당근 케이크'와 '호두 카라멜 데니쉬 롤'을 출시하였고, 지난 여름 인기를 끈 카페베네의 '초코악마빙수'의 악마뿔, 파스쿠치의 '미니 구겔호프'등 유독 제품디자인에 집중한 제품을 대거 출시했다. 더불어 이례적인 대성공을 기록한 설빙의 경우 SNS의 영향으로 대기업을 웃도는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대 월 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는 설빙은 2013년 4월 부산1호점 오픈 이후 15개월 만에 점포 280개를 돌파했고, 지난 연말 500여개 가맹점 계약이 이뤄졌다. 성공신화의 이면에는 셀피족의 '자발적 홍보'가 가장 큰 요인이었다. 개인의 일상으로 기록되어 거부감 없이 전달된 이 자발적 홍보는 제품의 질을 과시하기 위함이 아니기에 오히려 쉽게 소비자에게 접근할 수 있었다. '자발적 홍보' 대상을 통해 제품의 위상과 함께 마치 나의 퍼스널브랜드 역시 상승하는 것 같은 착각을 준다. 화려함이 만연한 시대 개인의 성취감과 무리로의 정서적 유대감을 유도하기에 충분했다. 그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 연출된 기록에 의존하는 것일까?

사실 20~30대의 생활이 여유를 부릴 만큼 그렇게 넉넉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청년실업자는 무려 38만5천명에 육박하고 역대 최대 실업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청년들의 고군분투를 엿보면 내심 생계에 대한 걱정이 있을 법도 한데 오히려 먹고사는 질은 더욱 높아졌다. 물론 SNS상에서 말이다. 화려하고 과시적인 콘텐츠가 난무하는 가운데 스스로를 포장할 수 있는 정보가 아니면 굳이 공유하지 않기에 더욱 그럴 것이다. 그로인해 SNS에서는 사용자가 곧 수용자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일방적인 정보수용은 현실감에 대한 정서적 괴리를 야기시킬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상대적 박탈감 이론'이다. 미국의 대표적 사회학자 로버트머튼(R.K. Merton) 박사에 따르면 "개인은 비교가 되는 다른 집단의 상황과 자기 자신과의 조건을 비교함으로써 자신이 박탈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자신이 더 유리하면, 이에 따라 상대적 만족을 갖게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정의했다. 나아가 '기대와 실제 간의 괴리'를 기준으로 주장한 테드 거(Ted R. Gurr) 박사의 이론은 개인과 집단의 정서적/물리적 폭력성에 대한 위험성까지 시사한다.

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알바몬이 '상대적 박탈감'을 주제로 대학생 623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86%에 달하는 대학생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적이 있다'는 답변을 했으며, 박탈감을 느끼는 순간의 3,4위로 꼽힌 항목은 '남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초라한 내 차림새를 깨달았을 때(16.0%)', '친구의 SNS를 볼 때(13.1%)'였다. 시대가 발전하는 만큼 신가치가 주를 이루고 개인이 희망하는 욕구는 더욱 광범위해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특정 대상에 기대 개인의 가치에 대한 신분상승에 대한 욕구도 크다. 끊임없는 변화의 물결에서 단편적으로 비추어지는 가치에 기댈 필요는 없다. 창조경제시대, 쏟아져 나오는 콘텐츠에 스스로의 자리를 확인하며 트렌드와 문화를 돌아보는 안목이 요구되는 시기다.

/ 문화칼럼니스트 오현성(korstars@naver.com)

■ 글쓴이 오현성은?
문화기획 '씨즈온'의 대표다. 사회/문화적 트렌드 흐름의 전반을 다루고 있다. 공연시장, 프로모션,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실무에서 접하는 문화트렌드 이야기를 통해 시장의 동향을 예리하게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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