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섭 원로시인이 육화의 목소리로 쓴 윤동주 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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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시인이자 종합문예지 계간 <문학21> 발행인인 안도섭 시인이 저술한 『조선의 혼불 타던 밤에』를 일독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민족시인 윤동주 시인의 전 생애와 위업을 쉬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안도섭 시인이 윤동주에 대한 남달리 특별한 관심과 사랑으로 윤동주를 체계적이고 밀도 있게 탐구·해설한 책이기 때문이다. 도서출판 바벨에서 발행된 이 책은 335페이지 분량으로써 개인 평전으로는 비교적 방대한 분량인 편이다.
윤동주는 일제의 만행에 의해 운명을 달리한 비운의 시인이라는 정도는 한국인이라면 상식으로 통할 정도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윤동주에 대한 그 이상의 것을 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필자도 이번에 이 책을 읽고 그동안 윤동주에 대해 모르고 있었던 사실을 참으로 많이 알고 이해 할 수 있게 되었으며, 특히 일제하 윤동주가 펼친 처절한 몸부림, 즉 그의 민족정신과 문학을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일제의 형무소에서 생체실험의 대상이 되어 소리 소문 없이 억울하게 세상을 등져야만 했던 그의 불행한 삶에 대한 연민과 비통의 심정을 감출 길 없었다.
안도섭 시인은 책머리에서, “조선의 암흑시대를 살다 후쿠오카의 김옥에서 아까운 청춘을 꽃잎처럼 날린 윤동주의 혼불은 흡사 동백꽃을 닮았다."고 일성을 토로하면서, “우리는 한 사람의 시인…… 윤동주를 가졌기에 부끄럽지 않은 겨레일 수 있었다. 조선의 혼불 타던 밤, 티 없이 순결한 시를 쓰다 그만 꽃잎처럼 흩날려 간 윤동주, 그는 죽어서 민족의 시인으로 부활했다. 일본군국주의의 독기 서린 비수는 암흑의 세상에 사는 것조차 부끄러워하던 그를 이 겨레의 샛별로 떠오르게 한 것이다. 내가 굳이 윤동주를 ‘함수含羞의 시인’이라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안도섭 시인은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이고 있다.
「그는 후쿠오카의 어두운 감방에서 운명殞命할 때 “아……"하는 외마디 소리를 남기고 갔다.
그의 외마디 “아……" 소리!
그의 외마디 소리에는 조선 천지 모든 억눌린 것들의 외침이며, 아픔이며, 꿈이며, 가슴 속에 숨어 있는 말 못할 것들이 한데 엉겨 터져 나오는 그 절규 이외에 무엇이겠는가?
이 겨레의 샛별로 소생한 시인 윤동주. 그는 일제의 생체실험으로 희생되어 갔다. 일제가 저지른 그 생체실험의 미스터리는 이 평전에서 풀어갈 담론이다. 그는 어떤 외로움도 어떤 고난도 이겨내며 죽음까지도 타협 없이 일제의 형옥에서 맞이하였다. 그는 비록 스물아홉의 꽃다운 나이에 지고 말았지만, 그의 시혼詩魂은 해방된 조국 하늘에 샛별처럼 떠올라 이 겨레와 더불어 길이길이 살아남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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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쳐(통권 111호~128호) 연재됐던 것으로 윤동주의 작품에 해설을 곁들인 안도섭 시인 특유의 윤동주 집중탐구 및 해설서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이 책은 윤동주의 삶과 역정을 현미경으로 바이러스를 찾아내듯이 아주 사실적이면서도 집요하게 탐구한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 할 수 있으며, 관련 대목들에 대한 해설 또한 과히 교과서적이라 평가할 수 있다.
이는 곧 윤동주에 대한 안도섭 시인의 남달리 특별한 관심과 사랑의 연장선이 아닐까 한다.
윤동주를 기리는 안도섭 시인의 시 한 편을 감상해 보기로 하자.
冬柏꽃
-윤동주의 혼불에 부쳐-
안도섭
冬섣달 소로시 피는 꽃
빨간 동백꽃
된서리 몰아오고
기러기 사위어도
굽히지 않는 넋인 양
하냥 손짓하던 꽃
싱그러운 아침에 피었구나
발간 동백꽃
안도섭 시인은 1933년생으로 1958년에 조선일보와 평화신문의 신춘문예에 각각 당선하였고 <현대문학> 편집기자, 대한일보 기자, 전남매일신문 문화부장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 고문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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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문화상과 한글문학상 본상, 탐미문학상 대상, 허균문학상 대상, 설송문학상 대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서로 시집 ‘지도 속의 눈' 등 14권, 에세이집으로 ‘한 잔의 찻잔에 별을 띄우고' 등 4권, 소설집으로 ‘청춘의 역설' 등 7권을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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