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음악, 언어에서 이끌어 내는 또 하나의 질문
몸, 음악, 언어에서 이끌어 내는 또 하나의 질문
  • 한지은 기자
  • 승인 2015.02.13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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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한지은 기자] 스피노자는 인간을 ‘코나투스 에센디(Conatus essendi)’, 즉 자신의 존재 유지를 위해 노력하는 존재라고 봤다. 그것은 곧 자신이 타인과 분리돼야 하고 그래서 구별될 수 있으며, 저마다의 안전과 생존을 위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원칙적으로는 이러한 거리, 간격이 더 넓어져서 생존과 안정, 평화를 위해 어떤 한도 내에서는 분리가 실현될 필요가 있다. 최소한의 사람들이 최대한 덜 고통 받으며 안전하고 평화롭게 삶을 이뤄나갈 수 있도록 사회의 법과 과학이 이를 지탱해줘야 한다. 이것이 곧 삶의 행복을 이루는 일이며, 세상을 올바르게 바라보는 관점일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현실은 이러한 삶으로부터 불필요할 정도로 너무나 많은 거리를 두고 있다. 정확히는 어떤 관념의 벽에 가로막혀 때로는 의도적으로 어떤 벽을 세우면서까지 철저한 분리, 완벽한 단절을 만들며 살고 있다. 개인의 자유와 평등이라는 가치 아래 그러한 움직임은 더욱더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 됐고, 과학이 발달하고 경제적 풍요를 더 크게 누릴수록 이러한 상황은 더더욱 추구해야 할 절대적 가치로 받아들여지게 됐다.

이처럼 어떤 관념적인 벽에 부딪혀 서로를 향한 길과 통로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바로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의 현실임을 우리는 주지하고 있다. 몸과 음악, 언어에 관한 저자 박준상의 사유에 귀를 기울여 보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현실에 기인한다. 견고한 의식적 토대를 기반으로 더욱더 그 절대성을 합리화해가는 우리 사회의 현실에 진실한 물음을 던져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언어 이전의 음악, 언어 이전의 몸에 대한 사유를 통해 우리의 주객 비분리의 지대, 그리고 어떠한 개인의 주체성이 아닌 ‘우리의 주체성’을 드러내는 데 그 중심이 있다. 또한 니체와 모리스 메를로-퐁티, 조르주 바타유, 엠마누엘 레비나스, 장-뤽 낭시 등 여러 철학자의 몸 음악 언어에 대한 텍스트를 읽고 해석한 결과이자 저자만의 독특한 결을 담고 있는 움직임이다.

책은 2부로 구성돼 있으며, 1부 ‘몸, 음악 그리고 언어’에서는 몸과 음악, 언어에 대한 저자의 사유의 초석을 다지는 논의들을 이어나간다. 2부 ‘언어, 철학 그리고 정치’에서는 1부에서 논의했던 이야기들을 실존적·정치적 영역으로 확장해나간다.

박준상의 독특한 사유를 접하는 독자들은 1인칭적 주체인 ‘나’로부터 벗어나 타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며, 행위로서의 언어와 떨림, 열림을 일으키는 음악의 울림, 우리 공동의 삶이라는 공간에 길을 내는 방법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 떨림과 열림
박준상 지음 | 자음과모음 펴냄 | 216쪽 | 1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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