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뚜벅뚜벅 '아모르문디'
소리 없이 뚜벅뚜벅 '아모르문디'
  • 독서신문
  • 승인 2015.02.0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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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 북칼럼니스트의 우수 중소출판사 탐방' (11)
▲ 김삼수 대표

[독서신문] 출판 경력도 없이 덜컥 출판사를 차린 지 10년이 됐다. 요란하지 않지만 뚜벅뚜벅 우직하게 벌써 60종의 책을 내기에 이른 출판사 '아모르문디'는 '세계에 대한 사랑'의 뜻이다. 그 이름대로 '아모르문디'는 묵직한 인문학서부터 다문화를 배려하는 '세계의 전래동화' 시리즈까지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할 '사랑'을 담은 틈새의 책들을 주로 펴낸다. 좌충우돌 무경험의 패기와 '자면서도 일하는' 부지런함으로 나름의 항로를 개척해온 김삼수 대표를 만났다.

- '아모르문디'라는 이름에 인문학적 냄새가 진한데 주로 어떤 책을 내왔나?
"'아모르문디'는 지난 2005년 첫 책을 내기 시작해 주로 인문학과 예술, 문학 분야의 책을 출간해왔다. 출판사명은 '세계에 대한 사랑(amor mundi)'이라는 뜻의 라틴어인데, 원래 유대인 사상가 한나 아렌트가 '신에 대한 사랑'에 대비해 사용한 말이다. 서양사를 공부하면서 그의 철학에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이 계기가 돼 사명으로 쓰게 되었다.

꼭 그런 이유만은 아니지만, '아모르문디'는 출발부터 지금까지 다소 묵직하고 어렵더라도 다양한 인문학적 관심을 가진 독자들의 갈증을 풀어줄 수 있는 책을 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문 고전이라 불릴 만한 『에라스무스 격언집』 같은 책들부터 최근의 한류 열풍을 비롯하여 한국 문화의 뿌리를 고찰해보는 『한국인의 문화유전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담고자 노력하고 있다. 근래에는 '아모르문디 세계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문학에 깊은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반가워할 작품들을 찾아내 출간하기 시작했다. 비록 수십, 수백 권씩 쏟아내는 '전집'은 아니지만 한 권 한 권 번역과 편집에 공을 들이고 있다."

- 출판인으로서 입문 때부터 그동안의 히스토리를 소개해달라.

▲ 『한국인의 문화유전자』 표지

"사실 출판사 창업 전에 관련 업계에서 일한 경력은 전무하다. 이야기했듯이 서양사를 공부했고, 출판과는 무관한 곳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하지만 퇴사 후 출판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은 늘 있었고 '꿈'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목표'였다.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색다른 책들을 찾아내고 기획할 수 있으리란 확신 같은 것도 있었고, 뭔가 '틈새' 인문서들을 꼭 내고 싶었다.

물론 출판을 시작한다고 했을 땐 격려하는 쪽보다는 말리는 축이 훨씬 많았다. 당연한 일이지만, 출판 경력 없이 시작하다 보니 좌충우돌 시행착오도 많았고 생각보다 혹독한 현실의 벽에 매순간 부딪혔던 것 같다. 60종 가까이 펴내다 보니 어느 정도 인지도도 생겨가고, 갈수록 악화되는 출판 시장에서 생존의 기술을 조금은 터득한 것 같다. 물론 현재가 만족스럽지는 않다. 어떤 책으로 더 많은 대중들을 흡인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한다."

- 아동 브랜드인 상상박물관을 병행하고 있는데, 어떻게 아동서를 내게 되었나?

▲ 상상박물관 「세계의 전래동화」 시리즈

"처음엔 아동서를 낼 계획이 없었다. 워낙 시장 성격도 다르고 쉽지 않은 분야니까. 상상박물관의 첫 책은 2007년에 나왔다. 당시에 '다문화', '문화다양성' 문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이러한 문제의식을 교육 측면에서 풀어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국내에 출판된 전래동화 가운데 다문화 교육에 필요할 만한 문화권을 다룬 책들이 거의 없음을 발견하고 되도록 다양한 문화권의 전래동화를 포함한 시리즈를 내보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세계의 전래동화' 시리즈를 시작해서 중국, 인도, 티베트, 베트남 등 아시아권을 비롯해 유럽권까지 포괄하게 되었다.

막상 시작해보니 기획 의도에 공감해주는 전문가들이 많았고, 덕분에 한 시리즈 안에 다채로운 색을 낼 수 있게 되었다. 일종의 인문학적 관심이 전래동화로까지 번져간 셈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낯선 것과 오래된 것을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역시 인문학의 힘이 아닐까 한다."

▲ 『별티의 소원』 표지

- 『별티의 소원』은 지난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우수 콘텐츠' 당선작이던데 어떤 책인가?
"『별티의 소원』은 주인에게 버림받은 강아지 별티가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창작동화이다. 별티는 자신이 잡종이라서 유기견이 되었다는 생각에 순종이 되겠다는 소원을 이루기 위해 우주까지 날아가 모험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온갖 친구들이며 우주 생물들도 만나고 도움도 받는다. 이제 막 스스로에 대한 불만이 생겨나고 자아를 고민하기 시작한 어린이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우파니 작가의 따스한 시선과 유머가 기발한 상상력과 잘 어우러져 있다."

- 그 외에도 정말 권하고 싶은 책들이 있다면.
"새로운 작품에 목말라 있는 세계문학 독자라면 SF의 선구자 『루키아노스의 진실한 이야기』를 권한다. 서양고전학가 강대진의 유려한 번역과 지식만화가 김태권의 삽화가 지루하지 않은 고전 읽기의 재미를 준다. 또 요즘 같은 계절에 저 옛날 만주 땅을 누빈 한국호랑이의 일생을 그린 '위대한 왕'의 웅장함에 빠져 보는 것도 좋겠다. 어린 독자들이라면 책 읽는 강아지의 모험담 『별티의 소원』을 권한다."

- 지금 기획 중인 책들은 어떤 책들인지.
"올해는 무게 있는 인문서와 문학서를 준비 중이다. 성서에 대한 탁월한 문학적 분석으로 국내에서도 이미 원서로 공부하고 있는 사람이 많을 정도인 로버트 알터의 『성서의 이야기 기술』이 곧 출간된다. 또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사이버폭력 현상을 분석하여 교육 현장에서의 대처법을 제시하는 책도 준비 중이다. 문학서로는 터키 문학의 대부라 불리는 아메트 함디 탄피나르의 『시간 관리 기관』이 출간을 앞두고 있다. 터키 근대 문학에서 매우 중요한 작가로 우리나라에는 처음 소개된다. 그 외에도 여러 원고를 두고 시기를 조율 중이다."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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