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복합의 시대
융복합의 시대
  • 독서신문
  • 승인 2015.02.0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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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칼럼'
▲ 박흥식 논설위원

[독서신문]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시대의 특징을 규정 짓는 용어를 생각한다면 무엇으로 말해야 할까요? 이 시대를 표현하는 여러 가지 특징 중에서 한 가지를 고른다면 그것은 단연 '융복합'이 될 것입니다. 세계화, 정보화 시대를 넘어 이제는 사회도, 정치도, 경제도, 문화도 융복합이 대세인 시대입니다.

융복합의 화두는 학문의 세계에서 먼저 촉발되었습니다. 에드워드 윌슨 교수가 학문의 미래를 설명하기 위해 19세기 자연철학자 윌리엄 휴얼의 저서 『귀납적 과학의 철학』에서 사용한 용어인 '통섭(consilience)' 개념을 국내학자인 최재천 교수가 학문의 경계를 허물고 서로 통합의 필요성으로 소개한 바 있습니다.

이제는 학문의 세계에서 경계들 뿐만 아니라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경계는 물론 경제 파트에서의 산업과 산업의 경계가 서로 무너지고 통합되거나 일체화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융복합의 현상은 사회와 경제에서도 변화와 혁신을 유도하는 창조적 생산성의 핵심 용어가 된 것입니다.

미국의 명문 아이비리그대인 펜실베니아대학의 에릭 퍼다 입학처장은 신입생 입학 전형에 대한 학교의 전략으로 가급적 서로 교류하고 협력할 줄 아는 신입생을 구한다고 말합니다. "글로벌대학에는 독불장군형 천재도 있어야 하겠지만, 협력심 강한 학생들이 더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는 또한 "서로 다른 인종과 문화권 출신이 어울려 융화하는 능력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생활 곳곳에서 발견하는 창조와 창의성의 핵심도 이제는 융복합에서 나오며, 새로운 아이디어도 서로 교류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법입니다. 식생활 등에서 등장하는 퓨전현상도 바로 융복합의 결과로 현실이 된 것입니다. 창업의 세계에서도 융복합의 현상은 트렌드를 따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하나의 매장을 두 세 개의 가게가 공유하는 '숍인숍'도 인기입니다. 예를 들어 커피숍 매장 한 개 층이나 한쪽을 책방, 꽃집, 레코드가게, 액세서리가게 등 잡화점 형태로 운영하는 것입니다. 그런가하면 커피와 맥주, 양주와 와인처럼 서로 다른 업종이 만나 낮에는 커피숍이나 디저트숍, 밤에는 와인바처럼 한 점포에서 시차를 두고 두 가지 업종으로 운영하거나 한 점포를 여럿이 나눠 쓰는 '두 얼굴' 상가로 운영하는 형태입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부를 만들어가는 전자 통신 시장에서도 빠른 혁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고, 그 변화의 핵심이 융복합 현상입니다. 디지털기술이 본격적으로 이동통신에 도입되어, 이동통신을 중심으로 한 각종 네트워크의 융합이 일어났습니다. 방송, 인터넷망과 휴대전화망의 융합이 일어난 것입니다. 또한 휴대전화와 텔레비전, 휴대전화와 라디오, 휴대전화와 디지털카메라, 휴대전화와 인터넷, 휴대전화와 MP3, 혹은 PMP 등과 같은 단말기의 융합과 각 영역이 해오던 서비스의 융합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존 체임버스 시스코시스템스 회장은 "10년 내 현존하는 주요 기업중 40%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디지털로 대변되는 전자산업에서 신기술 3D프린트,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로봇 등 신기술 흐름에 선도하는 신생 스타트업 기업들로 인해 현존하는 기업들은 곧 생존의 기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이런 융복합 현상은 산업간, 기업간 제휴 형태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회사가 하드웨어 제조사와 제휴하거나 유통회사와 제휴하는 전략을 구상하기도 합니다. 산업에서의 연합과 제휴, 그리고 자사의 오픈교류 마인드 없이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게된 것입니다.

이제는 모든 분야에서 서로의 경계 바깥에서(밖에서) 존재하던 것들과 서로 교류하고 협력하며 소통해야 합니다. 융복합의 화두는 당면 문제를 해결하는 전략이 되었으며, 시대를 뛰어넘어 미래의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는 초점이 될 것입니다.

/ 박흥식(전 방송통신심의위 방송심의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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