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人事)와 ‘포용(包容)의 리더십’
인사(人事)와 ‘포용(包容)의 리더십’
  • 조석남 편집국장
  • 승인 2015.02.03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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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석남 편집국장

[독서신문 조석남 편집국장] 푸른 동해 가에 푸른 민족이 살고 있다/ 태양같이 다시 솟는 영원한 不死身이다.// 고난을 박차고 일어서라/ 빛나는 내일이 證言하리라// 산 첩첩 물 겹겹 아름답다 내 나라여/ 자유와 정의와 사랑 위에 오래거라 내 역사여

노산 이은상 선생의 시 「기원(祈願)」의 앞부분이다. 작금의 국내 정세와 사회 현상을 보노라면 숨통이 막힐 지경이다. 솔직히 “희망이 없다.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하는 ‘우국지사’가 넘쳐나고 있음이 엄연한 현실이다. 진보-보수 차원의 얘기가 아니다.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의 얘기가 아니다.

난마처럼 얽혀있는 전사회적 ‘총체적 난국’이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노산의 시처럼 고난을 박차고 오롯이 일어서야 하지 않겠는가. 태양 같이 다시 솟아야 하지 않겠는가. ‘빛나는 내일’을 기대하지 않고서는 사는 재미가 별로 없는 것이 또한 사실이다.

‘총체적 난국’은 ‘밀폐된 권력’, ‘불통의 인사’와 깊은 연관이 있다. 국민들의 정서와 바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네 집단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정치권도 책임이 크다.

‘자승자강(自勝者强)’이란 말이 있다. 남을 아는 것보다는 자기를 아는 것, 남을 이기는 것보다는 자신을 이기는 것이 더욱 중요하며, 만족할 줄 알고 실천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사람이 마음 속에서 솟아나는 욕심과 욕망을 극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남을 제압할 수 있는 힘도 성공이나 성취에 대한 목표도 자신을 극복하거나 자신을 이겨내는 사람들의 몫이라는 뜻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공자도 『논어』에서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고, 자기 자신을 아는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밝은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자기통제력이 없는 사람들의 성공이야말로 우리가 경계해야 할 일이다. 그들의 성공은 바로 우리 사회와 우리의 역사를 거꾸로 흐르게 만드는 주범이다.

나랏일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하늘이 어떤 사람에게 일을 시키려고 할 때는 먼저 그 정신을 괴롭히고, 근골을 아프게 하며, 몸을 굶주리게 하고, 생활은 곤궁하게 하여, 하는 일마다 의지와 엇갈리게 한다고 한다. 그래서 인(仁)과 의(義)를 가지게 해 마음을 분발하게 하고 인내심을 강하게 하고 지금까지 할 수 없었던 일도 할 수 있게 한다고 한다.

고난을 박차고 오롯이 일어서서 앞으로 나아가려면,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자는 ‘안거낙업(安居樂業)’을 실천하려면, 대한민국의 많은 인재들 중에서 국민이 인정할 수 있도록 검증시스템을 풀로 가동해 등용해야 할 것이다. 바른 인재의 등용이 이 ‘총체적 난국’의 유일한 해법이며, ‘빛나는 내일’로 가는 유일한 통로이다.

이와 함께 반드시 되새기고 실천해야 할 덕목이 ‘포용(包容)의 리더십‘이다. 노자의 『도덕경』에 ‘큰 강과 바다는 가장 낮은 곳에 엎드려 있기에 세상의 모든 냇물을 받아들이고 모은다’는 명언이 나온다. ‘큰 인물은 작은 민초들의 뜻이라도 가리지 않고 받아들인다’는 의미로 ‘목민관에게 유일한 영웅은 국민이고, 국민이 최후의 승리자이며, 양심의 근원이다’는 뜻이 된다.

군주도, 단체장도, 조직의 리더도 최고의 덕목은 낮은 곳에서 모든 이를 너그럽게 감싸고 받아들이는 것이 될 것이다. 공직사회나 조직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다. 수많은 인재들이 머리를 맞대 정책을 결정하고 실천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능력 있는 인재를 발탁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적재적소에 꼭 필요한 사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조직의 흥망성쇠가 결정된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철칙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을 써야 할까. 주나라 태공망은 병서 『육도(六韜)』에서 “세상 사람들의 평판만 듣고 사람을 써선 안 된다. 그렇게 인물을 고르면 패거리가 많은 이들은 유리하고, 패거리가 적은 이들은 불리하다”고 말했다. 『육도』에선 또 써선 안 될 사람의 유형을 구체적으로 예시했다. ‘지혜도 없고 계책도 없으면서 큰 소리 치는 사람, 평판과는 달리 실력이 없고 이랬다 저랬다 하는 사람, 겉으론 욕심이 없는 체 하면서 사리를 추구하는 사람, 말은 번지르르하게 잘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하면서 남을 비방하는 사람, 확고한 주관 없이 부화뇌동하는 사람’ 등이다.

중국 진(秦)나라의 ‘열린 인사 정책’ 사례는 인재등용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의미 있게 보여주고 있다.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하는 데 최고의 공헌을 한 이사(李斯)는 「간축객사」라는 상소문에서 “높은 태산이긴 하지만 한 줌의 흙마저도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저런 높이를 보전할 수 있는 것”이라며 “진나라를 위해 몰려든 인재를 추방하지 말라”고 올린다.

상소문을 읽고 감명을 받은 진나라 왕은 타국에서 온 빈객을 내쫓으라는 명령을 거둬들였다. 미약했던 진나라가 전국시대 말기에 이르러 강대국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것은 개방적인 인재 등용에 있었다. 출신 성분을 가리지 않고 훌륭한 인재를 받아들여 중용한 ‘열린 인사 정책’을 펼치자, 전국의 인재들이 진나라로 몰려들었고 결국 천하를 통일하는 바탕이 됐다.

최근 불거진 ‘문고리 권력’ 논란과 거듭 반복되고 있는 ‘회전문 인사’를 지켜보면서 ‘포용의 미덕을 통해 대업을 이루라’는 『도덕경』의 경구를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또한 모든 정치권의 리더들은 이 금언을 가슴속 깊이 새겨두었으면 한다. ‘목민관에게 유일한 영웅은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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