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과 사람의 하모니 ‘행복을 찾습니다’
공간과 사람의 하모니 ‘행복을 찾습니다’
  • 한지은 기자
  • 승인 2015.01.16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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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한지은 기자] 어르신 세대들은 때때로 이런 말을 한다. 옛날이 좋았다고. 그 때는 불쑥 남의 집에 찾아가 툇마루를 차지해도 환영받고, 굳이 아쉬운 소리 하지 않아도 마음껏 물건을 빌리거나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이웃집 사정이 훤히 들여다보였기에 어려움을 모른 척할 수 없던 시절. 하지만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 그것은 그저 먼 이야기가 됐을 뿐이다.

생활 공간이 폐쇄되고 재화가 넘쳐나며 승자의 삶을 강요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이웃과 어울릴 만한 공간을 잃어버렸다. 물질을 나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타인의 아픔을 돌볼 여유도 가질 수 없다. 이기적이고 싶어서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삶의 공간과 환경이 우리를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이기적인 삶은 소통 부재, 인간성 상실로 이어져 숱한 사회적 폐단을 낳았다. 현대인의 삶이 우울하고 각박해진 것은 우리 스스로 만든 환경과 공간에 종속된 결과다.

이 책은 건조한 삶을 부추기는 현대인의 삶 속에서 적극적으로 나눔과 어울림을 실천하고 인생의 참된 의미를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 놓았다.

책의 1부에서는 공정과 공유를 경영 이념으로 삼은 ‘착한 기업’과 새로운 경제 형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공정여행사 ‘공감만세’와 카페 ‘프롬나드’, 북카페 ‘꿈꾸는 타자기’, ‘열린옷장’, 이웃들의 커뮤니티 ‘쏘카’ 등 공정한 거래와 채용, 공유 경제가 실현되고 있는 현장을 들여다본다. 1부에 이은 2부에서는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갈 세계 시민들이 성장하고 있는 남다른 교육 현장, 타인과 어울리며 삶의 즐거움을 더할 수 있는 독특한 공간에 대해 소개한다. 어린이집 ‘숲반’과 마을의 도서관 ‘동네책방 개똥이네 책놀이터’, 청소년문화의 집 ‘신나는애프터센터’, 무인 카페 ‘유쾌한 황당’, 게스트하우스 ‘쫄깃쎈타’, ‘부부농원’ 등 사람들의 잔잔한 삶의 공간을 체험할 수 있다.

3부에서는 과거와 현재, 전통과 현대를 잇고 영화산업 각 분야의 유닛을 연결하는 공간과 부당한 현실에 처한 이들의 삶에 힘을 보태는 사람을 돌아본다. 서울 창덕궁의 ‘창덕궁 달빛 기행’과 제주도의 ‘한수풀해녀학교’, 상암동 DMC의 ‘영화창작공간’, 고려인 야학 ‘너머’에서 어제와 내일을 연결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4부에서도 100년의 가치를 지켜 가는 ‘안성주물’, ‘가구장이 박홍구 공방’, ‘만년필연구소’, 자전거 공방 ‘두부공’, 분식집 ‘요요미’, 당근 케이크 집 ‘하우스 레서피’ 속 소박한 신념을 지닌 사람들의 삶을 엿보는 시간을 갖는다.

책이 소개하는 21개의 특별한 삶과 공간의 한 가지 가치는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곳에 등장하는 사람 어느 누구도 자신이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행복해져야 하고 옳지 않은 길로는 가지 말아야 한다는 올곧은 신념을 실현하고 있을 뿐이다.

이 공간들을 찾는 사람은 비용이 저렴해서, 편리해서, 실력이 있어서, 신뢰가 가기 때문 등 실효성에 가치를 두고 있을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각박한 일상을 사느라 잠시 미루고 접어 둬야 했던 인생의 한 단면을 그들을 통해 접하고 느끼기 위함이기도 할 것이다. 돈만 지불해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그 ‘무엇’이 이곳에, 그리고 우리 주변에 존재하기에 그래도 우리의 오늘 하루는 아름다울 수 있을 것이다.

■ 나는 그곳에서 행복을 만납니다
홍상만 외 2인 지음 | 꿈결 펴냄 | 296쪽 | 1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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