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출판사는 무엇을 먹고 사는가?
신생 출판사는 무엇을 먹고 사는가?
  • 독서신문
  • 승인 2014.12.3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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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 북칼럼니스트의 우수 중소출판사 탐방' _ (9) '굿플러스북'
 ▲ '굿플러스북' 대표 도서들

[독서신문] 국민들이 책을 읽지 않아 출판계가 어렵다는 말은 거의 관용어 수준이다. 그런데도 1인 출판이나 출판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끊이지 않는다. 특별히 출판계에 갓 입문한 '굿플러스북' 이재교 대표를 찾은 이유다. 그는 왜 마흔을 넘긴 나이에 그 힘들다는 출판계로 머리를 디밀었을까.

- '굿플러스북'과 이 대표의 히스토리를 말해달라.
"홍대 앞에 '굿플러스커뮤니케이션즈'라는 회사를 지난 2007년 문을 열었다. 디자인스튜디오와 예술가들의 전시를 지원하는 사업을 두 명이 의기투합해 시작했다.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잘 헤쳐나갔다. 그러다가 인원도 늘어나고 사무실도 넓은 데로 이사했다. 월급 한 번 안 밀렸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하지만 늘 가지고 있던 회의감은 남의 일 해주는 거였다. 아무리 잘해도 포트폴리오만 될 뿐 우리의 성과로 남는 게 아니었다. 나의 일을 하고 싶었다. 2013년에 오랫동안 꿈꿔왔던 출판을 그렇게 시작했다."

- 출판사마다 어렵다고 아우성인데 40대 중반에 겁나지 않은가?
"출판을 시작할 때 말리던 사람들이 많았다. 저는 늘 그들에게 얘기한다. 출판만 어려운 것도 아니다. 비극과 절망만 안겨주는 나라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벼랑 끝에 놓여있다. 또한, 많은 사람이 출판이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출판계에 있는 분들은 '글'을 주로 다루다 보니 자신들의 어려움을 잘 표현하기 때문에 출판계만 유독 어려운 줄 안다. 단군 이래 가장 어려운 곳이 어디 출판계뿐이겠는가. 저는 출판사 언저리에도 가보지 못했고, 대학에서의 전공도 서양화였다. 그야말로 출판을 글로 배웠다. 40대 중반을 넘기니까 나름 보이는 눈도 생기는 것 같고, 사람들과의 네트워크도 이전보다 두터워졌다. 모든 것은 때가 있고 저는 출판을 시작할 때라고 생각했다."

 

- 지난 일 년 동안 몇 권의 책을 냈는가?
"일곱 권의 책을 냈다. 제 관심사가 여러 군데이다 보니 분야를 한정짓지 않고 여러 분야의 책을 냈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첫 번째 낸 책은 『맹순할매 억척 기도일기』다. 이 글의 저자인 한맹순 할머님은 현재 97세이시다. 그동안 살아오시면서 꼬박꼬박 쓰셨던 일기를 정리해서 책을 내게 됐다. 가난과 독재정권 아래에서 사형선고 받은 아들 옥바라지와 민주주의의 열망이 맛깔난 문장으로 고스란히 담겨 있다. 두 번째 잭은 사진가 원덕희 산문집 『시간과 겨루어 슬프지 않은 것이 없다』이다. 그동안 사진가들의 포토 에세이집은 많이 있었으나 사진가가 쓴 산문집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산골 마을에서 농사도 짓고 사진도 찍으면서 사이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 후 『틴틴 수학만화 1권 - 이상한 수학여행』, 『아하 DMZ』, 『농가 70% 중산층-장수군의 비밀』, 『틴틴 수학만화 2권 - 피타고라스의 비밀』, 『선을 긋다』등을 출간했다."

 

- 『장수군의 비밀』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귀농·귀촌을 대비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소식이었다. 그런데 '농가 70% 중산층'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장수군의 비밀』은 가난한 두메산골의 지난 10년간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은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우리 농업에 대한 희망보고서이자, 잘 사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과 행정이 필요한지 엿볼 수 있는, 그리고 그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 읽어야 하는 필독서다.

장수군의 핵심 정책은 5.3 프로젝트로 대표된다. 5천만원 이상 소득 3천 가구가 5.3 프로젝트의 내용이다. 2013년 현재, 참여농가 4,417가구 중 1,653가구가 목표를 달성했으며, 1,353가구는 달성 가능 가구로 집계되었다. 또한, 달성가구 중 1,116가구는 5천에서 1억, 537가구는 1억 이상으로 집계됐다. 그동안 우리 농업은 외국의 성공사례를 찾아 불나방처럼 달려든 적이 있었다. 지금은 장수군에서 그 답을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해외에도 장수군의 사례를 알리고자 『The Secret of Jangsu-gun』이라는 영문판도 출간했다. 또한, 며칠 전 문광부 교양부문 추천도서로 선정도 됐다."

- 출판해 놓고 독자들에게 관심을 못 받은 '놓치기 아까운 책'을 든다면?
"굿플러스북이 야심차게 준비한 책은 『틴틴 수학만화』 시리즈다. 2020년까지 20권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학습만화 시리즈인 경우 석 달에 한 권 나와야 한다'라고 하지만 책의 완성도를 높였다. 처음에는 방학 시즌이니, 학기 초 시즌이니 하는 것도 생각했지만 길게 보기로 했다. 많은 사람이 수학을 포기했다. 수학을 문제풀이로만 이해하다 보니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교 들어가서 수학을 포기하게 된다.

이 책은 수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책이다. 『틴틴 수학만화』시리즈는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화로 만들었다. 문명의 발상지이자 수학의 원천인 그리스에서 펼쳐지는 흥미로운 이야기는 우리 아이들에게 수학의 개념을 쉽고 명확하게 심어준다. 아직 이 책은 많은 독자보다는 선생님들이 좋아하시는 것 같다. 해를 거듭할수록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 중소 출판사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이 마케팅이다. 나오는 책마다 어떤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는 있는가?
"마땅히 없다. 많은 돈이 들어가지 않는 것은 이것저것 해봤다. 페이스북 광고도 해봤고 바이럴마케팅, 메일링 서비스도 해봤다. 새 책이 나오면 꼬박꼬박 언론사 릴리즈도 하고 오프라인 서점에 평대 진열도 했다. 아직 어떤 데이터를 만들 정도의 단계가 아니다. 무엇이 좋고 나쁘고는 없는 듯하다. 꾸준하게 독자에게 노출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어느 출판사나 마찬가지로 술자리 안주로는 아이디어가 샘솟지만 실제로는 업무와 약속에 치이다 보니 쉽지 않다."

- 지금 준비하고 있는 책은 어떤 것이며 앞으로 계획을 하고 있는 책들이 있다면?
"2015년을 준비하면서 우리는 키워드를 '탈'로 잡았다. 탈자본주의, 탈핵, 탈분단과 탈대립이 그것이다. 다소 거친 내용들이지만 독자들에게 쉽고 명쾌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하기 위해 고민을 하고 있다. '굿플러스북'은 중장기적으로 청소년을 위한 시리즈를 준비 중이다. 복지와 인권, 노동, 경제, 헌법, 통일, 국제분쟁, 공정무역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준비하고 있다. 반핵관련 시리즈와 『선을 긋다』의 뒤를 잇는 한국의 젊은 예술가 시리즈도 계획하고 있다."

- 10년 후 '굿플러스북'의 모습을 미리 그려본다면?
"요즘 웹툰이 유행이라고 하는데 만화는 10년 전에도 있었고 100년 전에도 있었다. 인제야 플랫폼이 갖춰졌기 때문에 그 산업기반이 형성되었다고 본다. 그리고 그 바탕은 결국 콘텐츠다. 앞으로 새로운 플랫폼이 출판계에 등장하리라 본다. 책이라는 것에 담겨 있는 하나의 콘텐츠를 새로운 플랫폼을 통하여 텍스트든, 멀티미디어든, 이펍 또는 그 이상의 모습으로 대중을 만날 것이다. 그때까지 '굿플러스북'이 꾸준히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있다면 그 모습이 가장 뿌듯할 것 같다."

/ 최보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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