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한지은 기자]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을 지나다 보면 어김없이 요란한 소리가 들린다. 얼마 전까지 있었던 식당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는 공사장 인부들로 북적거리기 때문이다.
하루가 멀다고 새로운 가게들이 생겨났다가 사라져 간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람들이 즐기는 것들이 빠르게 달라져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는 실정, 하물며 하나의 식당이 100년을 넘기기란 결코 쉽지 않다. 변화가 빠른 현대에 선대의 맛을 지키려는 노포(老鋪)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우리나라에는 이웃한 일본처럼 대를 이어 가업을 지켜온 곳을 찾기 쉽지 않다. 아마도 우리의 역사에는 전쟁과 식민지라는 고난이 함께했기 때문일 것이다. 전쟁 통에 살길이 막막해 가업을 이어받는 게 녹록지 않았다.
요리사 박찬일이 찾아 나선 18곳의 식당은 50년을 웃도는 노포들이다. 세계에서 식당이 가장 많아 망하는 식당과 맛없는 식당도 더불어 많은 대한민국에서 수십 년을 버틴 식당에는 필히 우직한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이다.
사진작가 노중훈이 합세해 두 남자가 돌아본 노포들에는 오랜 세월을 버티고 맛을 지켜온 고집스러움과 함께 격변기의 사회사와 역사의 고단함, 갑남을녀의 아련한 기억들이 담겨있다. 또한 오랜 세월을 지켜온 만큼 우리가 지금까지 잊고 있었던 ‘기본’을 지키고 있었다. 맛을 지켜온 그들만의 단단한 철학이 있었기에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오랜 손맛은 쉽게 잊히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그곳에서 옛 추억과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물질 만능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이라는 감정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해줬던 노포들이 희미해져 간다. 음식은 함께 나눌 수도 있고 여럿이 어울릴 수 있는 하나의 ‘사회’이며 문화의 단면이다. 노포야말로 그대로 한 역사이고 우리의 전 세대의 살아 있는 화석이다. 진정 ‘백년식당’으로 오롯이 설 수 있는 그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 백년식당
박찬일 글 | 노중훈 사진 | 중앙m&b 펴냄 | 344쪽 | 14,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