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이경민 객원문화기자] 이렇게 괜찮은 2인극 연극이 또 있을까? 연극 <형제의 밤>은 지난해 3월 14일 단 3일간의 초연 당시 99%의 객석점유율을 달성하며, 작년 한 해 동안 앙코르 요청에 두 차례 재공연 되었던 작품이다. 올해 7월에는 KBS 수원아트홀에 초청받았고, 한 달 공연 후에는 관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일주일 연장 공연을 진행하기도 했었다. 놀랍게도 이러한 흥행은 별 다른 홍보나 마케팅 영업 없이 오직 입 소문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한다. 왜 입소문을 탈만했는지는 공연을 관람하면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매회 관객들의 큰 호응과 호평 덕분에 연극 <형제의 밤>은 지금도 고공행진 중이다.
이 작품은 부모의 재혼으로 형제가 된 ‘김연소’와 ‘이수동’에게 갑작스러운 사고로 부모님이 돌아가시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둘의 연결 고리였던 부모님이 사라졌으므로 ‘김연소’와 ‘이수동’은 더 이상 같이 살 이유가 없어졌다. 하지만, 유산도 다 포기한 채 얼른 집을 떠나려는 ‘이수동’과 13년간 살아온 정 때문인지 그를 계속 붙잡으려하는 ‘김연소’ 사이에서 부모님의 유품인 그림 한 점으로 인해 그 둘은 또 어쩔 수 없이 한 집에서 지낸다. 부모님의 초상화 그림 뒤에 감춰져 있었던 새로운 그림 한 장이 더 추가로 발견되며, 왜 부모님이 형제 둘 몰래 핀란드로 출국하려고 했던 건지, 새로 발견된 그림 속에 쓰여진 시와 그려진 그림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둘은 의문을 가지게 된다. 이 모든 의문들의 단서가 되는 쪽지가 우연히 ‘이수동’에게서 발견이 되고, 그 쪽지를 통해 부모님이 그간 드러내지 않았던 비밀을 밝히려 하지만, 어쩐지 ‘이수동’은 자꾸 모든 의문점들과 그 비밀들을 덮으려고만 하는데...
피 한 방울 안 섞이고, 성마저 다른 두 형제가 부모님의 상을 치른 뒤 하룻밤 동안의 소동을 다룬 연극 <형제의 밤>은 2010년 ‘중랑천이야기’로 극작가에 데뷔한 김봉민이 쓰고 연출한 것으로, 작가와 제작스텝, 배우들은 기성연극과 다른 신선함과 함께 희비극의 틀을 넘어서기 위해 4년 이라는 장기간의 제작 기간을 투자했다고 한다. 엄마 쪽 아들로 4수 끝에 명문대에 들어갔지만, 졸업 후 라디오PD가 되기 위해 언론고시만 4수 중인 ‘이수동’ 역에는 배우 조선형, 이창훈이 분했다. 그리고 아빠 쪽 아들로 영어라고는 “fuck you” 밖에 모르며, 상식도 지식도 많이 부족하지만, 사람에 대한 정이 많은 다혈질 ‘김연소’역에는 박기덕, 유환웅이 각각 맡아 열연한다.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등장인물은 이수동, 김연소 형제 둘이고, 등장하는 공간은 오로지 형제 둘이 사는 집 하나 뿐으로 대표적인 소극장 2인극 구조이다.
형제 외에 아버지, 어머니라든지 또는 보통의 대학로 연극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멀티 캐릭터’ 따위는 이 작품 속에 없다. 관객들은 은연 중에 또 다른 캐릭터가 나오지 않을까 하고 기대를 해보지만, 연극은 끝까지 이 둘만으로 이어간다.
무대 위에서 등장하는 공간은 형제들의 집 말고 다른 어떠한 공간적 상황도 나오지 않기에, 따라서 무대 위에는 암전이 매번 끝나고 나서도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극은 탄탄한 구성과 끝없는 흡입력을 자랑한다. 계속해서 새로운 정보로 미끼를 던지며 관객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데, 형제의 대사 속에서 숨겨졌던 가족의 비밀과 새로운 정보들을 얻어가는 재미가 매우 쏠쏠하다. 더불어 작품 속 부모님의 사망과 그 이후 유산 상속, 빚, 취업준비생 등 지극히 현실적이고 비극적인 상황들을 티격태격하는 형제애로 매우 실감나고 희극적으로 표현하여 관객들의 웃음과 공감을 이끌어낸다.
90분이라는 시간은 관객들이 지루할 틈이 없다. 원래 기성공연에 비해 긴 시간도 아닌 것이 사실이지만, 군더더기 없이 개연성 있는 구성 덕분에 공연은 ‘알찬 상연시간’을 인지시킨다.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유쾌하게 일깨워주는 연극 <형제의 밤>은 내년 1월 4일까지 JK아트홀(구 샘 아트홀)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