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명이 자신만만인 출판사 '센추리원'
코드명이 자신만만인 출판사 '센추리원'
  • 독서신문
  • 승인 2014.09.2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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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 북칼럼니스트의 우수 중소출판사 탐방' (5)
▲ 송미진 대표(가운데)의 꿈은 함께 일하는 후배들에게 출판사를 하나씩 만들어주는 것이다. 바로 '센추리원 유니언'이다.

[독서신문] '센추리원'은 '한 세기 동안 유일한 무엇'이다. 그만큼 센추리원 송미진 대표는 당차다. 자신만만하다. 책과 출판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뚜벅뚜벅 큰 걸음을 내딛는 그녀 때문인지 센추리원의 책들도 당차다. 책 제목부터 도발적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녀는 아무래도 '책바치의 피'를 타고난 것으로 보인다. 젊어서 당찬 것인지, 당차서 젊은 것인지, 아니면 그 무엇이 송미진 대표의 당당한 자신감의 배경을 이루는 지 궁금했다.

- '센추리원'이란 회사 이름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면?
"처음 생각했던 단어는 '센추리온(Centurion)'이었다. 고대 로마시대 백명으로 구성되었던 로마군 부대의 지휘관을 일컫는 말이다. 어감도 좋고, 우리말로 써놓았을 때 타이포 느낌도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백인의 부대를 이끌어가는 '센추리온'의 카리스마와 리더십에서 영감을 받았다. 출판사 등록 전 미국 예일대 명예교수 전혜성 박사님께 전화로 창업 소식을 알려드렸다. 박사님께서 축하하신다며 회사 이름을 물었다. 제가 '센추리온'이라 했더니 "오! 센추리 원! 세기의 으뜸, 좋네요" 하시는 거였다. 그런 해석도 괜찮다 싶어서 '출판의 으뜸'이란 뜻으로 '센추리원'이 만들어졌다. 우리의 모토는 '센추리원은 당신을 위한 백년의 책, 백년이 지나도 읽고 싶은 책, 갖고 싶은 책을 만듭니다'이다."

- 출판사 대표 치고는 비교적 젊은 층에 속하는데 출판계 입문의 히스토리가 궁금하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학보사에서 학생기자 활동을 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학과 공부보다는 신문을 만들면서 보냈다. 졸업 후 처음 들어간 출판사는 젊은 사장이 패기만만하게 시작한 곳이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편집부와 기획부가 나뉘어 있었는데 신입 시절부터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고 그 아이디어를 실행해 나갈 수 있었다.

그 뒤 대기업에서 사보담당 기자로 잠깐 일한 기간을 빼면 1994년 입문 이래 출판이라는 한 우물을 팠다. 서른 살에 한 언론사 출판법인 경력 공채 1기로 들어가 센추리원 창업 전까지 만 11년간 한 조직에서 일했다. 돌연 회사가 분리되고 외국계 회사에 매각되는 등 법적으로 별개의 조직이 되기도 했지만, 심정적으로는 같다고 생각한다.

 

예전 어느 출판사 사장이 강연 중에 '밀리언셀러를 낸 에디터들은 여럿 있다. 하지만 10만권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를 10종 이상 낸 에디터는 없다'고 말했다. '내가 있다'고 스스로 말하기는 쑥스럽지만 그건 틀린 말씀이었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첫째 아이를 낳고 거의 모든 분야의 육아 책을 펴냈다. 장병혜 박사의 『아이는 99% 엄마의 노력으로 완성된다』, 『뇌태교 동화』, 전혜성 박사의 『섬기는 부모가 자녀를 큰사람으로 키운다』 등은 독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아이가 성장해 나가면서 육아책보다는 자기계발서에 집중해 백지연 앵커의 『자기설득파워』 등을 펴냈다.

다니던 회사가 외국계 회사에 매각된 후 그 조직의 사람들이 모여 새로 출범한 회사에서 맨땅에 헤딩하며 처음부터 판을 짰다. 그렇지만 야심차게 시작한 회사는 경영 악화로 최악의 상황을 맞았고 소방수로 새로운 대표가 부임하게 됐다.

현재 센추리원의 각자 대표로 있는 김상규 대표다. 김 대표 체제 하에서 후배들과 함께 무시무시한 로열티와 열정을 발휘하면서 정말 재미있고 열심히 일했다. 조직 정비 2년 만에 이시형 박사의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 백지연 앵커의 『뜨거운 침묵』, 박지성 선수의 『더 큰 나를 위해 나를 버리다』 등 연달아 빅 히트작들도 나오면서 회사도 안정됐다. 하지만 세상사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했나?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사표를 던지게 되었다. 이후 조직에서 독립한 김상규 대표와 센추리원을 함께 하기로 한 것이 지금까지 오게 됐다."

- 센추리원의 특별한 경영 방식이 있다던데?
"센추리원을 시작할 때 '3대 3대 3의 법칙'을 실천하기로 했다. 이익이 났을 경우 3분의 1은 회사 보유분으로, 3분의 1은 직원에게, 3분의 1은 주주에게 분배한다는 원칙이다. 그동안 많은 어려움도 있었지만 '3대 3대 3의 법칙'을 지키면서 크든 작든 그 결실을 후배들과 함께 나눌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한다. 최근 출판계가 많이 어렵다고 한다. 성장이 아니라 생존이 절실함으로 다가온다.

출판계에 신규 인력이 많이 유입되지 않는 가운데 함께 일하는 후배들에게 어떤 동력을 줄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지속 성장할 수 있다'라는 믿음이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의 꿈은 김상규 대표가 그랬듯이 함께 일하는 후배들에게 출판사를 하나씩 만들어주는 것이다. '센추리원 유니언'이다. 그러려면 우선 센추리원을 작지만 강한 회사로 만들어야 한다. 갈 길이 멀다."

- 김봉국 씨가 지은 『승자의 안목』과 최근 류재윤 씨의 『지금이라도 중국을 공부하라』를 인상 깊게 읽었다. 두 저자의 경우 다른 출판사에서도 욕심낼만한데 이런 저자들과의 인연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제는 누구를 만나도, 그 사람의 이야기를 어떤 컨셉으로 어떻게 포지셔닝할까부터 궁리한다. 다양한 정보, 만남 등을 통해 아이템을 컨텍하는데 자연히 지인들로부터 추천을 많이 받는다. 이 두 저자도 지인들의 추천으로 인연을 맺게 되었다. 센추리원에는 '기획 인세'라는 독특한 시스템이 있다. 보통 지인들이 친분 차원에서 저자나 아이템을 소개해주는데 그에 걸맞은 보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이를 '기획 인세'로 제도화했다. 호의 차원이라며 거절하는 사례도 간혹 있지만 센추리원에서는 함께 뛰어주는 천군만마를 얻는 셈이니 향후 더욱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 센추리원의 책들은 주로 '자기계발'의 성향이 강한 것 같다. 편견인가?
"맞다. 지금까지 냈던 책들의 성향이 모두 '계발'적인 요소가 강하다. 교육 책도 계발스럽게, 에세이도 계발스럽게 내는 편이다. 오늘도 후배들과 다른 회사에서 나온 실용 책을 보면서 우리 회사 식으로 이름을 바꿔 부르며 웃었다. 모빌 책인데 '우리 회사에서 만들었으면 『나는 까칠하게 모빌을 만든다』나 『나는 외롭다고 아무 모빌이나 만들지 않는다』나 『승자의 모빌』이라고 하지 않았을까?'하면서 웃었다. 빙빙 돌리는 거 싫고, 장황한 거 싫고, 구질구질한 거 싫다. 이런 성격이 정확하게, 해야 할 바를 강하게 말하는 '자기계발스러운 책'을 만드는 데도 한몫 한 것 같다.

저자를 만나도 한마디로 묻는다.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으세요?'라고. 후배들이 컨셉과 제목을 상의할 때도 '그래.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야? 한마디로'라고 묻는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한 가지 컨셉으로, 한마디로 요약해서 강하게 끝내야 한다.지금까지 경험한 바로는 그 한마디로 정의되지 않는 책들은 대부분 결과가 좋지 않았다. 군더더기와 잔가지를 쳐내고 첫 마음, 초심의 그 생각 한 끝을 정하고 밀고나가는 뚝심이 중요할 때도 많다."

- 센추리원이 가장 자랑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후배들에게 협박하곤 한다. 회사가 망해도 너네는 갈 곳이 있지만 나는 갈 곳이 없다. 그러니 열심히 하자고. 센추리원 첫 책을 만들 때 이제 나는 다시는 책을 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우울감에 시달렸다. 그 후 두 번째로 양창순 박사의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를 펴냈고, 그 책이 터졌다. 덕분에 오늘도 북한산과 인왕산이 함께 보이는 광화문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다. 1990년대 밀리언셀러 저자였던 양창순 박사와 센추리원을 함께 빛내준 고마운 책이다."

- 최근작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국내 최고의 대인관계 전문가이자 정신과 전문의인 양창순 박사의 『나는 외롭다고 아무나 만나지 않는다』가 있다. 원래 양창순 박사는 연애관계 전문가이도 하다. 이 제목을 정할 때 이십, 삼십대 여성뿐만이 아니라 사십, 오십대 남성층까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연애론을 넘어 관계론까지 확장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기대했는데 예상대로 반응이 좋다. 외롭고 외로운 현대인이 고개 한번 살짝 들고 도도하게 말할 수 있는 제목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출판사를 설립하고 꾸려오는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지.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다. 언론사 입시를 준비하는 후배에게 자신있게 말했다. 출판인으로 성장하는 것이 네 인생을 훨씬 가치있고 풍요롭게 만들어줄 거라고. 이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서라도 더욱 분발해야겠다. 그때 꼬셨던 그 후배가 우리 사무실 한 켠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다."

- 앞으로 센추리원의 비전을 그려본다면?
"외람되지만 세상에 떠다니는 온갖 아이디어를 딱 반 발짝 앞서 나가는 메시지로 가장 잘 포지셔닝하는 콘텐츠 전문 회사 센추리원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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