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을 극복하는 우리의 자세, 연극 ‘애정빙자사기극’
실연을 극복하는 우리의 자세, 연극 ‘애정빙자사기극’
  • 송주원 객원문화기자
  • 승인 2014.08.31 14: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연극 <애정빙자사기극> 공연 이미지 [사진제공=씨즈온]

[독서신문 송주원 객원문화기자] ‘지우개로 널 지울 수만 있다면 백번이고 모두 지우고 싶어 내 가슴에 문신처럼 박힌 우리의 사랑이 아무리 해도 지워지지 않아…’

알리의 ‘지우개’ 중 후렴구 가사다. 이처럼 이별 후 힘들어하는 우리의 마음을 절절한 가사로 담아낸 노래는 무수히 많다. 혹자는 툭하면 이별 노래라며 볼멘소리를 할 수도 있겠지만 이별은 그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소재다. 그 누구도 피할 수 없고 우리의 모든 것을 무너지게 하는 것. 세대를 불문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하는 실연의 고통은 늘 우리를 힘들게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이다. 모든 것을 무너지게 하는 실연 또한 극복해야할 임무가 주어져있고 이 임무를 저버리면 우리의 삶을 실연의 고통에게 빼앗기게 된다. 때문에 실연의 고통만큼이나 우리에게 강조되는 것이 ‘실연 후 올바른 극복법’이다. 실연을 극복하는 방법, 피할 수 없는 고통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겪었기에 이에 대한 극복법은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대부분이 공통된 목소리로 주장하는 것이 있다. 바로 딱 잊는 것이다. 보고 싶어도 참고 고통스러워도 이를 감내해야하는 것이 아픈 우리에게 주어진 모범답안이다. 이른바 ‘쿨해지는 것’이다.

▲ 연극 <애정빙자사기극> 공연 이미지 [사진제공=씨즈온]

하지만 이는 분명 쉽지 않다. 인간은 어떠한 문제에 부딪히게 되면 결정을 내리려 노력하는데 이때 인간의 결정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가 있다. 바로 이성과 감정이다. 인간은 이성적으로 행동할지, 감정적으로 행동할지 고민하게 된다. 많은 문제들 중 실연의 고통을 극복하는 과정에서는 절대적으로 감정의 지배를 받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한 사람에게 감정이라 함은 당연히 그를 한 번이라도 붙잡고 싶은 마음, 즉 잊지 못하고 매달리는 것이다. 그리고 마음의 고통을 담담하게 견뎌내지 못하고 이를 잘못된 방법으로 표출해내기도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모범답안이었던 쿨한 행동을 보이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담아낸 연극이 있다. 어쩌면 이와 같이 어두운 분위기를 전혀 느끼지 못했을 제목을 가지고 있는 <애정빙자사기극>. 극에는 두 커플이 있다. 그러나 극 초반부 이 두 커플은 각자의 이유로 헤어진다. 대부분의 이별이 그렇듯 둘 중 누군가에게는 일방적인 통보고 곧 절망이 된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헤어짐을 통보받고 절망에 빠진 그들은 과연 어떻게 실연을 극복할까? 한때 열렬히 사랑했던 상대를 깨끗이 잊고 자신의 삶을 되찾아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까? 아니면 그를 잊지 못하고 계속 매달릴까.

우리의 여주인공 차여진이 선택한 방법은 바로 ‘복수’였다. 자신의 예전 남자친구인 승배의 새 애인 아름이 전에 사귀었던 남자와 커플이 되는 것. 사랑했던 남자친구를 아직 잊지 못하고 여전히 사랑하지만 동시에 열렬히 미워하는 이질적인 감정의 선상에 놓여있던 여진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답안이다.

▲ 연극 <애정빙자사기극> 공연 이미지 [사진제공=씨즈온]

여진의 이와 같은 복수극을 보고 여러분들은 많은 생각에 빠질 것이다. 실연에 아파하며 상대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그녀의 모습에 공감하기도 할 것이고 복수를 계획하는 그녀를 보며 이해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생각 차이는 실연 후 우리가 이성에 의해 극복하는지, 감정에 의해 극복하는지에 따라 생겨난다. 여진의 행동은 전적으로 감정에 치우친 행위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토록 감정적인 여진의 행동은 과연 잘못된 것일까?

만약 그녀가 잘못됐다면, 우리는 실연을 있게 만든 사랑이라는 것 자체가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애초에 사랑이라는 감정에서 시작된 관계의 상실로부터 오는 문제니 이에 대한 극복법 또한 감정에 의해 지배받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이별에 침착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그리고 이별 후 나조차도 몰랐던 나의 모습을 느끼며 더욱 힘들어하는 나에게 연극 <애정빙자사기극>의 여진을 통해 조금 더 너그러워지는 것이 어떨까.

우리는 사랑했다. 그렇기에 잃어버린 사랑에 대해 아파하고 그리워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아파하고 그리워하는 내가 진정한 실연의 극복법이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