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한지은 기자] ‘인생이란 게 정말 알 수 없는 거거든.’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이 말을 그냥 멍하니 듣고만 있었던 적이 많다. 가끔 책에서 나오는 실화에서나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 주변에는 흔히 ‘인생역전’ 했다는 사람을 보기가 매우 힘들다. 공부 잘하던 애가 돈도 많이 벌고 시집장가 잘 가고, 공부 못하고 놀던 애들은 나이 들어서도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어찌 보면 그것이 적나라한 현실이다. 특히나 모든 것이 학업 중심, 돈 중심인 ‘대한민국’ 이곳에서 그 틀을 탈피하기란 20m짜리 철벽을 뚫고 가는 것보다 힘겨운 게 사실이다.
이 책은 극에서 극을 오간 한 사람의 인생을 담아내 꿈 없는 일상이 답답하거나 세상 속에 자신을 한없이 작게 느끼고 있는 사람들에게 인생의 밑바닥에서 하늘 높이 날아간 어떤 이의 이야기 들려준다.
숀은 은행을 다섯 곳 털고 연방교도소에 수감되기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는 처지였다. 그때 본 하늘은 절망뿐. 오로지 빨리 죽고 싶은 마음만이 숀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희망 따윈 없었다. 그러나 절망 속에서도 그는 살아가야 했다. 그게 현실이었다.
삶의 의미가 상실됐지만 시간은 묵묵히 흘러갔고 그 과정에서 숀은 무언가를 배워가며 자신의 죄를 깨닫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부모님의 간절한 기도, 암 투병 중 돌아가신 아버지, 자신에게 주어진 많은 기회들 속에서 힘겹게 신앙을 받아들이고, 교도소 안에서 자신의 인생을 뒤바꿀 법과 사랑, 구원을 만나는 금쪽같은 ‘전화위복’의 기회를 얻었다. 그는 끝내 은행털이범이 변호사가 된 아이러니하고 기적 같은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그의 10여 년에 걸친 눈물과 노력의 결과였다.
숀의 이야기를 보면서 언뜻 영화 <쇼생크 탈출>의 앤디와 오버랩되는 부분을 발견했다. 둘 다 수감자로서 자신이 우연히 한 어떤 일로 인해 교도소 안에서 자리를 잡고 끝내 성공한 자유의 삶으로 마무리한다는 점은 책을 읽는 데 흥미를 돋우는 요소가 된다.
또 하나 이 이야기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물론 주인공의 노력도 그의 인생에 많은 영향을 미친것은 분명하지만, 은행털이범에게 보여주는 이웃들의 선의와 사랑이 미친 영향력이다. 숀의 이웃들과 친구들은 그에게 용기를 잃지 말라는 편지를 보내는 등 재정적인 지원과 정신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전과자’의 타이틀이 붙으면 우선 거부감 드는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은 그 사람의 과거가 아닌 현재를 평가했고 전과자가 아닌 하나의 인간으로서 그를 받아들이는 관용을 베풀었다.
모두가 사랑과 관심으로 그를 감싸줬고 그에게 주목했다. 전과자의 틀로 그를 묶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다시금 일어날 수 있게 도와줬다. 숀이 우리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그의 삶의 기록이자 전과자 혹은 힘든 이들에게 전하는 희망의 증거이며, 그들을 좀 더 포용하라는 우리에의 권고이다.
■ LAW MAN
숀 홉우드·데니스 벅 지음 | 정혜진 옮김 | TRIGGER 펴냄 | 304쪽 | 1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