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공존을 꿈꾸는 출판사 '리수'
행복한 공존을 꿈꾸는 출판사 '리수'
  • 독서신문
  • 승인 2014.08.1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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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 북칼럼니스트의 우수 중소출판사 탐방' (3)
▲ '독자가 필요로 하는 책이 아닌, 독자에게 필요한 책'을 만들고자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김현정 대표

[독서신문] 출판사 '리수' 역시 다양한 책들을 낸다. 그런데 리수가 내는 책들은 한 가지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갖고 있다. 평화, 공존, 공생으로 이루는 행복한 세상이다. 장안을 뒤흔드는 베스트셀러는 아니더라도 소수지만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책일 것 같으면 리수는 그 책을 낸다.

한 때 혈맹의 나라였던 대만을 생각하며 펴냈던 『대만 거대한 역사를 품은 작은 행복의 나라』가 그렇고,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희망하며 최근 펴낸 『모든 생명은 서로 돕는다』도 그렇다. 작은 출판사 리수가 작은 책으로 이루고자 하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궁금해 김현정 대표를 만나봤다.

- '리수'라는 출판사 브랜드가 특이한데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는가.
"'리수'는 '마을의 물가'라는 뜻이다. 문명의 발생은 물에서 비롯됐으며, 사람들은 물을 찾아 모여 살았다. 마을의 물가는 사람이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다. 정보와 생각, 마음을 나누면서 나를 알고 세상을 알아간다. 리수 출판사는 나를 아는 책, 세상을 아는 책을 출간하는 것이 목표다. 또 하나, 리수는 딸아이의 이름이기도 하다.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양서를 발간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 25년이 넘게 출판계에 몸담은 것으로 알고 있다. 주요 활동과 출판에 대한 생각은?
"대기업 두 곳에서 10년, 소규모 출판사에서 2년 동안 단행본을 기획·편집하는 에디터로 일하다가 2000년에 출판사를 차려 독립했다. 대학원에서 출판기획을 연구했고, 여성편집자클럽과 여성출판경영인회에서 활동하며 좋은 책과 출판환경에 대해 고민했다. '내용이 형식을 결정한다'는 믿음으로 정성껏 책을 만들었고, 목표는 늘 만 권이 팔리는 책이었다. 만 명의 독자가 기꺼이 지갑을 열어 사 읽는 책이라면 틀림없이 가치 있는 책일테고, 스테디셀러가 될 수 있는 책이라 생각했다. 지금도 그 정신에는 변함이 없지만, 서점이 1,700여 개로 줄은 지금은 목표부수도 줄었다."

 

- 리수의 책들 중 독자들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책'을 든다면.
"『영국, 바꾸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와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를 말하고 싶다. 『영국 바꾸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전원경, 이식 지음)는 '타산지석 시리즈'의 첫 책이다. 타산지석 시리즈는 세계문화 에세이를 다룬다. 그 나라에 몇 년은 살아봐야 보이는 외국 문화 이야기인데 국내 필진으로만 진행하다보니 15년 동안 19권밖에 선보이지 못했다. 그만큼 꼼꼼하게 정성을 담은 시리즈고, 국내 유일한 문화에세이라는 점에서 자부심이 크다.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소노 아야코 지음)는 나이듦에 대한 지혜를 담은 에세이다. 2001년 일본의 박완서 선생과 같은 존재인 소노 아야코 선생의 책을 내면서 아름다운 나이듦 시리즈는 시작됐다.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는 실버출판의 본격 대중화를 알리는 신호로 많은 유사제목을 배출했고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으며, 특히 법정스님으로부터 추천받아 더욱 유명하다."

- 최근 출간돼 화제가 된 『모든 생명은 서로 돕는다』는 어떤 책인가.
"3관왕이 됐다고 부러움을 많이 샀다. 출간되자마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수여하는 청소년권장도서, 한우리독서의 고등학생 추천도서, 또 학교 선생님들이 대거 참여하는 '책따세(책으로 만나는 따뜻한 세상)'의 중학생 여름방학 권장도서 등 세 군데의 추천을 모두 받았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큰 찬사는 부산의 인디고 서점으로부터 초청을 받아 강연을 하게 된 일이다.

이 책은 여러 동물들을 인간과 동일한 생명으로 대하는 수의사, 사실은 제 남편이자 딸 리수의 아빠인 저자가 심혈을 기울인 책이다. 그래서 본문의 형식도 리수와 아빠의 대화 형식이다. 저자는 지금의 이데올로기가 약육강식으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생명관에서 비롯된 것이라 이야기하는 것에 대항해 모든 생명은 서로 순환하고 도우면서 진화의 여백을 메워온 것처럼 우리도 상생과 협조의 자연법칙을 따를 때 보다 본질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치열하게 반박한다."

 

- 리수의 온라인 소통로에는 강아지와 고양이가 자주 등장하는데 그 책 때문인가?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닌 것도 아니다. 우리 출판사에 오신 분들은 대체로 신기하다는 반응이다. 남편의 동물병원 구조가 복층으로 되어있는데, 우리 출판사가 2층 창가에 있다. 그래서 리수 출판사에 오려면 동물병원을 거쳐야 하고, 오래 된 다락방을 올라오듯 층계를 올라오다보면 자연스레 여러 동물을 만날 수밖에 없다. 의도적으로 이런 구조를 만든 것은 아니다. 마침 남편이 동물병원을 새로 오픈해 창가에 원장실을 만들었다. 일중독자 에디터로 일하다 원장실 자리가 탐나 그만 이 참에 출판사를 차렸다. 동물병원과 출판사의 동거는 이렇게 시작됐다."

- 최근 인터넷서점 알라딘에서 '작고 강한 출판사'로 선정했던데 무엇때문이라 보는지.
"책이 나올 때까지 제목이 변경되기가 수십 번, 제목이 바뀔 때마다 표지 콘셉트도 손바닥 뒤집듯 바뀐다. 독자층 선정도 원고를 읽어가면서 변덕이 죽 끓듯 한다. 그래서 디자인 또한 우리의 의도와 충심을 아는 파트너와 특별한 관계를 맺어야만 했다. 이런 출판사가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독자의 니즈를 찾아간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텍스트가 독자에게 진짜 필요한 것인지 끈덕지게 질문하고 탐색해온 덕분이라 생각한다. 독자가 필요로 하는 책이 아닌 독자에게 필요한 책이 되고자 했던 것, 그것이 우리의 강점이 아닐까 싶다.

또 한 가지는 정성이라고 본다. 가내수공업이라고 해도 무방하리만큼 정성을 다하는 덕분에 생명력이 긴 책이 되는 것 같다. 리수의 책들은 숨이 끊어진 책들이 의외로 적다. 아직도 리수의 책들은 첫 책부터 대부분이 독자의 사랑 속에 살아 숨쉬는 것이 오늘도 책을 만드는 보람이자 힘이다."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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