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영국자동차산업 몰락은 잘못된 정책 때문이다. 1800년대 자동차산업이 가장 앞선 곳은 영국이었지만, 잘못된 판단에 의해 만들어진 '붉은 깃발 법(Red Flag Act)'은 자동차산업을 몰락하게 만든다.

'붉은 깃발 법'은 운전하는 사람, 석탄을 넣는 사람, 낮에는 붉은 깃발을 들고, 밤에는 붉은 등을 켜고 자동차 앞을 말을 타고 달리거나 뛰면서 뒤에 자동차가 온다는 사실을 보행자들에게 알리는 사람이 있어야 하며 자동차 최고속도는 시속 6.4㎞를 넘으면 안 되는 법이었다. 자동차가 있지만 빨리 달릴 수 없게 되어있는 '붉은 깃발 법'은 31년간이나 시행됐으며,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이 새로운 자동차 기술을 개발할 때 영국은 제자리걸음을 하게 만들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법은 당시 영국 정부가 마차산업 로비에 무릎을 꿇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영국 자동차산업은 미국 등 다른 나라에게 주도권을 뺏기고 만다. 오랜 기간 누적된 전통은 변화를 빠르게 수용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역설적이게도 누적된 전통이 없는 사회가 첨단 기술을 빨리 수용할 수 있음을 디지털시대에 경험하고 있다.

앨빈 토플러는 '시간, 공간, 지식의 심층기반이 주도하는 시기가 왔다'고 주장한다. 지식에 의한 사회변화 속도는 상상 이상이라는 주장이다. 한번 익힌 기술이 100년 가는 시대는 끝나버렸다. 3일 후면 새로운 기술은 다른 새로운 기술에 의해 도전을 받는다. 광속도로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할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의 많은 변화 중 적응 못하고 있는 분야는 빅데이터 사업이라 한다. 이는 개인정보 범위가 확실하지 않아 어떤 정보를 활용해야 하는지 알기가 어렵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이다.

'붉은 깃발 법'이 남의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해 낙오되지 않기 위해서는 변화를 부정하는 '붉은 깃발 법'은 빨리 바뀌어야 한다. 묵은 조직·풍속·습관을 바꾸어 새롭게 하기 위해서는 기존 법이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에 역행하며 법이 잘 움직여주지 않는다면 큰 문제임을 '붉은 깃발 법'으로 살펴봤다. 시대 변화를 거스르는 '붉은 깃발'들을 빨리 내려야 더 큰 미래를 그릴 수 있을 것이다.

/ 런던(영국) = 황새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