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치료약 중에 경구용으로 가장 많이 알려져 있고, 가장 효과적인 것이 피나스테라이드(Finasteride)이다. 탈모 치료제의 대명사로 알려진 프로페시아는 피나스테라이드(Finasteride)의 상품명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피나스테라이드는 여러 제약회사에서 출시 중이다.

피나스테라이드는 임상실험 결과 83％에서 탈모 방지 효과가 있고, 66％에서 발모 현상을 보이는 등 효능이 입증되어 1997년에 FDA로부터 최초의 먹는 탈모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치료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복용하여야 하며, 복용후 두달 정도 지나면 효과가 나타나고 복용을 중단하면 몇 달 뒤에는 다시 탈모가 진행된다.

비아그라와 더불어 남성들의 행복지수를 높여 주는 약물로 해피드러그(Happy drug)라 불린다. 부작용으로 발기부전, 성욕감퇴, 사정량 감소 등이 있지만 1% 미만으로 상당히 낮은 편이다.

많은 사람들이 피나스테라이드에 대해 갑론을박(甲論乙駁) 하는 것이 성기능 저하의 우려이다. 그러나 피나스테라이드는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을 감소시키는 작용을 하지만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은 성기능과는 무관한 남성 호르몬이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오래 복용해야 하는 만큼 그 안전성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장기복용에 따른 부작용은 거의 보고된 바 없으며 전립선암의 발생빈도가 줄어든다는 보고가 있다. 게다가 음주량이나 음주횟수를 감소시키는데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모 치료환자에게 많이 질문 받는 것이 '피나스테라이드를 언제까지 복용하느냐?'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유전적인 요인에 의한 탈모는 계속적으로 복용해야 하지만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된 탈모는 치료 후에 관리만 잘 한다면 복용을 하지 않아도 된다.

45세 H씨, 강원도 산골짜기 출신이다. 그는 집이 속된 말로 '찢어지게' 가난하여 시골서 겨우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서울로 상경하여 갖은 고생 끝에 자수성가해 지금은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친가나 외가 모두 대머리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5년전부터 급속하게 탈모가 시작되어 치료를 하게 되었다. 두피에 성장인자 및 항산화제를 주사하고 피나스테라이드를 꾸준히 복용하자 치료 8개월에 그의 머리는 풍성해졌다.

치료가 끝나자 H씨는 "피나스테라이드를 언제까지 복용해야 되냐"고 물어 필자는 "아마도 고혈압이나 당뇨약처럼 평생 먹어야 된다"고 했다. 그러자 그는 "부모가 재산은 물려주지는 않고 대머리만 물려줬다"고 투덜거렸다. 이어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머리도 유산이라고, 약을 먹을 때마다 부모님 생각이 나네요~"

그는 20대때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다고 한다. 이제 경제적으로 안정을 이룬 그가 고생만 하다 돌아가신 부모님이 그리워하는 것은 자식으로서 인지상정(人之常情)이 아닐까….

<홍성재/ 의학박사, 웅선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