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25,000원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단돈 25,000원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 이보미 기자
  • 승인 2014.08.1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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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이보미 기자] 얼마 전 카페 쇼윈도에서 맘에 드는 머그잔을 발견했다. 머그잔 바닥에는 희망소비자가격 25,000원이라는 가격이 쓰여 있었다. 25,000원, 맘에 드는 머그잔을 살 수 있는 돈. 현대를 살아가는 도시인에게 25,000원은 딱 그 정도의 값어치를 한다. 이 책의 '25달러의 희망'을 보고 친구에게 "이만 오천 원이 생기면 무엇을 하겠느냐"고 물어봤다. 친구는 "밥이나 한 끼 때우겠지 뭐"하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25,000원은 우리에게 밥 한끼 이상의 즐거움을 주지 못한다.

이 책의 저자 밥 해리스는 전 세계의 호텔을 돌아다니며 그 소감을 쓰는 여행 작가다. 하지만 그는 호화스런 두바이 건축물의 낭만을 넘어 화려한 세상 이면에 가난하고 궁핍한, 그래서 인간의 최소한의 권리조차 찾지 못하는 사람들의 삶을 통찰하기 시작한다.

사실 저자의 아버지 제임스 로버트 해리스는 제너럴 모터스 공장의 노동자였다. 그는 생계를 위해 야간 근무와 제2, 제3의 시간제 일까지 해야 했다. 자식만은 공장 노동자로 자라지 않길 바라던 아버지의 바람대로 밥 해리스는 글을 쓰는 여행 작가가 됐다. 하지만 그가 본 것은 밤하늘을 빛내는 야경도, 값비싼 세계 유명 호텔도 아니었다. 공장에서 일생을 바친 아버지의 삶과 가난의 굴레를 지고 사는 사람들, 그리고 세상의 불공정함이었다. 그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방법으로 키바(Kiva)를 통해 소액 대출 후원을 시작한다.

이 책의 시작은 여기서부터다. 밥 해리스는 키바에 25달러를 후원하고 나니 궁금해졌다. '정말 내가 한 투자가 도움이됐을까?', '그들의 삶은 정말 나아졌을까?' 이 책은 그 궁금증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저자의 여행서이자 경제적 불평등 해소법으로 떠오르는 소액대출의 명암을 관찰하는 보고서이다.

그가 본 가난한 사람들은 무기력하고 게으른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 역시 똑같이 더 나은 생활을 꿈꾸고 계획했지만, 그들에겐 공평한 기회가 없었다. 물론 소액 대출이 빈곤문제의 해결을 보장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가난의 가장 큰 문제인 빈곤의 사이클을 깨는 실마리는 제공할 수 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미래를 생각하고 계획할 도구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그들을 절망의 터널 속에서 한 발 내디딜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키바는 개인 대 개인이 무담보 소액신용대출을 할 수 있도록 이어주는 비영리 자선 단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은 투자자는 온라인에 올라온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의 목록과 사연을 읽고 25달러를 결제해 제3세계의 사람들의 삶과 미래에 투자할 수 있다. 키바에서 후원하는 방식은 기부가 아니라 대출이다. 따라서 만기가 되면 채무자들은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키바의 대출 상환율은 99.84%다.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키바는 2005년 출범 이후 2014년까지 5억 8,000만 달러를 후원받아 77개국의 제3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의 자립을 도와왔다.

그는 소액대출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실현할 기회를 얻어 살아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목격하고 담았다. 이 책을 따라가다 보면 한 사람의 작은 도움이 세상을 바꾸고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이 더 나은 쪽으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 25달러로 희망파트너가 되다
밥 해리스 지음 | 이종인 옮김 | 세종서적 펴냄 | 424쪽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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