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중궁궐 속 관능과 욕망의 대서사
구중궁궐 속 관능과 욕망의 대서사
  • 한지은 기자
  • 승인 2014.08.1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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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한지은 기자] 역사는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흘러가는 역사의 주축이 되는 왕족 혹은 황족들은 고풍스럽고 장엄한 삶을 살았을 것이라고, 그들은 기품 있게 행동하며 넓은 아량으로 아랫사람들 위에 군림했을 것이라고 누구나 그렇게 추측한다. 그러나 내용물이 보잘 것 없을수록 포장은 화려한 법. 거창한 황실의 위엄, 그 내면에는 저급하고 잔인한 인간의 나약함이 득시글거렸다.

본래 중국의 왕조들은 유가 사상을 통치이념으로 삼았다. 유가는 기본적으로 어짊과 충효를 연구했고, 효의 핵심이 대를 잇는 것이어서 자식을 못 낳는 것을 가장 큰 불효로 여겼다. 황제 가문의 자손번성을 빌미로 중국의 역대 황제들은 합법적으로 여색을 탐닉했고, 유가 사상에 입각해 그러한 생활이 나라를 유지하기 위함이라는 명목 좋은 성생활을 해왔다.

그러나 모든 것은 도가 지나치면 파국을 부른다. 성애의 농도가 진해질수록 구중궁궐에는 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황궁의 여인들은 황제의 총애를 받기 위해 베일 뒤에 가려진 잔인한 전쟁을 벌이기 일쑤였고 황족들은 아름다운 여인에 눈이 멀어 여동생을 탐하고 며느리를 부인으로 삼는 등 온갖 패륜을 저질러댔다. 권력을 위해 자신의 피붙이를 죽이면서까지 황제 혹은 여인의 마음을 얻는 잔악무도한 행태들이 벌어졌으며, 여인의 유혹과 성적인 권모술수에 놀아나 정사는 등한시한 채 향략적인 삶을 살고 잠자리를 마치 놀이인 양 여기는 황제도 다수였다.

여인들은 이런 기회를 틈타 약삭빠르게 머리를 굴려 성애에 혹하는 황제와 황족을 홀려 권력잡기를 꾀했다. 아들을 갖기 위해 황제 몰래 다른 남자들과 관계를 하고 황제가 총애하는 여인을 질투해 불구자로 만들거나 살인을 했다. 권력유지를 위해 가족과 결혼을 시키는 경우도 대다수였다. 남자를 향해 꽃향기를 날리며 뒤에선 무서운 계략을 꾸미고 있던 여인 천하가 점차 드러나고 있었던 것이다. 차마 입에 담기도 민망한 사건들이 구중궁궐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황제가 천하를 환하게 비추는 태양이라면 구중궁궐의 여인들은 밤을 지배하는 달이다. 천하를 호령하는 황제라도 밤이 되면 여인들의 신비로운 관능에 지배당한다. 태양의 뜨거움과 달의 서늘함이 새로운 역사의 씨앗을 틔운다.                                                      -본문 340쪽 중

이러한 권력투쟁에 희생돼 평생 외롭고 불행한 삶을 살았던 황후들도 여럿이었다. 이에 더해, 여인뿐 아니라 예쁘게 생긴 남성들 또한 황제의 성적 욕망의 대상이 됐고 그것은 그저 무절제한 성생활의 일부분이자 또 다른 즐거움으로 치부됐다.

이처럼 황궁 안에 절제란 없었다. 향락과 음탕한 성, 퇴폐적인 모습에 질척이고 있었다. 구중궁궐의 문란한 생활을 화려함과 웅장함에 숨긴 채 역사 속에 감춰둔 것이다.

결국, 중국 오천 년을 실질적으로 만들어온 황실의 역사는 이렇듯 관능과 욕망이 뒤엉킨 전쟁터였음을 저자는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관능이 자리를 벗어나 권력이 될 때, 욕망이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하고 집착이 될 때, 죽음이 찾아오고 멸망이 초래되는 구중궁궐의 역사를 우리에게 적나라하게 증명하고 있다.

■ 관능으로 천하를 지배한 구중궁궐 여인들
시앙쓰 지음 | 신종욱 옮김 | 미다스북스 펴냄 | 480쪽 | 1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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