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를 잃어버린 사회를 살아가는 '정신의 칼'
정의를 잃어버린 사회를 살아가는 '정신의 칼'
  • 한지은 기자
  • 승인 2014.08.1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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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한지은 기자] 삶의 목표는 생각보다 주관적이다. 대체로 정해진 카테고리 안에서 ‘행복의 기준’이라는 것을 만들어 그 잣대로 성공한 인생을 결정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성공한 삶이 목표가 아닌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것은 아주 사소하기도 하다. 세상 모든 꽃의 향기를 다 맡아본다거나 존재하는 모든 음식들을 먹어보고 싶다거나 하는 정말 일상적이고 순수한 것들. 의외로 세상은 돈이나 명예, 성공에 연연하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 소박한 것들을 화려하고 부유한 겉치장의 목적으로 숨기고 있을 뿐일지도 모른다.

이런 모순적 세상 속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을 소설가 이외수는 '지금까지 헛살아온' 40대 가장 박정달을 통해 표현해내고 있다. 조직의 경쟁에 뒤떨어져 권고사직 당한 그는 태생부터가 유약해 어려서부터 항상 폭력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최후의 방책으로 자기 보호용 과도를 품에 넣고 다닌 후부터 그의 인생에 다른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칼맨’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미친 듯이 칼 수집에 집착했고 퇴사 후, 정의를 잃어버린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정신의 칼’로 무장해야 함을 깨닫는다. 그 결과, 그는 인간의 영혼이 담기는 전설의 칼 ‘신검’을 만들고자 대장간을 세우기에 이른다. 새로운 ‘목적’이 그의 삶에 빛을 비추는 순간이었다. 그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딘가엔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저자는 주인공을 통해 인간 존재의 진정한 구원을 찾고 그 끝을 파격적인 결말로 이끌어낸다.

“그 신검이라는 걸 열심히 한 번 만들어보게. 우리 사부님께 그 얘길 했더니 세상에는 그런 칼이 한 자루 정도는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말씀이셨네. 대개 사람들은 자네를 미쳤다고 하겠지. 하지만 이 세상에는 자네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명심하게. 다만 드러나 있지 않고 묻혀 있기 때문에 별로 눈에 뜨이지 않을 뿐이야. 칼을 만들면서는 줄곧 마음을 맑게 가지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 마음이라는 것이라네. 그것이야말로 모든 것을 성취해낼 수 있는 인간 절대의 에너지니까. 그럼 떠나도록 해야지.”                                                                   -본문 203쪽 중

문학평론가 김상일은 “인간과 우주의 상동성을 표현해낸 작품”이라 말하며 능란한 화술 뒤에 숨겨진 철저히 계산된 작품 전개를 높이 평가한 바 있다.

『칼』은 1982년 이외수가 ‘죽기 전 마지막 작품’이라는 생각으로 1년이라는 최단기간에 완성한 소설이다. 부조리한 현실에서 연약한 인간이 어떻게 정신을 무장해야 하며 삶의 어느 부분에서 가치를 찾아야 하는가를 풀어낸다. “죽어가는 그 날까지 ‘쓰는 자의 고통이 읽는 자의 행복이 될 때까지’라는 좌우명을 지키며 살겠습니다”라는 소망으로 인간 영혼의 고귀함을 설파하는 저자의 작품은 메말라버린 감성과 삐뚤어진 인간의 모습을 되짚어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다.

■ 칼
이외수 지음 | 해냄 펴냄 | 392쪽 | 1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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