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 홍의 88365] (46) 대머리는 운명일뿐, 10년만에 가발 벗은 L씨
[Dr. 홍의 88365] (46) 대머리는 운명일뿐, 10년만에 가발 벗은 L씨
  • 독서신문
  • 승인 2014.08.13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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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가발은 대머리나 탈모 부위를 감추는 의미가 강하지만, 옛날에는 외모를 돋보이게 하거나 신분을 과시하려는 장식품으로 애용되었다.

가발의 역사는 실로 매우 깊어 기원전 6,000년경 칠레 지역에서 발견된 미이라에 가발을 씌운 흔적이 발견된 바 있다. 기원전 3,400년 고대 이집트에서는 가발이 성행하여 이를 증명하듯 피라미드의 벽화나 석상 등에서 가발을 쓴 모습들이 흔하게 발견되었다. 이는 자신의 머리를 아름답게 장식하여 신분을 과시하는 것도 있지만 이집트 사막의 뜨거운 햇빛으로부터 두피를 보호하는 목적도 있었다. 고대 로마에서는 염색 가발이 유행했는데 이는 귀족들의 품격을 높이거나 대머리를 감추기 위해 사용된 기록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251년 고구려 중천왕때 가발에 대한 최초 기록이 『삼국사기』에 실려 있으며, 가장 유행한 시기는 조선시대였다. 이때 '가체'라는 가발이 크게 유행했는데 부녀자들의 머리 장식에 필수품이었다. 사대부 여인네의 신분 상징인 가체는 날로 성하여 부르는게 값이었고, 몇백 금을 쓰면서 서로 자랑하기에 앞을 다퉜다.

지금으로 말하면 가체는 고가 브랜드의 명품이었다. 오죽하면 영조는 가체를 사치의 대명사로 지적하고 아예 가체 금지령을 내렸다. 그러나 과시하고 싶은 사람의 속성상 사치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 법이다. 금지령에도 불구하고 사대부 여인네의 가체 사랑은 식을 줄 몰랐다고 한다. 게다가 고약한 중국 사신에게 가발을 뇌물로 줄 정도로 값비싼 선물이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한때 세계무역 순위 8위를 달릴 정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가발이 큰 밑거름이 되었다. 가발 수출은 1970년대 초반 변변한 수출품 조차 없었던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에 큰 기여를 했던 공산품으로 이를 바탕으로 지금은 선박과 자동차, 반도체,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첨단 기술력을 생산하는 수출 강국이 되었다.

놀라운 사실은 가발의 수출이 이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가발의 수출 역사는 매우 오래되어 723년 신라 33대 성덕왕 때 당나라 교역 품목으로 머리털이 있었고, 그 이후에 통일신라, 고려, 조선시대를 거쳐 머리털이나 가발을 수출한 기록을 많이 볼 수 있다.

 
1,400년 동안 수출품목으로 굳건히 자리잡은 우리나라의 가발. 1980년대 이후 경제성장과 더불어 물가상승,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하여 국내의 가발 공장은 쇠락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패션을 위한 가발과 탈모인들을 위한 맞춤가발을 제조하면서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게 된다. 이후 맞춤가발의 급격한 수요로 인하여 제품의 품질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뛰어나 대한민국을 따라올 수 없는 게 현재의 상황이다.

52세 L씨, 그는 10년전부터 탈모 때문에 가발을 쓰기 시작했다. 친가나 외가 모두 대머리 가족력이 있어 자신이 대머리가 되는 것은 숙명적이라 생각하고 순순히 가발을 착용했다. 그런 그가 점을 제거하기 위해 병원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그의 두피를 진찰하게 되었다. 그의 두피 피부층은 두꺼웠고 머리숱은 많이 빠져 있었지만 모공이 살아 있어 10년간 가발을 쓴 두피 치고는 매우 상태가 양호했다.

성장인자와 항산화제를 주입하고 기본적인 약물치료를 하자 모발이 자라기 시작했다. 14회 치료를 하자 8개월 뒤 마침내 그는 가발을 벗게 되었다. 그의 두피는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는 것처럼 10년 만에 세상을 보게 되었다.

숙명은 뒤에 날아오는 돌이라 피할 수 없고, 운명은 앞에서 날아오는 돌이라 피할 수 있다. 대머리는 운명일뿐~! 치료할 수 있는 피부병이다. 미리 포기하지 말자.

<홍성재/ 의학박사, 웅선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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