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진정한 ‘효’에 대해 묻다, 연극 ‘손순: 아이를 묻다’
[인터뷰] 진정한 ‘효’에 대해 묻다, 연극 ‘손순: 아이를 묻다’
  • 김민아 객원문화기자
  • 승인 2014.08.01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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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민아 객원문화기자] 가난에 찌들어 사는 아버지와 어머니, 치매에 걸린 노모와 문둥병에 걸려 헛것까지 보이는 어린 아들이 한 집에 살고 있다. 행복했던 시절은 언제였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고 가난에, 삶에 지쳐 절벽에 내몰리고 있다. 벼랑 끝에 선 어른은 ‘아이는 다시 얻을 수 있지만 어머니는 다시 구할 수 없다’는 말과 함께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내린다.

연극 <손순: 아이를 묻다>(이하 <손순>)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삼국유사’에 <손순>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창작된 극이다. 신라시대 사람인 ‘손순’은 남의 집에 품을 팔며 늙은 어머니를 봉양하였다. 하지만 어린 아들이 노모의 음식을 빼앗아 먹자 ‘자식은 다시 얻을 수 있으나 어머니는 다시 구하기 어렵다’며 아내와 함께 산으로 가 아이를 묻으려 한다. 아이를 묻을 구덩이를 파던 도중 맑은 소리를 내는 종을 발견하게 되고 그들은 하늘의 뜻으로 여겨 아이와 종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고 종소리를 들은 왕은 이들에게 쌀과 집을 내려 ‘손순’의 효를 높이 산다. 전형적인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이야기가 현대적으로 재탄생 한 연극 <손순>은 현대적으로 바뀐 ‘손순’과 물질을 중시하는 삶으로 변해버린 현대의 모습을 그린다. 삭막한 현대사회에서 맑은 소리를 낼 종마저 찾지 못한 손순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박진신 연출가를 만났다.

▲ 연극 <손순> 공연 스틸 [사진제공=씨즈온]

Q. 삼국유사인 <손순>을 모티브로 연극을 만들게 된 이유는?

A. 요즘에 한국적인 것을 살린다는 취지로 옛날 고전 설화 같은 것을 재해석을 해서 공연으로 발표를 많이 한다. 나도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하고 호기심을 갖던 도중 <손순>이라는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과거에는 효라는 것이 유교사상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현실에서 우리가 옛날부터 전해져오고 지켜오던 것을 현재는 보존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바꿨을 때 ‘손순’이 현실에서도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에 효심을 발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Q. 아이는 왜 인형으로 표현하였는가?

A. 만일 아이를 실제 사람으로 한다면, 실제로 아역을 쓰지 않는 이상 다른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아이들이 갖고 있는 언어는 ‘순수’라는 언어가 있다. 또 ‘인형’이라는 것은 순수의 상징이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는 것들이 크다. 인형이 등장했을 때 관객들은 아마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느낌을 받고, 인형의 얼굴에 표정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본인의 감정을 투영하여 볼 수 있는 관점이 생긴다. 그래서 인형을 아이로 사용했다.

▲ 연극 <손순> 공연 스틸 [사진제공=씨즈온]

Q. 무대에 나오는 대나무와 붉은 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A. 첫 번째로 붉은 실은 사람과 사람간의 붉은 실, ‘인연’이라는 것이다. 부모 자식 간의 끈이 연결되어 있다면 어떤 것인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대나무가 상징하는 것은 곧은 의지, 굳은 마음이라는 것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효자나 곧은 사람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사람인 이상 그 안은 언제나 흔들릴 수가 있다. 그것을 대나무를 통해 표현했다.

Q. 배우들이 서로 마주보지 않고 다른 방향을 보며 대화하는 장면이 많은데 의미가 있는가?

A. 소통의 부재를 표현한다. 예를 들어서 내가 상대방과 이야기를 할 때, 내 심정을 이야기 하는 것과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것은 무게감이 서로 다를 수가 있다. 극에서 ‘지희’같은 경우에는 노모에게 효심 있게 대하지만 실제로는 자기 아들을 살리기 위해 노모를 죽여야 한다고 생각해서 노모의 밥에 약을 탄다. ‘노모’는 ‘지희’에게 항상 미안하게 생각하지만 치매가 오는 상황에서는 며느리를 구박한다. 노모는 ‘이 현실은 내 잘못이 아니라 너 때문이다, 내 아들을 망친 건 너다’라며 지희에게 말한다. ‘손순’ 역시 효심을 이야기 하고, 가족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결국 자기가 살기 위해서 아이를 묻는다는 결론을 내린다. 때문에 소통의 부재라는 언어를 표현하기 위해 서로 마주보기 보다는 사물을 보고 이야기를 한다.

▲ 연극 <손순> 공연 스틸 [사진제공=씨즈온]

Q. 앞으로 공연을 보러올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은?

A. 대학로의 대부분의 극이 그렇겠지만 정말 다들 힘들다. 보통 하루에 올라가는 극이 80-100개 정도인데 그 중에 70편은 우리보다 더 힘들다. 문화예술을, 꼭 저희공연을 봐달라는 것이 아니라 문화에 대해 한번만 생각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밥은 자기 마음을 풍요롭게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지만 문화예술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예술에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많이 누려주셨으면 좋겠다.

박진신 연출가는 삼국유사의 손순과는 다른 결말을 통해 “진짜 효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이야기하려 했다”며 “또 배우나 연출 입장에서 나름대로 해석하는 것도 있지만 관객들에게도 진정한 효의 의미를 물어보고 싶었다”며 연극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대해 설명했다.

‘효’를 중시하던 과거와는 달리 물질을 중시하는 현대 사회에서 진정한 효의 의미를 물어보는 연극 <손순>은 대학로 푸른달 극장에서 오는 31일까지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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