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진정한 가족 간의 사랑과 효를 알려준 연극 ‘손순: 아이를 묻다’
[인터뷰] 진정한 가족 간의 사랑과 효를 알려준 연극 ‘손순: 아이를 묻다’
  • 김연선 객원문화기자
  • 승인 2014.08.01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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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연선 객원문화기자] ‘손순’의 이야기에 대해서 들어본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손순은 삼국유사 야화에 나오는 인물로, 하나뿐인 어머니를 평생 봉양하기 위해 자신의 아들을 죽이려했던 역사적으로 효자로 그려지는 사람이다. 실제 이러한 일이 있었는지 아니면 효자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픽션으로 만들어진 내용인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진정한 가족의 의미와 효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연극 <손순 : 아이를 묻다>는 삼국유사에 나오는 손순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과일 장사를 하며 어렵게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는 한 가족의 가장 ‘손순’, 손순과 사랑하는 자신의 아들 유하, 그리고 아프신 시어머니를 모시고 강인하게 살아가는 손순의 부인 ‘지희’, 아들인 손순을 애지중지 키우며 뒷바라지 했지만 치매에 걸려 가족들도 잘 알아보지 못하는 ‘늙은 어머니’, 그리고 문등병에 헛것까지 보며 병원비만 수백에 이르는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아들 ‘유하’. 손순의 가족은 실제 현대 사회에서 있을 법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렇기에 그들의 이야기는 삼국유사보다 더 우리들에게 가깝게 와 닿는다. 너무나도 현실적이기에 그 모습이 마음 아프게 느껴지기도 하고 슬픔을 느끼게도 한다. 이러한 작품을 너무나도 열심히 연기한 배우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해 보았다.

▲ 연극 <손순> 공연 스틸컷 [사진제공=씨즈온]

Q. 연극에서 맡은 역할과 배우 자신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한다면

오화연(지희 역) : 지희는 힘든 환경 속에서도 밝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어찌 보면 독한 면도 있는 여자이다.

이재원(손순 역) : 손순은 과일장수인데 치매 걸린 노모를 모시고 있으며 선천적으로 질병을 갖고 있는 아들, 그리고 아내를 보살피는 한 가정의 가장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지켜내야 하는 가족들로 인한 경제적 압박감과 심리적 부담감을 갖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조윤빈(노모 역) : 손순의 노모는 손순의 뒷바라지를 하다가 거동이 불편하며 그 일의 후유증으로 인해 치매까지 오게 된 인물이다.

임우영(유하 역) : 유하는 기형아로 태어났는데 정신분열증까지 있어서 몸 속 자아들과 이야기를 하는 인물이다. 자아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외로운 생활을 극복해 보려고 하는 아이이다.

Q. 극 중 배우들이 직접적으로 눈을 마주치며 연기를 하는 장면 보다는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거나 대나무에 대고 연기를 하는 점이 돋보였는데, 이는 무엇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연기 방식이었다고 생각하는지

오화연(지희 역) : 배우들은 무대 위 장치들을 코러스라고 여기며 배우들을 돕는 일부분이라고 생각하며 같이 호흡하려고 노력한다. 지희가 계란죽을 만들 때 쓰는 국자로 쓰일 때도 있고, 특정한 물품으로 쓰일 때도 있으며, 대나무들이 묶일 때는 각각 특정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배우들이 서로 눈을 맞추지 않고 대나무를 보면서 연기를 하는 것 또한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연극 <손순> 공연 스틸컷 [사진제공=씨즈온]

Q. 본 연극은 일반 연극과는 다르게 배우들이 연기 외에 부차적으로 해야 했던 일들이 많은 것 같은데, 대나무를 연결하거나 실을 풀거나 인형을 연기할 때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

오화연(지희 역) : 인형을 조종할 때는 셋이서 하나의 인물을 만들어내며 함께 호흡해야 했는데, 셋이서 한 호흡을 따라가며 맞추려 하다 보니까 그 점이 좀 어려웠다. 또 한 번은 공연을 하며 대나무끼리 연결해야 하는 장면에서 고리를 빼먹어서 다른 고리를 가져와서 써야한 적이 있었는데 이 때 당황스러웠던 적이 있었다.

Q. 삼국유사에 나오는 손순의 이야기와는 다르게 연극은 비극으로 끝이 나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재원(손순 역) : 삼국유사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이 시대와는 다소 맞지 않는 부분이 있던 것 같다. 아이를 묻는 모습도 효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개인적인 어려움 때문인 것 같다. 효 때문에 가족이 단란해졌다고 이야기 하는 삼국유사는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발상으로 인해 본 연극은 일부러 비극으로 끝을 내린 것 같다. 효에 대한 의미도 손순이 아닌 유하로부터 나오게 되는데, 어린 유하가 사랑하는 자신의 아버지를 위해 스스로를 묻고 죽음을 택하기 때문이다. 부모를 핑계 삼아 아이를 버리려는 손순의 모습보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부모님을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버리는 유하의 모습에서 진정한 효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삼국유사의 행복한 결말 보다는 본 연극의 비극적 결말이 더 맘에 든다.

Q. 배우들이 모두 다 열과 성을 다해서 연기에 집중하는 모습이 돋보였는데, 각자 캐릭터를 연구할 때 중점적으로 두었던 부분은 있다면

조윤빈(노모 역) : 할머니 역할을 하기에는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캐릭터를 연구하면서는 얼굴 표정, 움직임, 말투 등에 신경을 썼다. 그 부분들이 깨지면 다른 부분들을 채워나가기가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임우영(유하 역) : 인형을 조종할 때 인형인 유하와 시선을 맞추는 게 아직은 조금 어색하다. 어린아이의 모습을 연기하는 만큼 어린아이의 시선과 감정에서 자신의 부모를 이해하려는 것을 중점으로 두고 캐릭터를 연구하였다.

오화연(지희 역) : 지희는 정말 쉴 틈이 없는 인물이다. 치열한 세상살이에서 그래도 밝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지희의 모습이 나와 달라서 조금 힘들기도 했다. 그래서 이를 더 잘 표현하기 위해 더욱 독한 사람이 되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재원(손순 역) : 아버지가 되어 본 적이 없어서 아버지의 마음으로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보통 부모는 자식을 절대 버릴 수 없다고 하는데 그 부분이 논리적으로는 이해가 되는데 감정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실제로 사회 속에서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대해서 알아 본 적이 있는데, 사회 제도로도 보호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되게 많았다. 이러한 모습들을 보면서 그들이 얼마나 어렵고 힘들게 살아갈지에 대해 논리적으로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다.

▲ 연극 <손순> 공연 스틸컷 [사진제공=씨즈온]

Q.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한 마디씩 한다면

오화연(지희 역) : 극장 에어컨이 오래 돼서 시끄럽기 때문에 공연을 할 때는 매우 약하게 켜놓게 된다. 관객들을 배려하기 위해 공연 시작 3~4시간 전에 미리 에어컨을 켜놓긴 하는데 공연을 보시면서 덥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다. 에어컨을 정말 강하게 켜드리고 싶은데 공연 중에 에어컨을 켜면 소음 때문에 관객들이 공연을 볼 때 집중을 하지 못하실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끄게 된다. 정말 죄송스럽지만 이는 극을 위해서 하는 것이기에 좋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

이재원(손순 역) : 이것저것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부분들이 많은데 그러한 부분에 연연하지 않으시고 정말 편한 마음으로 보러 오셨으면 좋겠다.

조윤빈(노모 역) : 관객들께서 많이많이 보러 오셨으면 좋겠다.

임우영(유하 역) : 8월 말까지 하니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다.

배우들의 진실 되고 진지한 감정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분위기가 좋았는데 이처럼 서로 끈끈하게 묶여 있는 배우들의 모습도 질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는 데 한 몫 하는 것 같다. 슬픈 현실이지만 많은 것을 느끼고 돌아가게 해주는 작품을 찾는다면 본 연극을 적극 추천한다. 연극 <손순 : 아이를 묻다>는 오는 31일까지 대학로 푸른달 극장에서 만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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