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연극 '수상한 흥신소2'
가족과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연극 '수상한 흥신소2'
  • 김윤하 객원문화기자
  • 승인 2014.07.3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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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윤하 객원문화기자] “사연이 많은 귀신 대가 없이 도와 드립니다~!” 극중 상우는 영혼을 볼 수 있는 특이한 능력을 가졌다. 그는 그런 능력을 이용해서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일에 흥미를 느끼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 그는 책방을 운영하지만 사실 이는 위장이며, 그의 책방은 길을 잃고 방황하는 귀신들을 위한 보금자리나 다름없다. 기억을 잃은 귀신 아줌마, 그리고 중2병 귀신, 할아버지 귀신, 김선달 귀신 등이 차례로 나와 상우를 통해 자신의 한을 풀던 중, 상우는 큰 사건을 두 가지 맡게 되는데, 하나는 가난한 가장의 가족을 지켜달라는 부탁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아픈 엄마를 제외하고 가족을 모두 잃은 슬픔을 지닌 지연이의 버킷리스트를 같이 이뤄주는 것이다.

▲ 연극 <수상한 흥신소2> 공연 장면 [사진제공=씨즈온]

현대 사회에서 가족의 의미

가족은 혈연으로 이루어진 한 울타리 안에서 서로를 보듬어주는 존재이다. 사전적 정의로는 그렇지 않을지 몰라도, 우리 대부분이 생각하는 가족이란 심리적인 측면에서 따뜻하고 위안이 되는 존재인 것이다. 이 극에서 대표적으로 다뤄지는 두 가지 코드는 가장으로서의 아버지와 가족, 그리고 엄마와 딸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서로 보듬어주는 따뜻한 가족의 구성원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 첫 번째 등장하는 아버지 귀신은 집안 생계를 위해 대리운전을 하다 목숨을 잃게 된 사연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는 틈틈이 챙긴 보험이 있다며, 가족들 몰래 들어놓은 자신의 생명보험을 남은 가족에게 알려주라는 부탁을 한다. 부탁을 받고 부인을 찾아 간 상우는 부인의 태도에 마음 아파한다. 그녀는 이미 생계 때문에 고된 생활을 겪을 만큼 겪어 보인다. 상우가 이러한 내용을 전달하는 짧은 시간에 일터에서 잡담을 한다며 사장에게 독촉을 받고, 상우를 보험 판매원으로 착각하며 그에게 생계가 어려운데 보험료 낼 돈이 어디 있냐며 오히려 화를 내며 신세한탄을 한다. 무엇이 이 가족을 그렇게 힘들게 만들었을까?

산업 사회, 자본주의 사회로 사회의 구조가 점점 변화하면서 가족의 구조는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변화해왔고, 생산중심의 가족 구조가 농경사회를 벗어나면서 점점 소비적 구조로 변해갔다. 따라서 ‘돈’이 가족의 행복한 생활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매우 커졌고, 이들의 행복을 좌지우지하게 된 것이다. 핵가족 구조에서 기존에 노인들이 담당했던 ‘양육’과 ‘보호’의 역할도 어느 구성원이 담당해야 하는지도 모호해졌다. 아이들은 부모님이 일하러나간 상황에서 불안을 겪고, 이러한 아이들을 걱정하는 부모님도 생계와 양육의 부담을 동시에 두 배로 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불안은 특히 빈곤층인 이 ‘아빠’귀신의 가족에서 더욱 잘 나타난다. 당장 내일 먹을 밥이 없는데, 과연 이 가족이 행복과 정서적 안정을 찾을 시간이 있을까.

▲ 연극 <수상한 흥신소2> 공연 장면 [사진제공=씨즈온]

우리들을 언제나 울리는 ‘엄마’라는 존재, 그리고 가려진‘아빠’

지연이는 아픈 엄마에 대한 일종의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다. 점집에 가서 엄마가 아프다는 소리를 듣거나, 재미있게 공연을 보다가도 엄마에 대한 연락이 오면 뛰쳐나간다. 그 이유는 과거 자신이 엄마에게 못되게 굴었던 행동 때문이다. 과거에 집안 사정으로 예쁜 교복을 사지 못한 지연이는 엄마에게 교복 투정을 부리고 했던 과거에 대해 후회하는 것이다. 문학 등의 여러 콘텐츠들을 보면,‘엄마’라는 존재는 우리를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겨주고 희생하는 존재로 잘 표현되어 있다.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도 가려진 우리들의 어머니의 희생적 삶을 표현하고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것처럼 말이다. 극중 지연이의 엄마는 지연이를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하고, 최고의 것만을 해주려고 주어진 환경 속에서 노력하신다. 여기서 우리는 숨겨져 있는 희생자인 ‘아버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버지라는 존재는 숨어서 우리를 위해 일하신다. 물론 현재는 맞벌이 부부가 증가한 탓에 부모님 두 분 다 경제적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 연극 <수상한 흥신소2> 공연 장면 [사진제공=씨즈온]

그러나 과거에는 엄마는 집에서, 아빠는 밖에서 자식들을 위해, 이렇게 역할이 분배되어 있었다. 이 경우 엄마는 우리가 보는 위치에 항상 계신다. 하면 티가 안 나고, 안하면 티가 난다는 집안일, 그리고 육아까지 집안 돌아가는 사정까지 모두 관리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한 고마움을 더욱 절실히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를 직접적으로 돌봐준 분들이고, 눈에 직접적으로 보이니까. 하지만 ‘아버지’는 경우가 사뭇 다르다. 아버지는 자식을 돌봐주시지 않는다, 그리고 살을 맞대고 있는 일이 없고 별로 친해질 기회도 없다. 하지만 아버지가 이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생각해봐야 한다. 왜 기회가 없었을까, 왜 우리와 함께할 수 없었을까? 극중 ‘아빠귀신’은 대리운전 기사이다. 대리운전은 주로 밤에 술 취한 사람들을 픽업하는 직업이다. 밤새 일하고 돌아온 아빠는 체력적으로 낮에 아이들과 함께할 수 없다. 낮에 일하는 아빠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의 삶은 아이들과의 정서적 관계를 허락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너무 고단하다.

극을 보고나면, 우리 사회에서의 가족의 의미, 그리고 이미 식상해져버린 문구 “있을 때 잘하자”를 다시 한 번 외치게 된다. 그렇다고 극이 이러한 코드들을 무겁게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웃겨서, 그리고 슬퍼서 눈물을 쏙 빼놓는 연극 <수상한 흥신소 2탄>은 14년 9월 7일까지 대학로 상명아트홀 2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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