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는 어디로…
소니는 어디로…
  • 독서신문
  • 승인 2014.07.29 13: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쿄는 지금'
▲ 양정석 칼럼니스트

[독서신문] 일본의 중년들에게 '소니'라는 말 자체는 추억, 낭만, 그리고 이상이었다. 세계를 흔들었던 워크맨 신화의 산증인이 바로 그들이다. 10대 때는 소니 제품에 취했고, 20대 때는 소니 입사를 꿈꾸며 인생을 걸기도 했다. 소니는 일본을 상징하는 간판 브랜드였다. 그런 소니에서 요즘에는 주로 맥빠진 명퇴 얘기만 나온다. 30대에 그만두느냐, 40대에 그만두느냐. 사원들 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절박한 입장에 놓여 있는 일본의 '전 국가대표' 소니다.

일본 소니의 몰락. 일본식의 정체된 경영 마인드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단적으로 보는 예가 아닐까? 소니를 신화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던 워크맨, 바로 그 워크맨에 발목을 잡힌 것은 아닐까? 곰곰 곱씹어 보면 우물 속에 머물러 있었던 게 몰락의 원인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플레이스테이션, 워크맨, 사이버샷카메라 등 그동안 소니 제품이 주도했던 상품들을 모두 합쳐 놓은 종합체인 스마트폰의 위력 앞에서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시대의 흐름을 읽는 것도 중요하고, 읽었으면 빨리 실천에 옮기는 실행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큰 교훈을 주고 있다.

소니는 1999년 이데이 노부유키가 사장에서 CEO로 승진하며 2005년 퇴진 때까지 경영을 진두지휘했다. 계속되는 적자 속에서 회사의 경영 시스템에서부터 생산라인까지 다양한 개혁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위에서의 위기의식이 수십 년간 엘리트의식에만 젖어 있던 사원들에게까지 스며들지 못했던 것이다. 이데이 회장은 자신의 입김이 먹히지 않는 것의 원인과 관련해 창업자가 아닌 것을 한탄했을 정도라고 하니, 그가 체감한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이데이 이후에는 외국인인 하워드 스트링거 회장이 경영 바톤을 이어 받았지만 오히려 상황은 더 악화됐고, 2012년에는 현 히라이 가즈오가 CEO에 취임했다. 히라이는 사운을 건 벼랑 끝 승부를 하고 있지만 그다지 전망은 밝지 않다.

가전 메이커 소니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주력 상품의 고전으로 이곳저곳 곁눈질을 하는 모습이 영 탐탁지 않게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음반, 영화 등 문어발식 경영? '과연 그런 식으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TV나 모바일은 아예 포기한 것이냐"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이다. 동종 업체인 파나소닉, 도시바, 히타치 등이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주력 상품의 기술 개발로 돌파구를 찾은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문제는 경영자의 능력이 아니라, 위기의식의 공유에 있다." 혹자는 CEO, 혹자는 사원들의 개혁 의지에 비판의 칼날을 세우고 있지만, 비상구가 없어 보이는 벼랑 끝 소니에는 모두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세계정상급의 브랜드 파워에서 46위까지 추락한 데 이어 정크본드 수준의 신용평가를 받고 있는 소니의 위기는 분명 한국경제를 이끌고 있는 한국의 대기업들에게도 타산지석의 교훈이 되어야 할 것이다.

/ 도쿄(일본) = 양정석(일본 전문 칼럼니스트)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