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시대'와 '소통의 리더십'
'불신시대'와 '소통의 리더십'
  • 조석남 편집국장
  • 승인 2014.07.29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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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석남 편집국장

[독서신문 조석남 편집국장]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7월 22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2기 내각 각료들이 처음 참석하는 회의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이날 국무회의 형식은 똑같았지만, 참석한 국무위원들의 태도는 달라졌다. 박 대통령이 발언할 때 장관들이 수첩에 받아적는 익숙한 모습이 사라진 것이다. '받아쓰기'가 사라진 것은 박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의 소통 방식이 달라졌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또한 9개 수석실로부터 순차적으로 대면(對面)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형식의 보고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계속된 '불통' 논란으로 인해 소통 방식의 변화를 줄곧 고민해왔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한 국가혁신 작업과 2기 내각 출범에 맞춰 소통을 본격화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박 대통령의 이러한 변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면 정치는 불통, 경제는 불황, 사회는 양극화로 인한 갈등, 문화는 지나친 상업화로 치달으면서 불신이 팽배하고 '내 탓'은 없고 '네 탓'만 존재하여 좀처럼 미래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특히 사회갈등의 근원인 정치권에서는 특별한 대안 제시도 없이 흑백논리로 상대를 헐뜯는 비판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사회의 주된 병폐가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라고는 하지만 그 속셈을 들여다보면 이기적인 정치야욕만 있을 뿐 그들이 말하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우리 대한민국이 왜 이렇게 됐을까?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소통의 리더십'이 부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소통이란 '사물, 생각이나 의견 등이 막힘 없이 서로 잘 통하는 것'을 말한다. 허준의 『동의보감』에 '통즉불통(通則不痛) 불통즉통(不通則痛)'이란 말이 있다. 이는 '통하면 아프지 않을 것이고, 통하지 않으면 아플 것이다'라는 뜻으로 한의학에서 흔히 인용하는 말이다. '인간의 육체가 아픈 이유는 서로 혈기와 경락이 막히고 통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어느 조직이나 국가도 구성원 개개인이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반목하게 되면 여기저기 아프고 병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갈등과 대립의 병폐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소통'이 가장 중요한 해법임을 알려주는 말이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 3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에 의해 '세계의 위대한 지도자 50인' 중 1, 2위에 선정됐다. 선정 기준은 '리더십이 부족한 시대에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영적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이다. 거대한 조직의 우두머리이거나 정치적 지도자라는 이유만으로는 위대한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이자 덕목은 '겸손'과 '포용'이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가난한 사람들을 섬긴 성인이자 개혁가'였던 아시시의 성인 프란치스코처럼 교회 쇄신을 추진하고 검소한 삶을 실천함으로써 가톨릭 밖에서도 존경을 받고 있다. 파격적이고 소탈한 '프란치스코 스타일'은 전 세계에 '프란치스코 효과'를 내고 있다. 인간존엄과 공동선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하는 그의 언행은 많은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있다.

동독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2005년에 총리로 취임할 때 "전 정권이 용기 있고 단호하게 개혁을 추진했다"고 평가했던 메르켈은 반대당의 정책을 승계했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는 원자력 발전을 포기하는 용기를 보였다. 2013년 선거 승리로 3연임을 하게 되자 장관 자리 16개 중 6개를 야당에 넘겨주고, 국민의 25.7%가 지지한 제1야당의 공약을 자기 정책으로 수용했다.

주장을 굽히고 양보할수록 지지율이 높아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모든 이해집단을 배려하고 국민과 소통하는 데 기여하는 편안하고 부드러운 미소, 가식이 없고 겸손한 진정성 덕분이다.

재선에 성공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연설을 할 때 양보, 인정, 공조, 통합, 경청, 공감, 합의 등을 통한 '소통의 리더십'을 누구보다도 많이 강조한다. 미국의 건강보험 개혁과정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오마바 대통령의 '설득과 소통의 리더십'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반대파 의원들은 직접 집무실에서 독대하며 설득했고, 대통령 전용기에 태워 대접하면서 설득작업을 하기도 했다. 또한 그의 정책에 항상 반대해온 <폭스 뉴스>에 출연해 개혁법안의 필요성을 설명했고, 개혁법안의 통과를 위해 외국순방 일정까지 연기하기도 했다.

조직이 병드는 원인은 불통에서 비롯된 것이다. 서로 소통이 되지 않으니 오해와 갈등이 빚어져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이념적 양극화가 심해져만 가는 것이다. '소통의 리더십'이 거시적인 국가차원에서 대통령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크고 작은 조직에서 불통이 원인이 되어 갈등과 반목이 빚어져 조직문화를 악화시키고 의욕상실을 빚는 사례를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국가든 정부기관이든 기업이든 모든 조직에서 리더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십'이며 리더십의 선결요건은 '소통'이다. 우리 사회에는 '소통의 리더십'을 실천하는 리더가 필요하다.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들은 '설득을 통한 소통의 리더십'과 '경청을 통한 소통의 리더십'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리스, 로마의 영웅전을 쓴 플루타르크는 '민중을 거스르면 민중의 손에 망하고, 민중을 따르면 민중과 함께 망한다'고 했다. 대중을 무시하는 소통 결핍과 대중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을 한꺼번에 꾸짖는 명언이다. 2,000년 전에 한 그리스인이 남긴 통찰이 오늘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

흔히들 큰소리 치고 모진 말을 잘해야 자신의 권위가 서는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권위는 위력이 아니라 깨우침을 주는 지혜에서 나온다. 곧게 흐르는 물은 바다에 이르지 못한다. 돌아갈 줄 아는 물이라야 바다에 다다른다. 물은 강철을 녹슬게 한다. 강철이 물을 이기지 못하듯 강한 것은 부드러운 것을 이기지 못한다.

긍정의 말로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해야 하며,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날선 직선의 말보다는 미소 띤 곡선의 말들이 상대의 마음을 더 잘 움직일 수 있다. 강압이 아니라 마음을 움직여야 의도한 바를 손쉽게 달성한다. 아름다운 생각을 하는 동안은 생각하는 사람도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아름다운 말을 하는 동안은 말하는 사람도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 상대를 공격하고 아프게 하는 비수 같은 말보다는 아름다운 생각, 아름다운 말들이 더욱 소중한 요즘이다.

모두가 끝모를 '불신의 시대'를 우려한다. 이러한 위기의 상황에서 새로운 리더십은 어떻게 정리될 수 있는가. 그것은 한마디로 '소통의 리더십'이다. 권력 향유로서의 리더십이 아니라 봉사 실천으로서의 리더십이다. 그런 리더십이야말로 현재 우리 사회의 제반 영역에서 골 깊어진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의 원천'이자, 유일한 '처방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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