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때, 그곳에 있었다
우리는 그때, 그곳에 있었다
  • 한지은 기자
  • 승인 2014.07.2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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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한지은 기자] 현대사야말로 고대사, 중세사 등과는 달리 해당 인물들이 생존해 있는 경우가 많아 상당한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는 까다로운 분야이다.

이 책은 ‘프티부르주아 리버럴’인 유시민이 출생 후부터 현재까지 보고 겪고 느낀 주요 사건들을 대중의 ‘욕망’이라는 키워드로 들여다본 한국현대사 55년의 기록이다. 현대사의 주요 역사적 사건들을 큰 줄기로 삼고 저자 자신의 경험을 잔가지로 삼아 엮어낸 이 책은 현대사라기보다 ‘현재사(現在史)’ 또는 ‘당대사(當代史)’에 가깝다고 할 수 있으며, 일반 역사서와는 확연히 달리 저자의 직접적인 체험이 곳곳에 녹아 있어 생생함과 흥미로움을 더한다.

저자 유시민은 유연한 시각으로 현대사를 바라본다. 특히 박정희 정권에 대해 최대한 객관적인 눈으로 그 공과를 언급하며 오늘날 한국 사회가 이만큼 이륙할 수 있게 된 동력인 산업화의 과정을 면밀히 고찰한다.

굵직한 정치적 이슈는 물론, 1970~1990년대 일상사·문화사와 관련한 주요 역사적 사실들도 풍부하다. 일상의 소소한 일들과 경험·추억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으며, 보건복지부장관을 역임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선별한 보건·위생문제와 복지문제에 대한 견해 등 일반 역사서에서는 흔히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사례들이 등장해 장년층에게는 아련한 향수를, 청년층에게는 놀라움과 함께 새로운 간접경험을 선사한다.

때론 직설적으로, 때론 유머러스하게 그려져 있는 우리 현대사의 면면에는 독재와 압축 성장으로 인한 만성적인 부패와 그에 따른 진통, 오랜 폭압에도 굴하지 않고 민주주의를 쟁취해낸 국민들의 뜨거운 열정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저마다 느끼는 감정과 평가는 다르겠지만 이미 있었던 역사적 사실 자체가 달라질 수는 없다. 다만 같은 역사적 사실을 어떤 시각과 기준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역사인식의 층위가 달라지는 것이며, 이 때문에 역사논쟁이 끝없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유시민은 우리 현대사를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 간의 분투와 경쟁의 기록으로 읽는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두 세력을 거의 50대 50으로 인정해왔고 산업화시대와 민주화시대 모두 우리의 과거이며 따라서 둘 중 하나만을 인정하는 자세는 온전한 역사인식·현실인식일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 어느 때보다 역사논쟁이 뜨거운 지금, 서로 다른 경험과 이해관계, 인생관을 가졌다 해도 충분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그 간극을 줄여나가려는 노력이 절실한 이유다.

우리 현대사는 난민촌에서 태어난 쌍둥이 형제가 벌인 분투와 경쟁의 기록이다. 왜 자매가 아니고 하필 형제냐고, 이것도 성차별이 아니냐고 하진 마시라. 자매보다는 형제가 죽기 살기로 싸우는 경우가 더 흔하지 않은가.                                                                 -본문 67쪽 중-

역사교양서로서 이 책이 갖는 미덕은 전문 역사가의 냉정하고 건조한 분석이 아니라 이 시대를 함께 살아온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저자가 가려 뽑은 현대사 55년의 주요 사건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과 평가에 있다. 회고하는 역사서가 아니라 함께 미래를 전망해보기 위해 당대인들끼리, 나아가 세대 간에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눠보자는 초청장인 셈이다.

■ 나의 한국현대사
유시민 지음 | 돌베개 펴냄 | 424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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