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김동수컴퍼니의 창단 20주년 기념 공연 연극 <활착>은 그 누군가의 인생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삶이 무엇인가’하는 질문까지 던진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연극은 허심관매혈기로 유명한 세계적인 중국작가 위화의 대표작 ‘인생(원제 活着)’을 원작으로 한다. 일생을 연극에 몸담았던 배우 김동수컴퍼니의 새 작품으로 ‘옮겨 심은 식물이 뿌리를 내리고 산다’는 제목의 활착은 중국 최고의 이야기꾼 위화와 배우 김동수가 전하는 ‘인생‘을 말하고 있다.
연극 <활착>은 귀복이라는 한 노인의 가족사를 통해 인생의 의미를 반추한다. 부잣집 도련님으로 태어났지만 젊은 날을 도박에 빠져 허탕하게 보낸 귀복은 전 재산을 날리며 패가망신하게 된다. 국공내전과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 등으로 전쟁에도 끌려가지만 결국 끝까지 살아남은 귀복은 숱한 삶의 역경 속에서 가족과 재산을 모두 잃고 혼자 남는다. 가난하지만 가족이 있어서 버틸 수 있었던 과거의 시간과 그들을 잃고서 느꼈던 허망함 모두를 끌어안은 채 ‘귀복’이라는 이름의 늙은 소와 함께 쓸쓸한 여정을 보내게 된 귀복은 혼자 남은 채로 지난 삶을 반추한다. 이미 자신만큼 늙어버린 소를 끌고 혼자 논일을 하며 여생을 살아가는 귀복의 이야기는 혼자 남아 세월을 낚는 쓸쓸한 노인의 인생회고를 담담히 그려낸다.
“연극은 가장 연극적일 때 아름답다.”라는 김석주 연출가의 전제 아래에서 제작된 연극 <활착>은 관객들에게 ‘지금’ 연극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의도를 다분히 포함하고 있다. 무대 위의 공간에서 배우들이 움직이며 연기하는 모습을 통해 ‘막 만들어낸 연극’이라는 느낌을 전달할 때가 가장 연극다운 연극이라는 것이다. 배우 김동수와 그를 인터뷰하는 인터뷰어와의 대화로 시작하는 도입부는 연극으로 발을 들여놓는 시작을 알린다. 배우 김동수로 자신의 지난 연극 인생을 이야기하던 그는, 어느 순간 화자가 되어 청년 귀복과 노인 귀복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연극은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김동수와 그를 통해 들려주는 귀복의 이야기를 교차로 가장 연극적인 설정을 무대에 올려놓았다.
“사람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가지 그 밖의 어떤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니야.” 연극은 홀로 남은 귀복의 이야기를 통해 ‘사라’지고, ‘살아’지는 인생에 대한 질문을 들춰낸다. 살아남기 위해 전쟁터에서도 죽지 않고 돌아온 귀복은 결국 살아가면서 그의 소중한 가족들을 잃지만 그럼에도 살아가야만 한다. 사라지면서, 살아가는 것 자체가 우리의 인생이기 때문일 것이다. 연극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시간의 의미까지 흐려질 정도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현대에 하루하루의 시간이 모인 인생을 살아가는 것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던진다.
가족극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김동수 컴퍼니의 역작, 연극 <활착>에는 김석주 연출과 김동수, 김병순, 한경미, 박상현, 박상협, 신동원, 문의영, 김용하, 한상웅, 김동우, 이다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함께 한다. 연극은 17일부터 오는 8월 7일까지 대학로 김동수플레이하우스에서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