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같은 책에 올인하는 출판사 ‘유리창’
책 같은 책에 올인하는 출판사 ‘유리창’
  • 독서신문
  • 승인 2014.07.1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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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 북칼럼니스트의 '좋은 책 내는' 출판사 탐방 (1)
▲ “사회변혁에 도움이 되는 책을 만들고 싶다”는 우일문 대표

[독서신문] 출판계와 독자들을 뒤흔든 베스트셀러가 없는 출판사, '이런 책을 내도 돈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은 출판사, 그러나 이것도 책이라고 냈나 싶은 책은 한 권도 없는 출판사, 큰돈을 벌었다는 소문은 없으나 이 어려운 출판 시장을 꿋꿋하게 버티는 뚝심의 출판사, 유리창처럼 맑은 영혼의 소유자들이 모여 책을 만들 것 같은 출판사 '유리창'의 우일문 대표를 만났다.

- 출판사 '유리창'의 역사를 말해달라.
"출판계 입문은 26년이 넘었다. '유리창'은 2011년 봄부터 준비해 그 해 8월 첫 작품으로 『정연주의 기록』을 냈다. 아시다시피 정연주 선생은 1970년 동아일보 기자로 언론인 생활을 시작한 후 해직과 수배, 투옥을 거쳐 미국에 유학해 경제학 박사를 마치고 한겨레신문에서 특파원, 논설위원을 지낸 뒤 KBS 사장을 지낸 분이다. 정 사장을 공격하는 쪽에서는 '낙하산'이라고 폄하하는데, 오히려 저는 정 사장 같은 투명하고 지사적 언론인을 닮은 출판사를 만들고 싶었다. 출판도 일종의 언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그때부터 지금까지 20여 종의 책을 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일 뿐이다.

- '유리창'이란 안이 훤히 보이는데 출판사 이름이 '유리창'인 특별한 이유라도.
"우리 책 표지 안쪽 하단에 보면 '안과 밖의 소통, 자신의 내면과 바깥세상의 소통, 유리창입니다. 책입니다. 출판회사 유리창의 생각입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캐치프레이즈나 슬로건 정도가 되겠다. 소통을 말하고 싶었고, 생각을 나누고 싶었다. 조선 지식인들이 외래 문명과 문화를 받아들인 북경의 유리창 거리도 생각했다."

- 쉽지 않다는 출판업에 뛰어든 특별한 계기나 이유라도.
"1980년대 초반 학번 이른바 386에서 시작한 586이다. 강의실보다는 거리에서 경찰이나 '백골단'과 마주하고 지낸 시간이 더 많은 때였다. 요즘 대학생들처럼 취직을 위해 스펙을 쌓는 일은 모르고 살았다. 물론 그런 친구들도 있었겠지만.(웃음) 열혈 학우들은 졸업장 대신 감옥으로 갔고 겨우 졸업을 하더라도 이른바 '현장 투신'이라는 노동운동 쪽으로 옮겨갔다. 내 경우는 일찌감치 문화운동판을 기웃거렸는데 노래, 공연 등 별다른 능력이나 재주 없이 시작할 수 있는 게 출판이었다. 처음에는 출판문화운동 쪽 단체에 소개받아 갔는데 '빵'(감옥)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경직된 시절이었다. 그래도 당시에는 사회과학 출판사들이 많아서 곧 출판사에 취직했고 지금까지 눌러앉게 된 거다. 벌써 햇수로 26년이다."

 

- 그동안 출판한 책들 중에서 자랑하고 싶은 책들이 있다면 어떤 책들인지.
"처녀작인 『정연주의 기록』이다. 일종의 자서전인데 언론인 정연주의 지사적 삶을 잘 보여주는 책이고, 내가 출판사를 꾸려가면서 잊지 않아야 할 정신이라고 생각하는 책이다. 요즘 '기레기'라는 말이 나돌던데 젊은 기자나 지망생들은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언론인의 사명이 무엇인지, 왜 언론 개혁을 해야 하는지 잘 말해주고 있다. 『꿈꾸는 광대』는 소셜테이너의 맏형이라 할 배우 김명곤의 자서전이다. '광대는 사회를 풍자하고 약자를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김명곤의 소신을 잘 드러난 책이다. 김명곤은 문화부 장관을 마치고도 곧바로 연극 현장으로 돌아가 공연을 할 정도로 천상 배우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꿈꾸는 연예인 지망생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위험한 권력』은 지금은 국회의원이 된 변호사 최재천의 사법개혁에 관한 책이다. '정치검찰', '정치판사' 같은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사법권력의 구조적 문제를 파헤치고,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데, 일반 교양독자는 물론이지만 법학도들에게는 필독서라고 본다. 재야 역사학자라 할 임영태의 『산골대통령 한국을 지배하다』와 『국민을 위한 권력은 없다』는 이승만과 박정희 시절의 통치 행태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지금 정치가 왜 파행을 겪고 있는지는 이승만과 박정희를 보면 답이 나온다. 『아버지 그림자밟기』는 한의사이기도 한 아버지의 처절한 반성문이다. 25년간 시민운동에 투신해온 아버지가 아이들에게도 강압적 정의를 부르짖었더니 아이가 골방으로 숨어 스스로를 유폐시켜버렸다. 다행히 아이는 골방에서 하루에 몇 권씩 책을 읽었던 것인데 어느 순간 아버지가 잘못을 깨닫고 아이를 안아주며 자상하게 대하기 시작했더니 아이도 밝게 변하고 공부에도 흥미를 느끼더라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했거나 스스로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잘난 아버지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 '유리창'에서 펴낸 그 동안의 책들을 보면 일관되게 흐르는 출판철학이 있는 것 같은데.
"거창하게 철학이라고까지야…. 배운 도둑질이 이거라 이 바닥을 뜨지 못하는 거다.(웃음) 그러나 어떤 분야의 책이든 사회변혁에 도움이 되는 책을 만들자 하는 생각은 분명하게 있다. 전문적 지식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주는 교양서에 대한 목마름도 있고 문·사·철 중심으로 가자는 것도 있다. 개인적으로 의식 있는 선각들의 에세이나 자서전 류에도 관심이 많다."

 

- 최근 과학교양서 『태양계 연대기』를 펴냈는데 어떤 책인가.
"'과학과 인문학이 우주적 상상력으로 결합한 다큐멘터테인먼트'가 이 책의 슬로건이다. 현대건축 기술로도 불가능한 기자의 대피라미드는 누가 어떻게 건설했을까, 수시로 나타나는 UFO의 진실은 무엇일까에 대한 궁금증이 이 책을 저술하게 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BC 1만500년 지구 대홍수 이전에 지구와 화성, 행성 Z는 지구를 모성으로 한 우주 제국이었고, 서로 활발한 교류를 하는 등 초고등 문명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만 년 혹은 수십만 년이 흐르는 동안 지구와 식민지 행성들 사이에 갈등이 생겼고 급기야 전쟁이 일어나 행성 Z는 파괴됐다. 화성은 죽은 별이 됐으며 동시에 지구에도 대재앙이 일어났다는 거다. 피라미드는 그때의 건축기술이 전수돼 건설된 것이고, UFO는 화성과 행성 Z의 잔존세력이 재기를 꿈꾸며 지구를 방문한다는 것이다. 물론 가설이고 추론인데 고대 역사 문헌, 천문학 연구 성과, 성서, 고대 유적들을 샅샅이 조사 탐구하여 과학적 팩트를 자료로 놓고 추론해낸 것들이다. '상상력의 끝판왕'이라고 할 만한 데, 책 뒤 추천사를 보면 알지만 과학자들도 혀를 내두르는 가설이다. <딴지일보> 김어준은 "이 정도 설득력이라면, 외계인은 존재해줘야 하는 거다"라고 했고, 천문학박사 이강환은 "과학은 증거에 기반하지만 새로운 과학은 상상력에서 나온다. 과학적 상상력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보라!"고도 했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이정모는 "나는 태양계 안에 외계 문명이 존재한다든지 외계 생명체가 지구에 왔다든지 하는 이야기에는 코웃음조차 아까워하는 과학자다. 하지만 원종우의 이 책을 읽노라면 그 세계에 푹 빠져들고 만다는 사실을 고백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 폭 깊고 스펙트럼 넓은 과학교양서를 쓰는 국내 저자가 많지 않은데 저자 원종우씨는 어떤 사람인지.
"르네상스적 관심을 가진 지식인이며 전천후 엔터테이너라고 할까.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20대 중반에 음악에 빠져 록 뮤지션이 됐다. 홍대 인디레이블을 주창한 이를테면 인디밴드 원조 격이다. 영국에 음악 유학을 갔다가 유럽사에 푹 빠져 『조금은 삐딱한 세계사』라는 책을 내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에는 과학 커뮤니케이션에 전념해 팟캐스트 방송 '과학하고 앉아 있네'로 1년 만에 2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기도 했다. 과학자, 작가, 예술가들과 새로운 형태의 과학 전시와 강연, 공연 등을 만들고 있기도 하다. 한마디로 과학, 인문학, 예술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가는 광폭의 지식인이다."

- 출판회사 '유리창'의 미래를 설계한다면.
"아이구, 출판회사의 미래를 물으니 답답하다. 묻는 분도 아시고 독자들도 아시겠지만 요즘 출판환경이 아주 답답하다. 책을 열심히 만들어도 팔리지를 않는다. 그렇다고 미래를 포기할 수는 없다. 그냥 '더 좋은 책을 더 잘 만들겠다'는 게 유리창의 미래라면 미래다." (웃음)

- 국내 출판업계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연전에 'K-POP 한류 지원 5천억원, 출판지원 5억원'이라는 농담 같은 기사를 본 적 있다. 이번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진행한 우수출판콘텐츠 지원은 14억원이더라. '유리창'도 한 건 받았다. (웃음) 출판계에 대한 지원은 어쨌든 작은 출판사들의 생존에 큰 도움이 되므로 다다익선이고 더 좀 늘렸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도서정가제가 완전하게 정착돼야 한다. 지금 출판서점계는 할인 천국이다. 그렇다보니 할인을 염두에 두고 책값을 무지막지하게 끌어올리는 몰염치마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곧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 바로잡힌다지만 또 어떤 편법이 나올지 두렵다. 업계가 석고대죄할 일이다. 제살 깎아먹기다. 도서관이 보다 활성화돼야 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정부에서 각급 도서관에 책을 쟁여놓아야 한다. 좋은 책을 만들어도 독자에게 전달되지 않으니 정부가 나서서라도 도서관에 양서가 공급될 수 있도록 해줘야 국민들이 그나마 책을 좀 읽지 않겠나 말이다."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독서신문>의 독자들은 그렇지 않겠지만 베스트셀러만 좇는 독서습관이 아쉽다. 그러니까 돈 좀 있는 대형 출판사들이 온갖 편법을 동원해 베스트셀러 만들기에 혈안이 되는 것이다. 좋은 책이 자연스럽게 베스트셀러가 되도록 독자들이 보다 넓은 관점에서 책을 선택하고 읽어주셨으면 정말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유리창의 신간 『태양계 연대기』는 올여름 휴가 때 읽기 딱 좋은 책이다." (웃음)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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