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들을 통해 본 ‘인생’이란…
다른 이들을 통해 본 ‘인생’이란…
  • 한지은 기자
  • 승인 2014.07.09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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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한지은 기자] 한 사람이 다리 위에 서 있지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존재한다. 그를 보려면 자신도 보이지 않아야 한다.

이야기는 다리 위에서 출발해 시간을 돌려 과거에서 다시 시작된다. 힘들었던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광복을 넘어 현재까지, 작가는 그 시간을 겪지 못한 사람들을 정교하고 세세한 묘사를 통해 그곳에 데려다 놓았다. 한 사람의 인생을 슬라이드처럼 펼쳐놓으며 다른 사람들의 눈을 통해 주인공 김만수의 인생을 재구성한다.

주인공의 속 얘기나 내면 의식 없이 그 사람의 삶을 전한다는 것은 소설로는 굉장히 신선한 형식이라 할 수 있다. 마치 한 사람의 긴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드는 과정과 같다. 주변인들의 인터뷰와 주인공을 따라다니며 몰래 찍은 영상을 자연스럽게 편집에 놓은 듯한 장면들이 책을 읽으며 머릿속을 계속해서 스쳐 간다.

주인공 만수는 어릴 때부터 모자랐다. 태어날 때부터 큰 머리, 실 같은 가느다란 팔다리로 “사람 구실은 제대로 하겠냐”는 우려 속에 세상에 ‘한 사람’으로서 발을 디뎠다. 그렇지만 외유내강이라 했던가. 만수는 강했고 누구보다 착했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는 모자라게 보였지만 모자라지 않았다. 누구보다도 가족을 아끼며 담대한 마음으로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의 생을 굳건히, 그리고 묵묵히 이끌어 갔다.

만수와 같이 그렇게 세상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가면서 언젠간 사라진다. 그리고 잊혀진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단 이유로 우리가 사랑했고, 미워했고, 그리워했던 이들을 점차 잊어간다. 어느 순간 만수의 가족들도 투명인간이 돼버렸고, 투명인간이 돼보니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기에서 저자가 말하는 ‘투명인간’의 의미는 무엇일까.

저자는 다른 사람들을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을 이야기하는 이전까지의 전개와는 반대로, 주인공을 더 이상 아무도 볼 수 없는 ‘투명인간’으로 만들어 버림으로써 사람들에게 보이는 우리 인생의 의미를 역설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껏 사라졌거나 죽었다 생각한 그들은 사라진 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뿐이다. 아니, 우리가 보지 않으려고 했던 것일 수도 있다. 그들은 사회적 약자일 수도 있고 우리와 함께 있었던 사람일 수도 있다. 우리 곁에서 없어졌다 생각하던 사람이 사실 투명인간으로 변해버린 것일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들은 지금도 살아간다.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지만 그들의 길을 조용히 홀로 걸어가고 있다. 우리도 언젠가는 투명인간이 돼있지 않을까. 이 사람많고 넓은 세상에서 남에게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이 돼 거리를 걷고 있지는 않을런지.

■ 투명인간
성석제 지음 | 창비 펴냄 | 372쪽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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